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부통제시스템 통한 자율 내부규제 고려해야"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 개최…내부거래 규제 개선 논의

입력 : 2022-06-24 오전 11:19:58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가 모호한 요건이 있어 기업이 자체 판단하기 어렵고, 이는 정상적 거래도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공정거래법보다 회사법상 내부통제시스템을 마련해 규제하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제3회 공정경쟁포럼을 열어 '공정거래법상 내부 거래 규제 현황 및 개선 방안'을 논의했다고 24일 밝혔다.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은 우리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는 공정거래 정책의 문제점을 연속으로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다.
 
이날 포럼에는 전문가 패널로 곽관훈 선문대 법경찰학과 교수가 참석해 주제 발표를, 박성범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신영수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황태희 성신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혁 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석해 토론을 진행했다.
 
주제 발표를 맡은 곽관훈 교수는 "미국, 유럽연합 등에서는 모회사의 자회사 지원이나 계열회사 간 협조적 행위에 대해 경쟁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우리나라는 공적 제재를 하는 경쟁법으로 규제하다 보니 개별 기업이 처한 환경과 특성을 고려하지 않는 획일적인 규제가 이뤄져 정상적인 기업 성장도 저해하는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곽 교수는 현행 내부거래 규제 방식에 대해 "모든 기업을 획일적으로 규제하다 보니 정부 정책을 믿고 지주회사로 전환한 기업집단은 오히려 내부거래 규제 대상이 되는 역설적 상황이 생겼다"며 "기업의 특성에 맞는 내부통제시스템을 통한 자율적 규제로 전환하거나 지주회사의 본질을 고려한 내부거래 규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거래법상 내부거래 규제는 '부당성', '정상가격' 등 모호한 요건이 있어 기업이 사전에 해당 내부거래의 정상·위법 여부를 자체 판단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며 "예외 허용 사유 역시 요건이 엄격해 실제 허용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설명했다. 
 
특히 "모호하거나 엄격한 요건은 기업에 사전 규제로 작용해 정상 거래까지 위축시키고 있다"며 "일본의 경우 내부거래의 긍정적 측면도 함께 고려해 기업집단 내부통제시스템 등 자율 규제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데, 우리도 이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다.
 
24일 서울 중구 세종대로 대한상의회관에서 열린 '제3차 대한상의 공정경쟁포럼'에서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부회장이 인사말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이에 대해 황태희 교수는 "내부거래 규제의 도입 후 경제력 집중 해소란 입법 목적이 어느 정도 해결됐는지 분석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외국인 투자자, 소액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감시가 이뤄지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현재 규제의 문제와 개선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고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혁 교수는 "외환 위기 당시 도입된 지주회사 제도는 시행 20년이 지나면서 과도한 내부거래 규제 문제, 금산분리 원칙, 인적·물적분할 문제 등 규제와 현실 간 미스매치가 나타나고 있다"며 "내부거래, 지주회사 등 기업집단 지배 구조 개선을 위한 정책 목표를 전반적으로 재정립할 필요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범 변호사는 "기업집단 체제를 통해 성장해 온 우리 기업 현실을 고려하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내부거래 규제의 취지는 유지하면서 거래 비용 절감, 자원의 효율적 배분 등 내부거래의 긍정적 효과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반대로 신영수 경북대 교수는 "내부거래 규제는 회사법이나 경쟁법이 아닌 '기업집단 규제법'으로서 한국 특유의 지배 구조와 거래 관행을 규율해 온 독자적 제도로 이해돼야 한다"며 "부당한 내부거래로 인한 폐단이 회사법의 수단으로 적절히 통제되기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면 공정거래법의 개입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 경제계 토론자는 "최근 대법원은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 사건에서 부당성에 대한 판단 기준을 제시하면서 공정위 제재를 취소했는데, 정부는 심사 지침 개정 등을 통해 보다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해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발표된 '새 정부 경제 정책 방향'에는 정상가격 등 불확정 개념을 객관적 기준으로 규정하고, 효율성 증대 등 예외인정 요건 등을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해 개선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전문가 패널 외에도 이날 포럼에는 경제계 패널로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근수 삼성전자(005930) 상무, 박훈 SK수펙스추구협의회 부사장, 도용수 현대차(005380) 책임매니저, 김우섭 LG전자(066570) 상무, 김대식 롯데지주(004990) 수석이 참석했고, 정부를 대표해서는 정보름 공정거래위원회 내부거래감시과장이 참석했다. 
 
우태희 상근부회장은 "내부거래는 장점과 단점이 공존하는 경영 방식의 하나인데, 부정적 측면만이 확대 해석된 면이 있다"며 "규제 도입 당시와 시대적 상황이 바뀐 지금은 경제력 집중 억제란 규제 차원에서만 접근하기보다 정상적·효율적인 내부거래는 폭넓게 허용하는 등 균형 있는 제도 설계와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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