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핑크수소 뜨나…'청정수소 차등화'에 업계 예의주시

정부, 무탄소 우대 기조 속 대통령 당선인 공약 변수
전문가·환경단체 우려 관건…"단계적 편입 바람직"

입력 : 2022-04-11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원전에서 생산하는 '핑크수소'가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산업계는 정부가 추진해 온 청정수소 지원 체계에 핑크수소가 포함되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현재 수소법 개정안들이 소관 위원회에서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법안의 청정수소 정의에 재생에너지에서 비롯된 그린수소만 포함하자고 주장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핑크수소도 포함하자고 맞서고 있기 때문이다.
 
수소는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배출하는 정도에 따라 분류가 나뉜다. 세부적으로 보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수소는 그린수소 △LNG(천연가스)를 통해 생산하거나 철강·정유·화학 등 제조 과정에서 자동으로 나와 탄소를 배출하는 그레이수소 △그레이수소의 탄소를 포집해 저탄소로 만든 경우는 블루수소 △원전에서 생산해 무탄소나 저탄소지만, 안전 이슈를 동반하는 핑크수소 등이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월 국회에 정부 수정안을 제안했다. 이 수정안은 청정수소의 정의를 무탄소 수소와 저탄소 수소로 나누고, 각각 차등으로 지원해 그린수소를 우대하는 방향으로 제도화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권 교체로 새 정부와 국민의힘의 의견이 관철될 확률이 높아지게 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공약으로 수소병합 원전 개발과 수출 상품화, 수소 생산·재생 에너지와 연동이 용이한 혁신 SMR(소형 원자로) 개발을 내걸었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수소법)' 개정안들이 소관 위원회에서 1년 가까이 계류 중이다. 정부는 개정안에 원전을 포함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사진은 신고리1·2호기. (사진=한국수력원자력)
 
산업부의 '청정수소 차등화'에 따라 업계의 희비가 갈릴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산업부는 수정안을 제시할 당시 청정수소 정의에 핑크수소를 원천적으로는 배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부가 원전을 통해 수소를 생산하겠다고 방침을 정하면 청정수소 범위에 포함된다. 무탄소로 생산된 핑크수소는 애초 1월 정부 수정안대로라면 블루수소보다 인센티브를 더 받게 되는 셈이다. 
 
기업들은 차등화 자체에는 찬성하면서도 온도 차를 보이고 있다. 원전업계는 법의 빠른 통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에 반해 그레이수소나 블루수소로 시작해 그린수소로 나아가려는 정유, 화학, 철강 등 업계는 인센티브 부여 방식을 주시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실제로 수소의 인센티브 가중치가 어떻게 나오는지를 봐야 할 것"이라며 "원전에 지원이 더 이뤄진다 한들 모든 수소를 '핑크수소'로 만들 수는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소법은 환경단체와 에너지 전문가들의 우려도 관건이다. 그동안 블루수소와 그레이수소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표명해 왔던 환경단체 기후솔루션은 새 정부의 원전 행보에도 곱지 않은 눈길을 보내고 있다. 
 
김원상 기후솔루션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정부가 내놓을 원전 정책을 두고 볼 것"이라면서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가 최근 낸 보고서에서 보듯이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원전보다는 재생 에너지가 더 저렴하다"고 설명했다.
 
원전 사용을 배제하지 않는 에너지 전문가들 역시 핑크수소의 인센티브 포함에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백철우 덕성여대 국제통상학 교수는 "수소 자체를 만들기 위해 원전을 가동할 때는 국민 수용성이 아마 높지 않을 것"이라며 "법에 핑크수소를 넣으려고 하다가 법제화 자체가 안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원전 건설 내지 연장 재개도 당장 될 수 없고, 최소 3년~5년이 걸린다"며 "수소 시장을 조기 안착시키고, 핑크수소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단계적으로 편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인다"고 제언했다.
 
부경진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도 "수소 생산을 위해서는 소형 원자로가 필요하다"며 "반대 의견까지 감안할 때는 수년, 10년, 20년은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수 서울대 기술경영경제정책협동과정 교수 역시 "수소를 사용하는 데 사회가 익숙해져야 한다"며 "수소법에 핑크든 그레이든 포함하고, 인센티브 대상으로는 하지 않는 방식으로라도 빨리 법을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산업부는 원전의 수소 생산을 배제하지 않되 단가를 산정해보겠다는 입장을 취했다. 산업부 관계자는 "인센티브 지원은 기본적으로 단가가 가장 싼 그레이수소와의 차액을 일부 보전해주겠다는 의미"라며 "원전에서 수소가 얼마나 나오고, 단가가 얼마인지를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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