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세계 패권자들에게 추천하는 영화

입력 : 2022-06-09 오전 6:00:00
“이 세상은 우리 모두의 터전입니다. 우리의 삶은 자유롭고 아름다워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탐욕이 양심을 짓밟아 미움의 벽을 쌓았고 우리를 비참하게 만들었습니다. 
 
문명의 발달 속도는 소외된 계급을, 경제 성장은 빈곤한 계층을 만들었으며 지식은 인간을 교활하게 만들었습니다. 생각할 뿐, 느낄 줄을 모릅니다. 물질보다는 정신이, 지식보다는 진실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우리의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비행기와 라디오는 거리와 시간을 단축시켜 지구를 한마을로 만들었습니다. 그 라디오를 통해 지금 내 목소리가 전 세계에 절망하는 남녀와 굶주린 어린이, 고문당하고 투옥되고 박해받는 이에게 전해질 겁니다. 
 
그분들에게 저는 호소합니다. 절망하지 맙시다. 우리가 겪고 있는 불안과 공포는 진보를 두려워하는 자의 마지막 발악입니다. 독재자는 반드시 멸망하고 민중으로부터 빼앗았던 권력은 민중에게 되돌아갈 것입니다. 자유는 영원할 것입니다.
 
군인이여 복종치 마십시오. 독재자에게만은. 독재자는 당신들을 조정합니다. 행동, 생각, 느낌까지도. 독재자는 당신을 개, 돼지로 여깁니다. 기계인간에게 복종치 마십시오. 
 
독재자는 몸도 마음도 기계입니다. 당신은 기계도 돼지도 아닙니다. 당신은 인간입니다. 가슴에 사랑이 넘칩니다. 미워하지 맙시다. 사랑에 굶주린 자만이 남을 미워합니다.
 
군인이여 자유와 정의를 위해 함께 갑시다. 누가복음 17장을 보십시오. ‘하늘나라는 너희 안에 있다’ 특정한 사람이나 집단이 아닌 서로를 향해 가슴을 연 민중 안에 있습니다. 기계를 만들고 행복도 만들 수 있습니다. 
 
민중에게는 세상을 자유롭고 인간답게 만들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민주주의 이름으로 그 힘을 쏟읍시다. 모두의 힘을 합쳐 정의를 위해 싸웁시다. (중략)
 
정치가는 결코 자신의 공약을 지키지 않습니다. 독재자는 자신과 자신의 일당에게만 자유를 줍니다. 이제 우리의 권리를 위해서 싸웁시다. 자유를 위해 투쟁합시다.
 
국가 간의 벽을 없앱시다. 마음을 비우고 미움을 버립시다. 상식이 통하고 문명의 발전이 행복을 만드는 사회를 이룹시다.”
 
황제도 통치자도 되고 싶지 않다던 찰리 채플린. 그가 <위대한 독재자>를 통해 외친 마지막 연설은 서로 미워하지 않는 평화와 행복이다. 
 
하지만 82년이 지난 오늘날의 세계 경제는 추락과 함께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있다. 인간의 탐욕으로 생겨난 감염병에 이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가 기름을 붓고 있기 때문이다.
 
인플레이션, 공급망 불안정성, 재정·통화 긴축정책 등의 요인으로 성장은 멈추고 거시경제의 프레임워크는 '편 가르기'로 슬픈 코미디가 따로 없다. 
 
선진국뿐만 아닌 신흥·개도국들도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성장률 저하로 앞날이 어둡기만 하다. 유럽·중앙아시아는 이미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의 전망치를 2.9%로 하향 조정하면서 상당한 국가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를 공식화했다. 
 
지난 1월과 비교해 1.8%포인트 하향 조정하면서 무역 규모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적잖은 부담으로 돌아온다. 수출 다변화를 외치고 있지만 실상은 중국을 대체할 나라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생산·소비·투자의 산업활동 3대 축이 트리플 추락으로 곤두박질친 것도 모자라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 경고등은 정부 기능의 마비와 회복 불능 사태를 야기할 수 있다. 
 
따로 분리해 책략을 구사했던 경제와 안보는 한미 간 동맹을 앞세워 미국의 안보에 한국 경제를 종속시켰다. 미국의 안보에 종속된 한국경제로서는 마땅한 대책이 없다보니 ‘원팀’만 강조하고 있는 꼴이다.
 
이 뿐만 아니다. 신남방정책 폐기론까지 심히 우려스러울 뿐이다. 
 
채플린의 마지막 연설 전문은 견고한 세상을 흔드는 패권자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대사다. 80년이 훌쩍 지났지만 그의 영화는 아직도 현재 진행형이다.
 
이규하 경제부장 judi@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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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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