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 구애 대신 잇단 실언만…윤석열, 실패한 호남 1박2일(종합)

"가난하면 자유몰라"·"외국서 수입한 민주화운동" 등 잇단 실언만 부각
수소산단·AI데이터센터 등 미래산업 육성 의지 묻혀

입력 : 2021-12-23 오후 5:48:35
[광양=뉴스토마토 김동현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가 당 내홍을 뒤로 하고 어렵게 호남행에 나섰지만, 잇단 실언만 남긴 채 일정을 마무리했다. 극빈층 비하, 민주화운동 부정 등 해석에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발언들로, 호남 선물로 들고 간 미래산업 청사진이 묻혔다.
 
윤 후보는 23일 전남 순천시 에코그라드호텔에서 열린 전남 선대위 출범식에서 "1980년대 민주화운동을 하신 분들도 많지만, 그 민주화운동이 그야말로 자유민주주의 정신에 따라 한 민주화운동이 아니고, 외국에서 수입한, 나라 밖에서 수입한 이념에 사로잡혀 민주화운동을 한 분들과 같은 길을 걸은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권 출신의 86그룹에 매몰된 현 정부의 인사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왔지만 민주화운동을 부정하는 말로 비화됐다. 
 
윤석열 후보가 23일 전남 광양시 여수광양항만공사에서 열린 전남 경제인 간담회에 참석했다. 사진/김동현 기자
 
논란이 되자 윤 후보는 적극 해명하며 사태 수습에 애썼다. 전남 광양시 여수광양항만공사를 둘러본 뒤 기자들과 만나 "민주화운동이 외국에서 수입된 것이 아니라 외국에서 수입된 이념이, 그 이념에 따른 운동이 민주화운동과 같은 길을 걸었다(는 것)"이라며 "문민화 이후에도 그런 이념 투쟁들, 이념에 사로잡힌 운동권에 의해 사회 발전이 발목 잡힌 경우가 많았다는 말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윤 후보는 그러한 이념들로 종속이론, 주체사상 등을 꼽았다.
 
이외에도 "민주당에는 들어갈 수 없어 부득이하게 국민의힘에 입당했다"는 이날 발언에 대해서도 "정치를 시작하며 '9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가 같으면 (함께)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했다"며 "국민의힘이 9가지 다른 생각 가진 분을 다 포용할 수 없는, 선뜻 내키지 않는 정당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민주당에 대척점에 있는 정당으로서, 자유민주주의를 존중하는 기본적인 입장을 가졌기 때문에 국민의힘이 더 혁신하고 지지를 포용할 수 있는 정당이 되게 하겠다고 말씀드린 것"이라고 재차 해명했다.
 
윤석열 후보가 23일 광주AI데이터센터 건립 현장을 찾아 관계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김동현 기자
 
윤 후보는 지난 22일부터 1박2일 호남 일정을 통해 전북 수소특화산업단지·새만금33센터, 전남 광주AI데이터센터 건립지·여수광양항만공사 등을 차례로 방문했다. 침체된 호남 경제의 재도약을 위해 지역의 미래산업 육성 의지를 강조하기 위함이었지만 자신의 연이은 실언으로 빛이 바랜 상황이다. 윤 후보는 전날 전북대 학생과의 만남에서도 "극빈의 생활과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 뿐 아니라 자유가 개인에게 왜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자유의 본질과 공동체의 가치를 설명하는 과정이었지만, 윤 후보의 해명이 필요했다.
 
윤 후보는 이날 정제되지 않은 표현이 이어진다는 지적에 "정제되지 않은 것이 아니고 말을 하면 취지의 앞뒤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빈곤층을 폄훼한다고 하는데 상대 진영에서는 늘 해오던 것처럼 마타도어(흑색선전)식"이라며 "말 취지를 보면 어려운 분을 더 도와줘야 한다는 것이 자유주의(라는 설명)"이라고 덧붙였다.
 
광양=김동현 기자 esc@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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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