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일 확진자 60만명 시대…감염은 곧 생존 게임

코로나 확진 직접 겪어보니…환자 급증에 검사부터 진료 신청까지 험난
시스템 있지만 작동 안돼…'각자도생' 밖에 답 없는 상황

입력 : 2022-03-17 오후 3:26:06
[뉴스토마토 김진양 기자] 일일 확진자 수가 60만명을 돌파했다. 한 달 전만해도 9만명 수준이었던 일간 확진자 수는 최근 들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확진자 수가 대폭 불어나면서 현장에서는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누가 감염이 되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상황이 됐고 확진 판정을 받는 그 순간부터 생존 게임은 시작됐다. 
 
기자의 가족 구성원 중 코로나19 증상이 처음 나타났던 지난 7일은 신규 확진자 수가 20만2721명으로 나흘 연속 감소세를 보이던 날이었다. 등원 준비를 하던 만 5세 아들이 발열 증세가 있어 자가진단 키트로 검사를 해보니 선명한 한 줄과 희미한 한 줄, 총 두 줄이 떴다. 
 
그 순간 모든 일상이 중단됐다. 아이들은 등원을 멈췄고 기자와 남편은 출근길에서 돌아왔다. 열이나는 큰 아이를 데리고 집 근처 보건소로 향했지만 이내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었다. 9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지만 보건소에는 400~500명은 족히 돼보이는 사람들이 이중으로 줄을 서 있었다. 인근 선별진료소도 상황은 비슷했고 유료로라도 검사를 받으려 병원으로 갔더니 이미 오전 접수가 마감이었다. 
 
당시만해도 PCR 검사 결과만 확진으로 인정이 되던 터라 검사가 시급했지만 검사를 받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결국 당일 오후 1시부터 운영되는 선별진료소를 찾아 미취학 아동 우선 입장 혜택으로 검사를 마칠 수 있었다. 민간 병원에서의 신속항원검사 결과만으로도 확진 판정이 가능한 14일부터는 선별진료소의 PCR 검사 줄은 다소 줄어들었다. 대신 확진 판정과 동시에 처방약을 받아갈 수 있는 병원으로 사람들이 몰리면서 코로나19는 여전히 감염 초기부터 험난한 여정을 예고한다. 
 
PCR 검사를 받기 위한 선별진료소 앞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다. (사진=김진양 기자)
 
큰 아이의 확진 이후 기자와 남편의 감염이 이어졌다. 오미크론 변이는 무증상과 경증 환자가 많다는 보도를 수 차례 접해왔던 터라 한 번 앓고 지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 오산이었다. 다행히도 큰 아이는 정확히 이틀 동안 열이 나고 정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기자 부부는 발열, 오한, 극심한 근육통, 인후통, 기침, 메스꺼움, 가슴 통증, 코막힘 등의 증상이 순차로 나타났다. 약국에서 구매한 상비약을 복용해봤지만 전혀 차도가 없었다. 
 
그날은 마침 20대 대통령 선거가 있는 공휴일이었고 집 근처 대부분의 병원은 문을 열지 않았다. 평소 휴대폰에 미리 설치해 둔 비대면 진료 앱을 열었다. 그나마 영업을 하고 있는 병원을 골라 접수를 시도했으나 대부분이 인원 초과로 인한 마감이었다. 기자보다 일주일 내지 열흘 정도 먼저 확진됐던 지인들이 비대면 진료에 대한 각종 팁들을 알려주었지만 모두 '인원 초과'라는 벽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었다. 결국 다음날이 되어서야 동네 이비인후과에 홈페이지 예약을 통해서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
 
격리 4일차, 가장 우려했던 일이 벌어졌다. PCR 검사에서 홀로 음성이었던 둘째가 열이 나기 시작했다. 누가 봐도 확진일 수 밖에 없는 상황, 하지만 부부가 모두 격리 중이었던 탓에 아이를 데리고 검사를 받으러 나갈 수가 없었다. 재택치료센터에 문의를 하니 보건소에 이동검체 신청을 하면 된다 했다. 
 
통화중이었다. 100통이 넘게 연결을 시도했지만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했다. 다시 재택치료센터에 문의를 하니 피치 못할 경우에는 선별진료소만 다녀오는 목적으로 보호자 1명이 동행할 수 있다고 답을 줬다. 어차피 선별진료소에는 확진자들이 다수 드나들기 때문에 자차 혹은 도보로 다녀오는 것은 괜찮다고 했다. 
 
보건소에 이동검체 신청을 하려 했지만 100통을 넘게해도 연결이 되지 않았다. (사진=김진양 기자)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만 5세의 큰 아이와 달리 24개월을 갓 넘긴 둘째는 해열제와 종합감기약만으로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았다. 열이 떨어지나 싶다가도 밤만 되면 체온이 39℃를 넘나들었다. 의사소통도 제대로 되지 않는 어린 아이라 정확히 어디가 불편한지 파악하기도 어려웠다. 대면진료를 시도해보기로 했다. 
 
역시나 전화 연결이 난관이었다. 그래도 이번엔 가까스로 통화가 됐고 한 자리가 남았다는 진료도 예약할 수 있었다. 역시 자차로만 병원으로 이동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예약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병원은 그야말로 전쟁통이었다. 일반 외래 환자와 확진자들을 분리해 진료를 할 것이란 예상과 달리 모든 환자가 한 데 어우러져있었다. 단순 감기, 장염 증세 등으로 내원한 아이, 신속항원검사를 위해 내원한 아이 그리고 기자처럼 코로나19 확진으로 대면 진료를 온 아이까지 진료 대기실은 혼란으로 가득했다. 대기실과 진료실에는 환자간 감염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대형 음압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병원에 왔다가 병을 얻어갈 수도 있겠다는 공포심이 들기 충분했다. 
 
큰 아이의 발열로 시작된 격리가 둘째의 격리 해제와 함께 열흘간의 대장정을 마쳤다. 다행히 우리 가족은 생존에 성공했다. '슈퍼 항체 보유자'라는 웃픈 타이틀도 얻었다. 성인이 된 후 앓았던 질병 중 가장 아팠던 며칠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우린 '경증' 환자였다. 재택치료는 분명 매뉴얼대로 이뤄지고 있었지만 원활하게 진행되지는 못했다. 공무원, 의료진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었지만 연결도 되지 않는 각종 기관의 연락처만 붙잡고 있던 확진자들은 애가 탔다. 가정 내 영아가, 고령자가 있을 땐 더욱 그랬다. 
 
코로나19의 기세는 여전히 맹렬하다. 혹자들은 전염병 유행의 정점이 지나고 있다는 낙관론을 펼치고도 있지만 아직 감염이 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의미 없는 외침에 가깝다. 이 길고도 지리한 싸움에서 이기기 위한 유일한 대안이 '준비' 밖에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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