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백제 왕궁 옛터에 'K-푸드'…쉴 새 없는 '김치 수출'

전과정 자동화에 2시30분이면 수출 김치 '완성'
줄어드는 국내 소비량 대체하는 수출 증가세
세계인 입맛 잡기…중국상품과의 경쟁 'K-푸드'

입력 : 2021-11-29 오전 5: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내 김치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위해 물류적으로 이점이 특별하지 않은 익산시 왕궁면에 위치하고 있다. 백제 무령왕의 왕궁 옛터 인근으로 절임배추를 담았던 토기가 발굴된 지역으로 한국 김치의 전통성을 세계 시장에 어필하고 있다.”
 
지난 25일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소재한 한 김치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현장 관계자가 부르짖던 외침이다. 김치 공장의 자동화 설비로 쉴 새 없는 컨베이어 벨트 소리가 역동의 현장을 말해주듯, 현장 관계자의 ‘세계 시장’ 외침은 또렷했다.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김치공장은 풀무원의 수출용 김치 생산라인으로 매년 5000톤의 배추를 이용해 김치를 생산한다. 자동화된 포장공정 오차율은 0.01%에 불과하다.
 
컨베이어 밸트에 배추가 쏟아지면 기계가 배추를 세척해 상한 부위를 솎아내고 자른다. 소금에 절인 배추는 양념을 버무려 400g 용기에 담긴다. 김치 특유의 냄새를 잡기 위해 뚜껑에는 숯을 내장했다. 뚜껑이 닫히면 'KIMCHI(김치)' 라벨이 붙는다. 수출용 김치의 제조 공정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2시간30분. 전 과정이 자동화다.
 
해외진출 김치는 포기김치가 아니라 썬 김치로 자동화 생산이 가능하다. 이렇게 생산된 수출용 김치는 부산으로 옮겨진다. 이후 배로 3주간 이동해 도착하는 곳은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다.
 
지난 25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소재 풀무원 김치공장에는 수출용 김치의 자동화 생산라인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은 김치명인의 통배추김치 담그기 시연 모습. 사진/풀무원
 
특이한 점은 전통음식인 김치 생산 과정에 '손맛', '항아리'는 점차 사라지고, 이 자리에 4차 산업 기술이 적용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활용해 생산가동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기록을 디지털로 보관한다. 온도에 민감한 배추 맛이 최적의 상태로 유지되는데 활용된다. 
 
김치 재료를 이동하는데 이용하는 팔레트 바닥에는 반도체칩이 내장된 전자태그(RFID) 센서가 부착돼 있다. 쇼핑몰 구매 옷에 부착된 '도난방지칩'이 김치공장 내에서도 활용되고 있는 셈이다.
 
RFID는 현장 생산성과 재고 흐름을 한눈에 파악하도록 돕는다. 모바일로도 확인할 수 있어 정확도와 관리상의 편의성이 높다.
  
최근 들어 김장철 맞이 김장김치를 담그는 가정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9년 김치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김치를 직접 담그지 않는 가구는 58.3%로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주변인에게 김치를 얻거나 상품김치를 산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2019년 가구에서 생산한 김치량은 74만6952톤이다. 2016년 91만8000톤에서 3년만에 19%가량이 감소한 것이다. 2019년 국내 가구 총 수요량(106만7000톤)도 2017년(134만3000톤) 대비 30톤 가량 줄었다.
 
국내 총 소비량도 186만7000톤으로 2017년(205만4000톤) 대비 10% 가량 줄고 있다. 국내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 눈을 돌리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때마침 한류 열풍에 이끌려 글로벌 김치수요가 늘자, 국내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한국무역협회가 집계한 지난해 1~10월 중 김치 수출은 1억2000만 달러에 육박하는 등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이후 5년 연속 상승세로 연평균 증가율은 10%를 상회했다.
 
코로나 이후 김치 수출량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아직 올해 수출량이 집계되지 않았지만, 풀무원의 수출량만 봐도 평시보다 3배 가량 늘었다
 
매월 10톤 규모의 김치가 적재된 컨테이너 3~4개가 수출길에 오른다. 이달에만 11개 '컨'이 수출됐다. 
 
풀무원 김치 90% 이상이 미국 수출로 월마트(Wallmart)를 통해 판매한다. 일본, 베트남, 유럽 등지의 수출 작업도 진행 중이다. 국내 김치산업의 수출 다변화 전략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출용 김치는 매운맛과 감칠맛이 상대적으로 덜하다. 외국인들의 입맛에 맞춴 '비건(vegan·채식주의자)' 수요도 주된 타깃이다.
 
문제는 전 과정을 자동화해도 중국산 김치와의 가격경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 수입 배추김치 가격은 국내 김치의 절반에도 미치지 않기 때문이다. 때문에 풀무원은 한국 김치의 스토리텔링 전략을 짜냈다.
 
한국 김치의 전통성을 세계 시장에 어필하기 위해 백제 무령왕의 왕궁 옛터를 소재지로 삼은 것도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라는 표상을 다시한번 일깨운 순간이었다. 
 
박범돈 풀무원 글로벌김치공장 생산본부 공장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김치 (점유율이) 많이 올라갔다. 업계에서 들어보면 다른 경쟁사도 수출이 많이 늘었고 현지에서도 한국김치를 많이 찾는다"며 "기세를 몰아 김치를 대중화시키기 위해서 썬 김치를 확대해야 한다. 원가도 싸고 냉동 등 패키지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 대중화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5일 <뉴스토마토>가 방문한 전북 익산시 왕궁면에 소재 풀무원 김치공장에는 수출용 김치의 자동화 생산라인이 쉴새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사진은 김치명인의 통배추김치 담그기 시연 모습. 사진/풀무원
 
 
전북(익산)=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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