(기자의눈)세입자 주거 불안 키운 임대차보호법

입력 : 2021-11-09 오전 6:00:00
취지는 좋았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등을 골자로 하는 ‘임대차법’은 세입자 보호에 초점을 맞췄다. 집주인보다 약자로 표현되는 세입자를 보호한다고 하니, 제도의 긍정적 효과에 관심이 모였다. 약자를 지킨다는 명분은 언제나 환영 받는다. 
 
결과는 나빴다. 제도 시행 이후 전세가격은 미친 듯 올랐다. 임대차법이 시행된 건 지난해 7월말이다. 한국부동산원 집계 결과 이 당시 서울 주택의 전세가격지수는 전월 대비 0.29% 상승했다. 8월에는 오름세가 강해졌다. 7월보다 0.43% 뛰었다. 지난해 12월에는 0.63%까지 상승폭이 확대됐다. 
 
올해도 무서운 수준의 상승폭이 나타나는 중이다. 지난 9월에는 전월 대비 0.54% 올랐고, 8월에도 0.55% 상승했다. 오름세가 좀처럼 잡히지 않는다.
 
제도 시행으로 전세 매물이 귀해졌다. 전세는 실수요자 시장이다. 전셋집을 구하려는 이들은 늘 있다. 공급은 틀어 막혔으니, 가격이 불안정해지는 건 당연한 결과다. 
 
전월세상한제 도입으로 재계약 시에는 전세가격을 5% 이상 올리지도 못한다. 신규계약건에서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뛴 까닭이다. 앞으로 올리지 못할 가격을 미리 반영한 것이다.
 
전세 불안은 전세시장의 태풍으로 끝나지 않았다. 여파는 월세로 번졌다. 월셋값도 오름세다. 월세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월세 거래 비중도 증가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이달 초까지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는 약 14만6000건이다. 이 중 전세거래는 약 63%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월세다.
 
여전히 절반 이상은 전세지만, 지난해와 비교하면 월세가 늘었다. 지난해에는 19만4700여건의 아파트 임대차 거래가 발생했다. 당시 전세는 69%를 차지했다. 다수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월세의 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집을 빌려 거주하는 세입자로선 월세의 시대가 반갑지는 않다. 월 임대료를 집주인에게 지불해야 해서다. 부동산업계의 한 관계자는 ‘길바닥에 지폐를 버리는 꼴’이라고 했다. 세입자가 체감하는 주거비 부담은, 전세보다 월세가 더 무겁고 훨씬 아깝다는 의미다.
 
내년 전세시장도 우려스럽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한 매물이 내년 하반기부터는 본격적으로 나올 예정이다. 그간 올리지 못한 가격이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월세시장으로 발을 돌리는 이들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관측된다. 
 
임대차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다. 후폭풍은 여전히 가라앉지 않고, 내년에는 더 심해질 것이란 얘기가 나돈다. 제도가 도입 취지만큼의 효과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이쯤되면 제도 보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규제가 약이 아니란 건, 매매시장에서도 이미 수차례 검증됐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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