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가제→신고제' 1년 지났는데…'평균 데이터' 기반 통신요금제 출시 '깜깜'

요금제 개편 부담 줄었지만…소비자 니즈 맞는 요금제 '0개'
26GB 평균치 맞춘 요금제 출시 목소리↑

입력 : 2022-01-06 오후 3:35:23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이통사의 '요금인가제' 규제가 '유보신고제'로 완화된 지 만 1년이 넘었지만, 소비자들이 요구하는 '평균 데이터 사용량' 요금제가 출시되지 않고 있다. 3만~5만원대 중저가 요금제가 출시되긴 했지만, 데이터 용량이 적어 소비자 수요에 맞지 않다는 평이 나온다. 유보신고제 전환 취지인 '새롭고 다양한 방식의 요금제 도입'을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6일 업계에 따르면 이통3사(SK텔레콤(017670)·KT(030200)·LG유플러스(032640))의 5G 요금제 중 현재 평균 데이터 사용량에 해당하는 '10GB 이상 100GB 미만' 요금제는 없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국내 5G 가입자의 월평균 데이터 사용량이 약 26GB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요금제가 단 1개도 없는 것이다. 
 
다양한 데이터 용량 요금제의 필요성은 5G 출시 당시부터 꾸준히 강조돼왔다. 이통3사의 요금제가 15GB의 중저가 요금제 다음에 100GB의 고가 요금제로 바로 뛰어 소비자 선택권을 저해하기 때문이다. 15GB 이상 데이터를 사용하는 고객은 울며 겨자 먹기로 100GB 요금제를 사용해야 한다. 
 
자료/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실
 
이통3사의 5G 요금 데이터 제공량 편차가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은 5G 상용화 직후인 2019년부터 매년 국정감사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된 사항이다. 지난해에도 더불어민주당 김상희 의원이 이를 지적한 바 있다. 김 의원은 당시 "5G 상용화 3년이 된 시점에서 소비자 평균 사용량에 알맞은 다양한 요금제 신설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실에 따르면 영국의 이통사 'EE'는 5G 요금제는 1GB·3GB·10GB·40GB·100GB·무제한 등으로 다양하게 판매하고 있고, 독일의 '보다폰'과 'O2'도 20GB·40GB·60GB 요금제가 존재한다. 
 
 
이통3사는 사람마다 평균치가 달라 수요 조사 등 다양한 사안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단기간에 결정될 사안이 아니라는 해명을 반복하고 있다. 요금제를 한 번 내놓으면 바꾸기 어렵다는 점도 강조한다. 그러나 지난 2020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면서 1위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에 걸려있던 '요금인가제' 규제가 '유보신고제로' 바뀌어 기간통신사업자도 좀 더 쉽게 새로운 방식의 요금제를 도입할 수 있게 됐다. 요금제 개편 부담이 줄었음에도 이통3사 중 어느 곳도 움직이고 있지 않은 것이다. 
 
과점 시장 형태를 띄고 있는 이동통신 시장 특성상 한 곳이 중간 용량의 요금제를 만들면 다른 두 곳도 유사한 형태의 요금제를 내놓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3사 모두 현 요금제보다 이익이 줄면서 경쟁은 심화되는 상황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보신고제 도입 이후 이통사들은 3만~5만원대의 중저가 요금제를 신규 출시했다. 그러나 중간 용량에 해당하는 데이터 요금제는 없었다. 당시 SK텔레콤이 출시한 요금제는 3종으로 각각 5GB·200GB·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가 출시한 요금제도 각각 12GB·150GB를 이용할 수 있었다. KT가 2020년 출시한 중저가 요금제도 5GB와 110GB 용량이다. 
 
시민단체는 가격만 내릴 것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실질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요금제가 나와야 한다고 지속적으로 요구 중이다. 윤명 소비자시민모임 사무총장은 "요금은 내렸다고 하지만 데이터를 조금밖에 사용할 수 없어 어차피 소비자들은 고가의 요금제로 갈 수밖에 없다"며 "사업자들이 본인들의 이익만을 따지다 보니 소비자들의 필요나 요구를 반영하지 않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사진/뉴시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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