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대주주 이익 편드는 상법 개정해야

입력 : 2021-12-02 오전 1:30:00
연말 자본시장이 난리통이다. 그렇잖아도 주가가 급락해 주주들의 심기가 불편한 마당에 다른 한편에서는 일부 기업들이 소액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일을 벌이고 있어서다. 
 
CJ ENM은 지난달 19일 글로벌 콘텐츠 제작을 위한 신설법인을 물적분할해 설립하겠다고 공시했다. K-콘텐츠가 맹위를 떨치고 있는 지금 콘텐츠 사업에 힘을 쏟겠다는 결단, 이렇게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CJ ENM은 지난 2016년에 드라마 제작사 스튜디오드래곤을 물적분할한 바 있다. LG화학의 배터리 사업 물적분할 이슈 덕분에 인적분할과 물적분할이 주주들의 주식가치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는 널리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지배주주의 권리를 강화시키는 방식의 분할이다. 더구나 이번 결정은 스튜디오드래곤을 자회사로 두고 있는 CJ ENM이 콘텐츠 제작사를 또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신설법인까지 떼어내고 나면 CJ ENM엔 홈쇼핑사업 정도만 남게 된다. 당연히 CJ ENM의 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금요일 장마감 후 공시가 나오자 다음주 월요일부터 주가가 내리꽂혀 18만원대에서 13만원대로 추락했다. 
 
하림지주와 엔에스쇼핑의 지분 교환 발표는 양재동 물류센터 개발을 고대하고 있던 엔에스쇼핑의 주주들을 허탈하게 만들었다. 지분 교환이 성사되면 엔에스쇼핑 주주들은 개발 가치가 반영되지 않은 값으로 엔에스쇼핑을 넘기는 꼴이 돼 피해가 예상된다. 
 
한샘은 대주주 지분 매각을 두고 논란이다. 한샘 최대주주 조창걸 명예회장의 지분 27.2%를 IMM프라이빗에쿼티에 주당 22만원에 매각하기로 계약, 임시주총을 열기로 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나머지 주주들은 배제된 상태다. 현재 한샘 주가는 9만원을 밑도는 상황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도 지난 9월 갖고 있던 광주신세계 지분을 신세계에 넘겨 거액을 챙겼다. 정 부회장이 갖고 있던 주식도 과거 광주신세계가 유증할 당시 대주주인 신세계가 참여를 포기해 정 부회장에게 돌아갔던 것이다. 정 부회장의 매도로 광주신세계 주가가 급락, 다른 주주들은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대주주 지분 매각 시 다른 주주들에게도 공개매수로 의사를 물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등에서는 이런 경우 의무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해야 하지만 국내엔 아직 규정이 없다. 
 
서로 성격이 다른 이들 기업의 의사결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모두 지배주주 및 대주주의 이익을 위해 나머지 주주들의 이익을 훼손하는 결정이었다는 점이다. 
 
이런 안건이 의사회를 통과해도 여기에 참여한 이사들은 처벌받지 않는다. 이사의 충실의무를 규정하고 있는 현행 상법 382조3는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를 위하여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사회가 일부 주주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의사결정을 내려도 대법원은 ‘회사를 위한 직무를 수행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이와 관련해 주주들은 상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회사를 위하여’ 문구를 ‘회사와 전체 주주를 위하여’로 바꾸자는 의견이다. 법이 개정된다면 위의 사례 외에도 대주주 지배력 강화를 위한 신주인수권부사채(BW), 전환사채(CB) 발행 등 대부분의 이해상충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최근 기업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자본시장 대전환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주민 의원은 현행 ‘3%룰’을 공정거래법상 합병·분할. 주식교환, 영업양수도 등에도 확대적용하는 개정안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SG 경영이 대세가 된 세상에서 G(governance, 지배구조)에 역행하는 일이 계속 벌어지고 있다. 법 개정이 시급해 보인다. 
 
 
김창경 재테크전문기자 ck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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