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어디로 가야 하나③)'검·경 잡는 매'… “초심으로 돌아가야”

“공수처, 검사만 견제하는 기구 아냐”
"법무연수원 수준 검사 교육 필요"
"'검찰 출신' 보다 수사력 중심 인선을"
"지휘부 쇄신" vs "검사 임기 연장" 의견도

입력 : 2022-06-2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쇄신 행보가 이어지는 가운데 검찰 안팎과 변호인, 학계 등 법조인들은 체질 개선 정도가 아닌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수준의 재정비가 시급하다는데 입을 모았다.
 
일각에서는 그간 공수처가 윤석열 대통령과 검사들을 대상으로 지나치게 수사력을 집중한 것이 패착이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공수처는 검사뿐 아니라 판사와 경무관 이상 경찰 등도 수사·기소할 수 있는데 검찰 견제라는 명분에 집착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검사 출신 이윤제 명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공수처가 검사들만 견제하라고 만든 기구는 아니다”라며 “(주로) 검찰이랑 싸우다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 교수는 “(공수처가) 처음에 조직을 운영할 때 경찰(파견 수사관)에 의존한 면이 없지 않아서 상대하기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예전에 판사 사건(‘짝퉁 골프채’ 뇌물수수 혐의 사건)의 경우 공수처가 할 수 있는 사건이었는데 왜 검찰로 이첩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지난해 공수처로부터 이 사건을 넘겨 받아 지난 1월 지인 사업가로부터 ‘짝퉁 골프채’를 받은 의혹을 받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알선 뇌물수수와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이 교수는 “부실한 성과와 지난 과오에 대해 공수처는 책임지고 반성해야 한다”며 “결국 수사력이 가장 큰 문제인데, 검사들이 법무연수원에서 교육받는 것처럼 (공수처 검사들에 대한) 교육과정 등을 마련하고 행정규칙을 손질하는 등 내부를 충실하게 재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수처장 등 인적 쇄신이 급선무라는 목소리도 높다. 참여연대에서 활동하며 수사권 조정안 논의에 관여했던 양홍석 변호사(법무법인 이공)는 “지금 공수처 수장 하에 좋은 인재가 가기 어려운 구조”라며 “공수처의 위기는 리더십의 부재 내지 리더십의 위기라고 볼 수 있다. 처장 등 수장을 바꾸지 않는 한 (공수처 정상화가) 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공수처 지휘부를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양 변호사는 “검사 출신이 공수처에 가면 좋겠지만, 검사들도 저마다 능력이 천차만별”이라며 “검사 출신 전관 여부가 중요한 게 아니라 능력을 기준으로 (공수처 검사로 기용)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조직을 이끄는 수장은 수사능력 보다는 조직 운영 능력이나 인간관계 등이 중요한데, 공수처라는 조직을 제대로 이끌만한 리더십을 갖춘 사람을 새로 선정해야 한다”며 “변호사 중에 법원 출신 또는 재야에서만 활동한 분들 중 (조직 운영 리더십을 갖춘) 능력 있는 분들이 많다”고 강조했다.
 
성과는 아쉽지만 공수처 존재 자체만으로 나름의 검찰 견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무차장을 지낸 김준우 변호사는 “(공수처가) 남양주지청 수준 인력으로 수천만 고소·고발 건을 검토만 하는데 시간이 부족한 것은 사실일 것”이라며 “공수처 인력 등을 보강해야할 문제지, 기관 폐지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봤다.
 
김 변호사는 “경험을 충분히 축적할 시간이 필요하다 보니 공수처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을 것”이라며 “(공수처 검사 임기) 기간을 좀 늘려야할 필요도 있지 않나 싶다”고 제언했다. 공수처 검사는 임기 3년의 기간제로 3회 연임할 수 있으며 정년은 63세다.
 
이어 그는 “‘라임 사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은 검사들이 술값을 100만원 미만 쪼개기로 (검찰에서) 불기소 처분 받은 사례가 있는데 이런 사건은 공수처가 맡도록 할 필요가 있다”면서 “공수처는 검찰에 대한 견제 기능이 있다 보니 이런 기관이 있는 것만으로도 검사 등 기강을 잡는데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14일 오전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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