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독해진 한미 관계…반도체·디스플레이 볕드나

한미 정상회담 열흘 만에 삼성·인텔 전격 회동
민간 협업 '급물살'…애플향 패널도 납품 유력

입력 : 2022-06-0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방한 이후 민간 차원의 양국 기업 협력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중국이 디스플레이에 이어 반도체 굴기까지 모색하는 상황에서 이를 극복하기 위한 '마중물'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인텔에 이어 퀄컴, 애플 등 미국 기업들이 국내 업체들과 전방위 협업을 강화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과 팻 겔싱어 인텔 CEO(최고경영자)는 반도체 협력 방안 논의를 위해 전격 회동했다. 한미 정상회담 열흘이 지난 시점에서 삼성전자를 필두로 민간 협력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부회장은 겔싱어 CEO를 만나 차세대 메모리, 팹리스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PC 및 모바일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나누며 릴레이 회의를 가졌다. 이 자리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노태문 MX사업부장, 이정배 메모리사업부장, 최시영 파운드리사업부장, 박용인 시스템LSI사업부장 등 삼성전자의 주요 임원들이 모두 참석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일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시찰을 마친 후 연설을 위해 단상으로 오르며 이재용 부회장과 인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들의 만남은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대통령이 함께 강조한 '한미 반도체 동맹'의 연장선상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0일 삼성전자 평택 공장을 찾아 "한국과 같이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 회복 문제를 위한 노력을 위해 함께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이번 회동으로 중국에 맞선 양사의 '합종연횡' 관계는 한층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인텔과 경쟁하면서도 동시에 협력하는 동반자 관계를 유지해왔다. 삼성전자 파운드리에서는 인텔 주력 제품인 CPU를 생산하고 있다. 동시에 세트(완성품) 부문에서는 PC, 노트북 등의 제품에 인텔의 CPU를 채용하고 있다.
 
이같은 '한미 동맹' 흐름이 디스플레이 산업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최근 애플이 중국 디스플레이업체 1위인 BOE에 아이폰14용 패널 주문을 중단했다고 전해졌다. BOE가 애플과 협의없이 박막트랜지스터(TFT) 설계를 변경했다는 게 이유다.
 
애플은 부품 공급사가 사전 승인 없이 설계를 바꾸는 것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애플이 올해 BOE에 선주문한 아이폰14 패널 3000만장을 국내 기업인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에 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디스플레이업계 관계자는 "중국에는 애플의 기준에 맞는 아이폰 패널을 공급할 수 있는 업체가 BOE 밖에 없다"며 "BOE와의 거래가 끊긴다면 자연스레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034220) 등 국내 업체로 물량이 올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품 뿐만이 아니다. 애플이 생산 거점을 '탈중국화'하는 경향도 감지된다. 궈밍치 대만 TF인터내셔널증권 애널리스트는 홍콩 매체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를 통해 "애플은 이미 중국 의존도를 줄이는 것을 고려하고 있었는데 최근 봉쇄로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하게 됐다"며 "중국 내 일부 생산 시설을 다른 곳으로 이전하는 것은 이제는 제안 단계를 넘어 액션의 단계가 됐다"고 전한 바 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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