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회사 복귀 중 중앙선 침범 교통사고...업무상 재해"

"침범 원인 불분명하다면 범죄로 단정해선 안 돼"

입력 : 2022-06-10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근로자가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가 업무용 차량을 몰고 돌아오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로 사망한 경우라도, 중앙선 침범 원인을 음주운전 등 범죄행위로 단정할 수 없다면 업무상 재해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협력사 교육에 참여했다가 회사로 복귀하던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근로자 A씨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 부지급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의로 되돌려 보냈다고 10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산재보험법 37조 2항 본문은 '근로자의 고의·자해행위나 범죄행위 또는 그것이 원인이 되어 발생한 부상·질병·장해 또는 사망은 업무상 재해로 보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고, 여기서 '범죄행위'란 문언 그대로 형법 등에 위배되는 모든 범죄행위"라고 말했다.
 
또 "중앙선 침범행위는 도로교통법 156조 1호와 13조 3항에 의해 처벌되는 범되행위"라고 전제한 뒤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 망인의 주위의무 위반이 있었고, 그것이 의도적인지 여부와는 관계없이 중대한 법규위반에 해당해 사회적 비난가능성도 크다"고 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근로자가 업무수행을 위해 운전하던 중 발생한 교통사고로 사망한 경우, 해당 사고가 근로자의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사고가 중앙선 침범으로 일어났다는 사정만으로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고 섣불리 단정해서는 안 되고 사고 발생 경위와 양상, 운전자의 운전 능력 등과 같은 사고 발생 당시의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 사고 당시 망이 중앙선을 침범했으나, 중앙선 침범 이유가 무엇인지는 규명되지 않고, 혈액감정 결과 음주사실은 확인되지 않은 점, 수사기관은 사고의 원인을 졸음운전으로 추정한 점에 더해 망인이 30년 전 운전면허를 취득한 뒤 교통법규 위반 내지 교통사고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범죄행위를 원인으로 한 사망이라기 보다 오히려 업무수행을 위한 운전 과정에서 통상 수반되는 위험의 범위 내에 있는 것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19년 12월 업무용 포토차량을 몰고 아산시에 있는 협력사 교육에 참석했다가 근무지로 복귀하던 중 평택시 한 도로에서 중앙선을 침범해 마주오던 트럭과 충돌해 사망했다. A씨 유족들이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을 청구했지만 공단은 A씨 사망 원인이 중앙선 침범이라는 범죄행위 때문이고, 산재보험법 상 범죄행위로 인한 사망은 업무상재해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거절했다. 이에 A씨 유족이 소송을 냈다.
 
1심은 중앙선 침범 원인이 불분명해 범죄행위라고 단정할 수 없고 업무수행 과정에서 사망한 만큼 업무상재해로 인정해야 한다는 유족 측 손을 들어줬다. 그러나 항소심은 "중앙선을 침범해 사고가 발생한 것 자체만으로 고인의 주의의무 위반이 인정된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A씨 유족이 상고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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