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채무자 고름 짜 역대급 실적낸 금융사

입력 : 2022-02-11 오전 6:00:00
 
작년 한 해 금융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코인·주식 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서 대출이 늘어난데다 금리 상승까지 영향을 미쳤던 결과다. 금융사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 그야말로 때 아닌 호황을 맞으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중이다.
 
주요 4대 금융지주의 작년 당기순이익을 보면 입이 떡 벌어진다. KB금융이 4조4096억원으로 1위를 차지한 가운데 신한금융그룹이 4조193억원을 벌어들이며 '4조 클럽'에 가입했다. 하나금융그룹도 그룹 출범 후 처음으로 당기순이익 3조원을 넘어섰고 우리금융그룹은 2조5879억원의 실적을 달성했다.
 
금융사들의 이 같은 호실적엔 금리 인상이 가장 큰 요인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마디로 ‘이자 장사’를 잘한 것이다. 실제로 4대 금융그룹도 작년 이자 수익이 전년보다 크게 증가하며 전체적인 실적 호조세를 견인했다.  
 
높은 이자 수익의 배경엔 역대 최고 수준의 예대금리가 있다. 예대금리란 총대출금리에서 총수신금리를 뺀 차이를 말한다. 예대금리차가 클수록 대출금리는 높고 수신금리는 낮은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작년말 한국은행에 집계된 예금은행들의 예대금리차는 2.21%p를 기록했다. 이는 2019년 8월 이후 가장 큰 격차였다.
 
결국 금융사들이 소비자들에게 높은 금리로 대출을 내주고 낮은 금리로 예금을 받으면서 막대한 이윤을 취한 셈이다. 물론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도 있겠지만, 예대금리차가 금융사 자율에 따라 움직이는 것을 감안하면 소비자들에게 이자 부담을 전가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치권은 이 같은 상황을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이자 편취로 보고 이를 막기 위해 벌써부터 여러 규제 법안을 내놓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여기에 대선 후보들도 다양한 금융 규제 공약으로 가세하며 금융사의 이자놀음은 사회적 논란이 되고 있다.
 
하지만 규제가 정답은 아니다. 오히려 시장 자율성을 침해하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금융사들 스스로 바뀌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의 이윤 추구도 중요하지만 그 과정에서 과도하게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끼쳐서는 안 된다.
 
금융당국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예대금리차가 가파르게 상승할 경우 가산금리 산정에 리스크가 적절하게 설정됐는지, 금융사 간에 담합의 요소는 없었는지 금융당국이 면밀히 살펴봐야 한다. 금융사들의 실적 잔치에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정등용 기자 dyzpow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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