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 이제는 끝내야)①안 풀리는 '장기전'…"종전선언, 비핵화 징검다리"

2006년 미 부시 대통령 제안 후 힘겨운 논의 중
전문가들 "북 비핵화와 대북 완화 교환해야"
"판문점 선언 비준·시민사회 활동 시급"

입력 : 2021-12-13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한국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70년 가까이 멈춘 상태다. 평화협정 전 종전선언이 거론된 지 오래지만, 각국 이해조정 과 비핵화 순서, 실효성에 대한 의문 등으로 논쟁만 되풀이 되고 있다. 정부에만 평화를 맡길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다. <뉴스토마토>는 시민 전문가들의 생각을 중심으로 종전선언의 의미와 당위성 그를 바탕으로 한  활로를 모색해봤다.<편집자주>
 
지난 8월 미군이 20년 만에 아프가니스탄에서 철수하면서 미국이 가장 오랫동안 참전한 전쟁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하지만 이번달 13일까지 한반도에서는 1953년 7월27일 휴전협정 이래 전쟁을 멈춘 정전체제가 이어져오고 있을 뿐 전쟁이 끝나지 않았다. 냉전에다가 북한의 핵무장 시도가 이어지면서 전쟁을 끝낼 평화협정이 맺어지기 힘들어졌다.
 
때문에 기존 정전체제도 평화협정도 아닌 종전선언이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하게 된다. 전쟁을 종료시켜 상호 적대 관계를 해소시키고자 하는 교전 당사국 간 공동의 의사 표명을 뜻한다. 2006년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 포기를 전제로 한 종전선언을 제시했고 2007년 10·4 남북정상선언에서 종전선언 추진 협력이 명시됐다. 2006년에는 평화협정과의 구분이 모호했으나 세월이 흐르면서 점차 정전체제와 평화협정의 중간 단계라고 인식되게 된다.
 
지난 2018년 4월28일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판문점선언 채택 사실을 알리며 '종전선언'과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한 사실까지 모두 공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TV 캡처=뉴시스
 
이후 한동안 잊힌 종전선언은 2018년 4·27 판문점 선언에 다시 등장했다. 같은해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에서도 논의됐으나 더 진전되지 않자 북한은 10월 "연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게다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의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지난해 6월 북한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최근 미국의 2022 중국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바이든 미 정부의 첫 대북제재 등으로 인해 종전선언 논의는 험로를 걷고 있다.
 
종전선언을 두고는 특히 미국과 북한의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다. 북한은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안전 보장을 '완전한 비핵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해왔다.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지난 9월24일 북한에 대한 이중기준과 적대 정책 철회를 종전선언의 선결 조건으로 내세웠다. 북한이 주장한 이중기준이란 한국·미국이 북한의 군사력 증강을 모두 도발로 간주하면서도 한국미국 자신들의 군사력 증강을 ‘대북 억제력 확보’로 명명하는 것이다.
 
바이든 정부는 완전히 명시적인 입장을 보이지는 않고 있지만, 한반도 비핵화와 종전선언이 연동될 수 있는지 의구심을 품고 있다고 분석된다. 북한이 선결조건으로 내건 대북 적대 정책 철회에 대해서는 "적대 정책은 애초에 없다"면서 조건 없는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 중이기도 하다.
 
각국의 이해관계를 감안할 때 전쟁을 끝내려면 북한의 비핵화 추진과 미국·한국의 대북 완화 정책이 교환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나온다. 지난달 통일부 산하 통일연구원이 주최한 학술대회에서 이남주 성공회대 중국학과 교수는 "종전선언은 상호위협을 감소시키는 변화가 병행돼야 한다"며 "북은 핵과 ICBM 실험 중단을 더 구속력이 있는 방식으로 약속하고, 한국과 미국은 제재완화를 포함해 민생 관련 협력을 보장할 수 있는 조치를 교환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종전선언 통해 적대시 정책하지 않는다는 상징적인 조치를 약속하고 평화체제 구축 위한 프로세스, 비핵화 프로세스를 동시 진행하자"면서 "종전선언을 통해 핵 동결 시키고 점진적으로 군비통제하는 방식으로 완전한 비핵화의 단계적 목표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도 "종전선언이 비핵화 분위기 만들고 징검다리 역할을 한다"며 "종전선언과 비핵화 중 어느 것이 먼저라는 개념적 분리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4일 유엔사 장병들이 경기도 파주시 판문점 자유의 집에서 비무장 상태로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사진/뉴시스
 
아울러 휴전협정의 사실상 당사자인 중국과 미국이 2022년 베이징동계올림픽 '외교적 보이콧' 등 갈등을 이어가는 것이 꼭 종전협정 걸림돌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고 원장은 "비핵화 목표는 미중의 공동목표"라면서 "정부는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동계올림픽 때까지 미룰 이유와 시간이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종전선언으로 교착된 한반도 정세가 돌파구가 되려면 국내외 정치권이나 시민사회가 정부의 의지를 불러일으킬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지난달 통일연구원 학술대회에서 이혜정 중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현재 (한반도 정세)가 만족스럽지 않고 바람직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던질 수 있어야 한다"며 "(종전선언이 명시된) 판문점 선언을 비준해야 할 것 같다"고 제안했다.
 
고 원장은 "정전체제에 괜히 손대서 안보 불안과 혼란이 온다고 불안해 할 사람들이 있다"며 "시민사회는 정전체제로 인한 소모적인 군비경쟁과 일상의 불편, 항구적인 평화질서로 인한 시민의 혜택 등을 일깨우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 10월25일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주최로 열린 '한반도 종전 선언과 2030 미래 구상 포럼'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다. 사진/뉴시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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