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2022동계베이징올림픽은 정치행사다

입력 : 2021-12-09 오전 6:00:00
중국이 야심 차게 준비하고 있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성공할 수 있을까?
 
올림픽은 세계인의 스포츠 행사지만 그 본질은 정치다.
 
코로나로 인해 1년 연기돼 올여름 열린 ‘2020 도쿄올림픽’이나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스가 일본총리의 재선을 노리고, 남북정상회담 등 한반도 긴장완화로 이어지는 등 정치적으로 적극 활용되었듯이 말이다.
 
역대 올림픽을 들여다보면, 동서진영 간 갈등과 지역분쟁의 여파로 이 대규모 선수단 보이콧사태가 빚어지는가 하면 선수단에 대한 테러라는 유혈 참사가 발생할 정도로 올림픽은 평화의 제전이라기보다는 국가 간 경쟁과 정치선전의 장으로 활용되곤 했다.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팔레스타인의 ‘검은 구월단’이 선수촌을 습격, 이스라엘선수단을 살해하는 초유의 참극이 빚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모스크바올림픽(1980년)에 미국이 선수단을 보내지 않자, LA올림픽(1984년)에는 소련을 비롯한 동구권 국가와 북한 등이 대거 보이콧하는 등 진영 간 맞대결 구도가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이 7일 내년 2월 4일 개막하는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정부대표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예전처럼 선수단까지 불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은 올림픽을 활용하려는 중국의 정치적 의도를 역이용하는 것이다. 뉴질랜드 등 서방국가들이 미국의 보이콧 선언에 동참한다면 베이징동계올림픽은 미중대결의 새로운 장으로 격화될 공산이 크다.
 
미국의 외교적 보이콧 공식화는 이번 베이징 동계올림픽과 6월 청두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등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시진핑 주석의 리더십을 전 세계에 과시하면서 자연스럽게 집권기반 강화의 명분으로 삼으려던 시 주석의 정치적 계산에 타격을 주기 위한 것이다..
 
중국외교부 대변인은 이에 곧바로 브리핑을 통해 “올림픽은 정치적 쇼와 정치조작의 무대가 아니다”라며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미국 측에 초청장을 보내지도 않았는데 신장 인권 문제를 내세워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한 것에 대해서는 결연한 반격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보복 조치를 천명하는 등 발끈했다.
 
델타에 이어 오미크론 변이바이러스가 확산하는 코로나 상황에서도 중국은 오래전부터 선제적으로 해외입국자에 대해 2주간 격리 등을 통해 올림픽이 열리는 베이징과 주변 도시에 대한 이중삼중의 방역 조치를 취해왔다.
 
무엇보다 지난 11월 중국공산당 ‘19기 6중전회’를 통해 중국공산당 역사상 세 번째 ‘역사결의‘까지 채택하면서, 시 주석을 마오쩌둥, 덩샤오핑과 같은 3대 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으며 2022년 당 대회에서의 황제대관식의 정지작업을 해 둔 중국공산당으로서는 미국의 어깃장이 난감하고 불쾌할 것이다.
 
새해를 시작하면서 개막할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은 중국이 야심 차게 시 주석의 지도력과 3연임을 세계에 과시하는 정치 이벤트다. 미국의 올림픽 김 빼기는 시 주석을 머리끝까지 화나게 한 횡포가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게다가 ‘내정간섭’이라며 불편해 온 신장 인권 문제를 보이콧 사유로 제시하자 중국은 강력한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며 맞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섰다.
 
이미 중국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개최를 통해 ‘중화굴기‘를 전 세계에 과시한 바 있다. 그때까지만 해도 후진타오 시대의 중국은 덩샤오핑 이후 오랫동안 지켜오던 ’도광양회’(韜光養晦·자신의 재능이나 명성을 드러내지 않고 참고 기다린다)에서 벗어나 ’화평굴기’를 내세웠을 뿐이다.
 
시 주석은 그러나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중국의 꿈’을 현실화하고자 한다. 그는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회라는 집단지도체제는 물론이고 3연임 금지 규정도 무력화시키고 ‘7상8하‘ 원칙도 스스로 허물어버리고자 한다.
 
미국의 올림픽 보이콧은 시 주석의 야심만만한 장기집권 구상을 통한 중국몽 실현을 좌시하지 않겠다는 외교적 선언인 셈이다.
 
사실 시 주석의 구상이 현실화하는 내년 말, 미중이 군사적으로 충돌할 수도 있는 갈등과 긴장국면이 조성될 공산이 크다. 미국을 추월하려는 시 주석의 꿈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대만과의 통일을 앞당기려는 ‘하나의 중국‘ 시도로, 미중 군사 충돌로 비화할 수도 있다.
 
중국은 그렇다면 어떻게 대응하게 될까? 당장 다른 서방국가들의 외교적 보이콧이 이어질 경우, 아예 정부 대표 초청을 최소화하고 선수단 참가를 통한 ‘간소한’ 올림픽을 치른다는 플랜B를 준비하고 있다. 이는 보이콧사태를 방지하면서 시 주석의 정치적 타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데다 선수단에도 적용하는 2주간 격리조치 등의 강력한 코로나 방역 지침에도 맞는, 중국공산당이 선택할 수  있는 고육책이 될 수 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이 동북아 긴장 완화나 평화구축의 계기가 되긴 애초부터 글렀다.
 
서명수 슈퍼차이나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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