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박근혜 기재부 장관들, 새 정부에 규제·노동 개혁 주문

전경련, 강만수·윤증현·박재완·현오석·유일호 초청 대담 진행

입력 : 2022-06-09 오후 3:19:35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전직 기획재정부 장관들이 우리나라 현 경제 상황이 대내외 요인에 의한 위기에 처했다고 지적하면서 새 정부에 재정 건전성 확보와 규제 개선, 노동 개혁 등을 주문했다.
 
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개최한 역대 기재부 장관 초청 '새 정부에 바라는 경제 정책 방향'이란 특별 대담에서 강만수·윤증현·박재완·현오석·유일호 등 이전 정부의 기재부 장관 5명은 새 정부 경제팀에 다양한 내용으로 조언했다.
 
윤증현 전 장관은 현재 우리 경제 상황을 저성장, 고실업, 양극화, 사회 갈등이 모두 심각해진 총체적 복합 위기로 진단하고, 새 정부 경제팀의 최대 과제로 '물가 안정'과 '경기 침체 가능성 차단' 등 2가지를 꼽았다.
 
이에 대해 "국내외적으로 유동성이 과도하게 풀리면서 시장에 초과 수요가 있는 상황에서 미·중 갈등, 우크라이나 사태 등이 원자재를 중심으로 글로벌 공급망 붕괴를 초래해 물가 상승 압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또 "금리·환율·물가의 3고 현상, 재정·무역 분야의 쌍둥이 적자, 가계부채 증가, 부동산 가격 폭등이 위기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이와 관련해 개회사에서 "총체적 복합 위기를 의미하는 퍼펙트 스톰에 대한 우려가 크고, 구조적 저성장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라며 "엄중한 경제 상황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전경련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는 △공급 확대 등 과감한 부동산 대책 △정부의 '퍼주기' 지출 폐지 등 재정 여력 회복 △가시적인 성과를 목표로 노동 개혁 추진 △실제 성과로 이어지는 규제 개혁 추진 △사회보험(공적연금, 건강보험, 고용보험, 산재보험 등)의 장기적 재정 안정 방안 강구 등 새 정부 경제 정책에 반영해야 하는 5가지 요소를 제시했다.
 
현오석 전 부총리는 경제 정책의 2가지 중심축으로 '혁신'과 '형평'을 제시하면서 경제 개혁의 성공 조건으로 △정책의 일관성 유지 △말 없는 다수의 장기적 편익 우선시 △경제팀의 역할 분담과 명확한 책임 소재 규정 등을 내세웠다. 그러면서 향후 국제 경제 질서의 특징을 △글로벌리즘의 퇴조 △미·중 간 경제·기술 경쟁 심화 △경제적 다자주의보다는 가치 공유에 따른 새로운 경제 동맹의 모색으로 정의했다.
 
박재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9일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역대 기재부 장관 초청 특별 대담'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권태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유일호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 현오석 전 경제부총리, 박재완 전기재부 장관. (사진=전국경제인연합회)
 
박재완 전 장관은 일자리 창출의 해법을 민간에서 찾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정책으로 '규제 개혁'과 '노사관계 선진화' 등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GDP 대비 적극적 노동시장정책(ALMP: Active labour market policies) 예산 비중은 OECD 하위권인데, 재정으로 직접 창출하는 일자리 사업예산은 선두권"이라며 "재정으로 만드는 일자리는 연명용 산소마스크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ALMP는 취업 알선, 직업훈련, 청년 대책, 고용 보조금, 장애인 대책 등을 포함한다.
 
박 전 장관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악화한 재정 상황을 감안할 때 재정 개혁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다수 선진국은 코로나19가 진정된 후엔 재정이 정상궤도로 복귀할 전망인데, 한국은 부채 증가세가 이어지고 그 속도도 가파르다"며 "더욱이 복지 지출, 지방 이전 등 의무 지출 비중이 꾸준히 상승한 상황이어서 과감한 구조 개혁 없이는 부채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2025년으로 미뤄둔 재정준칙을 앞당겨 시행해야 한다"며 "또 선출직 정치인 등이 재정준칙을 우회하거나 완화할 수 없도록 금융통화위원회에 버금가는 수준의 독립성을 갖춘 '국가재정위원회'를 신설하자"는 의견도 냈다.
 
강만수 전 장관은 "법인세 수준이 투자지 결정의 핵심 요소이기 때문에 경쟁국 수준과 형평을 맞춰야 한다"며 법인세 인하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과거 통계를 보면 실제로 세율을 내릴수록 세입이 늘었다"며 "사실상 세율 인하는 장기적으로 증세 정책이란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금리 인상은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면서 "과거 1997년 외환 위기, 2008년 금융 위기 모두 엔화 환율이 1000원 아래로 떨어졌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엔화 환율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2월부터 2009년 2월까지, 윤 전 장관은 2009년 2월부터 2011년 6월까지, 박 전 장관은 2011년 6월부터 201년 3월까지 이명박정부에서 기재부 장관을, 현 전 부총리는 2013년 3월부터 2014년 7월까지, 유 전 부총리는 2016년 1월부터 2017년 6월까지 박근혜정부에서 경제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을 각각 역임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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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