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검사들이 먼저 '수사 공정성 담보 방안' 제시했다

"검수완박 반대 절박…검찰 신뢰 회복 위해 노력"
전국 평검사 회의 정례화·국민참여 법제화 제안

입력 : 2022-04-20 오후 1:27:55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전국 평검사들이 20일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막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중립성 확보하기 위해 정기적인 평검사 대표회의 개최와 중대범죄 수사 과정에서의 국민 참여를 제안했다.
 
앞선 전국 고검장·검사장 회의 등 검찰 수뇌부 회의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검찰 신뢰 회복 방안이 평검사들 입에서 가장 먼저 나온 것이다. 이들은 검찰 신뢰 회복 방안과 함께 검수완박의 위헌성과 실무적 문제점도 짚으며 법안에 반대 입장을 강조했다.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검찰청에서 남소정 울산지검 검사(왼쪽)와 임진철 서울중앙지검 검사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에 대응하기 위해 열렸던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 결과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뒷줄 왼쪽부터)김진혁 대전지검 검사, 최형규 대전지검 검사, 윤경 의정부지검 검사, 김가람 서울북부지검 검사. (사진=연합뉴스)
 
전국 평검사 회의에 참석한 207명의 검사들은 회의 결과를 발표하며 "수사의 개시 과정·진행 과정·종료 과정이 투명하지 못해 비판이 실제로 있다는 것을 모두 알고 인지하고 있다"며 "평검사들도 내부적·외부적 통제 장치를 가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참여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말했다.
 
지난 19일 저녁 7시 시작해 10시간 넘게 이어진 마라톤 회의 끝에 검찰 수사의 중립성과 공정성을 담보 방안을 내놓은 것이다. 검수완박 논의가 검찰 수사 공정성에 대한 비판 여론 때문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스스로 바로잡겠다는 의미다.
 
평검사들은 "저희 평검사들이 논의하게 된 이유는 성폭력 범죄, 강력 범죄, 보이스피싱 범죄 등 국민들께서 일상에서 마주칠 수 있는 대다수의 민생범죄, 대형경제범죄 등 사회 질서를 어지럽히는 범죄들로부터 국민을 더 이상 보호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절박한 심정 때문"이라며 검수완박에 반대하는 입장을 강조하고 검찰 수사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내부적·외부적 장치를 각각 제시했다.
 
내부 견제장치로는 '평검사 대표회의 정례화·법제화', 외부 통제장치로는 '국민의 중대범죄 수사과정 참여'가 내부 견제장치로는 '평검사 대표회의 정례화'가 제시됐다. 이들은 고위 간부가 아닌 평검사들을 통해 조직 전체를 견제·감시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을 시작으로 법원의 공정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국 판사들이 참석하는 전국법관대표회의를 정례화 한 것과 유사하다. 지금까지 전국 평검사 회의는 검사들의 의견을 모아 필요시에만 개최됐다. 
 
회의의 간사를 맡은 김진혁 대전지검 검사는 "회의가 이례적으로 이슈가 있을 때만 열리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번 회의를 계기로 (전국 평검사 회의를) 정례화하고 법제화해서 내부적 견제 장치로서 수사 공정성에 대해서도 발언하고 감시할 수 있는 계기로 활성화하겠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회의를 정례화·법제화하려면 대검찰청의 도움이 필요하다. 평검사들은 이 부분에 대해 대검과 논의할 계획이다. 김 검사는 이어 "실제로 어떻게 작동될지 구체적인 상은 없지만, 특정 사건에 대한 개입이 아닌 인사나 수사 기준 등 안건을 마련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 나가면 저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볼 수 있는 단초를 만들 수 있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19일 오후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대응하기 위한 평검사회의가 열리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회의에 참석하는 검사들이 청사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국민의 중대범죄 수사과정 참여'는 수사 과정을 투명하게 해 검찰 신뢰를 높일 외부적 통제 방안이다. 회의에서는 영미법계의 대배심제도나 수사심의위원회의 법제화 등이 거론됐다. 구체적인 계획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평검사들이 나서서 직접 외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는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수사심의위에 참여했던 검사들이 관련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외부적 통제 장치를 개선할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김 검사는 "반드시 어떤 형태여야 한다가 아니라 수사심의위의 강화, 미국식 대배심을 한국식으로 개선해 도입다는 것이 가능하지 않겠는가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평검사 회의에서 제시된 개혁 방안도 흐지부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김 검사는 "150명 참석을 예상했는데 200분이 넘게 왔다. 그만큼 검찰 조직의 위기 상황에 대해서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모두가 적극적으로 참여해 발언하려는 모습이 있었다. 그런 의지를 이어 나간다면 좋은 미래 희망을 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다만, 검찰의 비판 지점을 구체화하는 데는 다소 한계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수사 공정성 시비가 있었던 사건을 간접적으로만 전해 듣다 보니 방향성 외에 구체적인 사안을 설정하지는 못했다는 것이다.
 
김 검사는 "사실 검사들 사이에서는 다른 사람의 사건 기록을 직접 보지 않아 왈가왈부하지 않는 것이 불문율이다"며 "저희가 어떤 지점을 반성해야 하는지, 어떤 지점을 성찰해야 하는지 대상에 대해 구체적으로 할 필요가 있겠다는 논의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대응을 위한 '전국 평검사 대표회의'를 마친 검사들이 20일 새벽 서울중앙지검을 나서고 있다. 19일 오후 7시부터 서울중앙지검 2층 대강당에서 시작한 회의는 20일 오전 5시가 지나 끝났다. (사진=연합뉴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평검사들이 외부 통제는 물론이고 자신들이 주체가 되는 내부 통제를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을 높게 평가했다. 검찰 간부들 회의에서 언급된 특별법 제정이나 국회 특별기구 설치 등 외부에 중심을 둔 개선책이 아닌 '자구책'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 박 장관은 "제가 처음부터 수사의 공정성이 본질이라고 말씀드렸다"며 "평검사들의 논의 결과가 (개선 방안이 없어) 아쉽게 느껴졌던 고검장 회의, 지검장 회의…검찰 수뇌부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가 그 부분도 큰 관심과 기대를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배한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