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도형 아비커스 대표 “내년 하반기 레저보트 자율운항 상용화”

자율운항 2단계 ‘나스 2.0’ 적용…알아서 다른 선박 회피
대양 자율횡단 기술 ‘하이나스 2.0’ 하반기 선급인증·수주
“현대중공업 그룹 50년 데이터가 아비커스 경쟁력”

입력 : 2022-07-12 오후 8:06:4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반신반의한 얼굴로 배에 오른 승객들이 조타실을 바라본다. 요트 한 척이 가까워지는데 운전대(타륜) 앞에 사람이 없다. 요트를 피해 예정된 항로를 벗어난 배가 원래 경로를 회복하더니, 또 다른 보트를 피한 뒤 알아서 선착장에 접안했다.
 
12일 오후 5시 인천 왕산 마리나에서는 현대중공업그룹 자율운항선박 회사 아비커스의 레저 선박 시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시동을 걸고 항로에 들어설 때와 태블릿PC로 속도 조절 할 때를 빼고는 사람의 개입이 없었다. 아비커스가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나스 2.0’ 기술 덕분이다.
 
아비커스 관계자가 12일 자율운항 선박(화면 속 녹색 점)이 다가오는 보트를 피한 뒤 원래 항로를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사진=이범종 기자)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는 이날 시연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보여준 레저보트 솔루션을 10월 말 미국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보트쇼에서 선보이고 내년 하반기에 본격 상용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는 상선 뿐 아니라 레저 솔루션의 리더가 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자율운항선박은 선박 운용비 감소와 안전성 확보, 오염물질 저감 등 미래 해상 혁신기술로 평가받는다. 시장 조사업체 어큐트 마켓 리포트에 따르면, 자율운항선박과 관련 기자재 시장은 연평균 12.6%씩 성장해 2028년 시장규모가 2357억 달러(약 309조3091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임 대표는 “그동안 상선용 1단계 솔루션을 210대 팔았는데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라며 시장 주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임도형 아비커스 대표(사진 오른쪽)가 12일 인천 왕산 마리나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자율운항 솔루션의 상용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왼쪽은 칼 요한슨 신사업 영업담당 이사. (사진=이범종 기자)
 
유엔 산하 국제해사기구(IMO)는 자율운항 선박 기술을 네 단계로 나눈다. 1 단계는 선원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2단계는 선원이 승선해 원격제어하는 단계다. 이날 아비커스가 보여준 나스 2.0은 2단계에 해당한다. 3단계부터 무인 또는 최소 승선으로 원격 제어와 기관 자동화가 적용된다. 4단계가 완전 무인자율화다.
 
아비커스에 따르면 2단계 솔루션은 아직 상용화 사례가 없다. 지난 5월 미국에서 출발해 6월 한국에 도착한 18만 입방미터(㎥)급 초대형 LNG선 ‘프리즘 커리지’호는 다른 선박과의 충돌을 100여번 피했다. 아비커스는 여기 적용된 2단계 자율운항 솔루션 ‘하이나스 2.0’ 기술을 하반기 미국 선급 인증 후 수주도 진행할 계획이다.
 
아비커스는 현대중공업그룹이 50년 동안 쌓아온 데이터가 자율운항의 경쟁력이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임 대표는 “핵심 기술은 인지와 판단, 제어인데 현대중공업이 세계 어느 회사보다 시운전 데이터와 조종 데이터, 시뮬레이션, 조종 인력을 확보하고 있고 자타가 공인하는 글로벌 리더”라고 말했다.
 
다만 임 대표는 사람이 사고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3단계 상용화 시점을 수십 년 뒤로 본다. 임 대표는 “이제 시장이 개화됐다”며 “대양횡단의 경우 IMO 룰을 적용받아 선교에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빨라도 30년 이후가 될 것이고 연안은 그런 규제에서 자유로워 20년 이후”라고 전망했다.
 
자율운항선 솔루션 비용은 단계별로 높여갈 계획이다. 임 대표는 “자동차 운전자 지원 기능(ADAS)을 차량 가격의 5% 미만으로 보는데 그 정도는 맞추는 것이 목표”라며 “자율도가 높아지면 이점이 워낙 커서 가격이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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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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