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품는 KG그룹…승자의 저주 우려에 ‘급락’

예비 인수예정자로 KG그룹 낙점…주가 변동성은 확대
인수 포기 못하는 쌍방울 그룹…승자의 저주 우려도

입력 : 2022-05-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KG그룹 컨소시엄이 쌍용자동차의 유력한 인수 예정자로 선정되자 오히려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인수 기대감에 올랐던 만큼 해당 테마가 소멸되면서 투자심리가 급격히 위축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쌍용차의 부실을 떠안으면서 겪게 되는 ‘승자의 저주’ 우려도 높아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인수 고배를 마신 쌍방울 그룹은 입찰담합을 지적하면서 동시에 공개 입찰에도 참여계획을 밝힌 만큼 주가 변동성은 앞으로 계속될 전망이다.
 
1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G ETS(151860)는 전거래일 보다 1200원(6.00%) 내린 1만88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장 중에는 2만3950원까지도 치솟다가 오후 들어 급격하게 상승 폭을 줄였다. 덩달아 KG스틸(016380)(-18.12%), KG케미칼(001390)(-16.85%), KG모빌리언스(046440)(-4.04%) 등 그룹사 관련 기업의 주가가 모두 내렸다.
 
쌍방울(102280) 그룹 주가 역시 하락했다. 쌍방울은 전거래일 보다 6.20%(44원) 내린 666원에 거래를 마쳤다. 광림(014200)은 18% 가량 하락하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다.
 
앞서 쌍용자동차와 매각 주간사인 EY한영회계법인은 법원의 허가를 받아 KG 컨소시엄을 인수합병 공고 전 인수예정자로 선정했다고 밝혔다. 평가는 △인수대금의 크기 △유상증자비율 및 요구 지분율 △인수 이후 운영자금 확보계획(조달 규모 및 방법) △고용보장 기간 등에 중점을 뒀다.
 
특히 자금조달 계획에 가중치를 부여했다. 에디슨모터스와의 인수 실패 이력을 고려해 인수 후의 운영자금 등 총액 규모 뿐만 아니라 제시된 자금조달 계획의 조달 증빙과 투입 형태 등도 확인했다. 인수 예정자 선정과 함께 쌍용자동차는 KG 컨소시엄과 다음주 중으로 조건부 투자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며, 그 이후 공개 매각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시장에서는 KG그룹의 자금력과 인수 경험을 이유로 선정 가능성을 가장 높게 평가해왔다. 앞서 KG그룹은 2011년 온라인 결제 부문 1위 기업인 이니시스와 모빌리언스를, 2013년에는 웅진씽크빅의 취업·직업 교육 사업 자회사인 웅진 패스원을 인수했다. 2017년에는 미국 치킨 체인업체 KFC의 한국법인, 2019년 동부제철, 2020년 할리스커피 등을 인수하는 등 다수의 M&A(인수합병)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쌍용차는 실적 개선과 함께 대규모 투자를 함께 해야하는 상황이다. 쌍용차의 지난해 매출액은 2조4293억원으로 전년대비 17.7% 감소했고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은 각각 2612억원, 2579억원으로 집계됐다. 인수 자금 뿐만 아니라 추가로 투입해야 하는 규모만 1조가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쌍용차를 인수한 이후에 복잡한 구조조정과 회사를 회생시키기 위한 절차들이 굉장히 어려울 것”이라며 “KG그룹의 자금력은 인정받았지만 오히려 쌍용차로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생각하면 완전한 승자로 보기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매각이 확정된 것은 아니다. 이번 쌍용차 매각은 인수 예정자와 조건부 투자 계약을 체결하고 공개 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확정하는 ‘스토킹 호스’(Stalking Horse)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다. 본입찰에서 다른 인수 후보가 KG컨소시엄의 인수조건보다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경우 조건부 투자 계약이 해제되고, 최종 인수 예정자가 될 수 있다.
 
쌍용차는 6월 매각 공고를 내고 본입찰을 실시한 뒤 6월 말 최종 인수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7월 최종 인수자와 투자 계약를 체결한 뒤 회생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해 8월 말쯤 법원의 회생계획안 인가를 받는다는 목표다.
 
한편 쌍방울그룹 측은 이번 인수예정자 선정에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입찰담합 논란에 대한 유감을 표하면서 가처분 신청 등 법적 절차도 예고했다. 이와 함께 본입찰도 끝까지 참여해 인수 의지를 관철하겠다는 입장이다.
 
광림컨소시엄 관계자는 “매각주간사 한영회계법인이 제공한 M&A 인수조건 제안 안내서에도 불공정 경쟁을 방지하기 위한 조항들이 있다”며 “이는 입찰 무효 사유가 될 수 있어 법적인 절차를 진행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스토킹호스 선정과 상관없이 광림컨소시엄은 경쟁입찰에도 참여할 것”이라며 “포기 없이 끝까지 인수전에 참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차 새 예비 주인에 KG그룹이 선정됐다. 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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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송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