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 질문 보도 안돼"vs"김건희는 영부인 후보자"

기자와 '7시간45분 통화'내용 방영 앞둬
김건희 측 "정치적 목적으로 유도질문"
MBC 측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쉽게 영향 줘"

입력 : 2022-01-14 오후 3:05:31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기자와의 통화 내용을 방송하지 말아달라며 낸 소송에서 통화 녹음·공개의 공익성을 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21부(재판장 박병태)는 14일 오전 김씨가 MBC를 상대로 낸 방송금기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다.
 
이날 김씨 측은 기자의 통화 녹음 목적이 처음부터 정치적이었고 김씨가 유도질문에 넘어가 방송을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대리인은 "(기자가) 2021년 여름부터 취재 형식 통화가 아니라 '자신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는 피해자(김씨)를 도와줄테니 자기와 친분관계를 유지하며 친하게 지내보자. 취업도 시켜달라'며 친분관계를 형성하고 사적 대화를 녹음해 이를 공개하겠다고 한 상황"이라며 "기자가 처음부터 어떻게 김씨의 환심을 살 수 있을지 주위 사람들과 논의하며 정치적 목적에 필요한 답변을 듣겠다 하고 녹음했다고 한다"고 말했다.
 
반면, MBC 측은 "누구나 알듯이 채권자(김씨)께서 유력 대통령 후보의 부인이기 때문에 보도의 필요성이 생긴 것"이라며 "(영부인은)대통령에게 가장 쉽게 영향력을 줄 수 있다"고 맞섰다. 이어 "'영부인 후보자'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다"면서 "김씨가 가지는 견해와 영향력은 우리 사회에서 공적인 관심사안"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씨 측의 변론을 방송에 반론으로 반영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앞서 국민의힘 측에 문자메시지로 방송이 예정된 내용에 대한 반론을 물었다고도 강조했다.
 
김씨 측은 "개인적 대화라 김씨가 어떤 내용을 말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며 "알지 못하는 것을 문자메시지로 반론하겠느냐고 물었다는 건 실제로 반론권을 보장하지 않았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통화 녹음 보도의 공익성이 없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해 목적성 인정이 안되고 기망에 의해 마치 도와줄 것처럼 해서 답변을 유도해 수단의 정당성이 없다"며 "통화 전체를 녹음해 피해의 최소성도 인정 안된다"고 말했다. 
 
통화 내용 공개는 언론 자유와 거리가 멀다는 주장도 했다. 대리인은 "김씨 입장을 확인하기 위해 녹음했다는데 공식적 루트로 확인 보도하는 것이 언론의 올바른 자세"라며 "이 사건은 정치적 목적으로 접근해 의도적으로 답변을 유도한 뒤 답변이 김씨의 기본 입장인 것처럼 보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통화 내용이 방영될 경우 민사상 손해배상과 형사고소를 이어갈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그러나 MBC 측은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봤듯이 MBC의 전파력보다 김씨의 권력을 통한 전파력, 국민에 대해 전해지는 전파성이 훨씬 강력하다"며 "'특정 언론에 이렇게 하겠다'는 내용이 있는데 이런 내용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는 반드시 실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씨는 오히려 방송 전이든 후든 강력한 대중에 대한 전파력을 가지고 만약 이 방송으로 잘못된 점 있다면 바로잡을 힘도 있다"고 덧붙였다.
 
MBC 측은 방송 후 김씨 측이 반론을 내놓으면 해당 내용을 추가해 후속 방송을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4시까지 MBC로부터 보도될 통화 내용을 제출하라고 했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를 근거로 이날 안에 가처분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12일 김씨가 6개월간 20여차례 A매체 기자와 통화했고 7시간에 달하는 내용이 방송으로 공개된다고 보도했다. 이 방송은 MBC '스트레이트'로 알려졌다.
 
오마이뉴스는 이 통화에 문재인 정부 비판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검찰수사, 정대택씨 국정감사 증인 불출석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내용과 사생활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기자와의 7시간 통화 내용 방송을 막아달라며 김건희씨가 낸 방송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이 끝난 14일 서울서부지법에서 김씨의 대리인들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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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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