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자판기 도입 앞두고…일선 약사들 "다른 대안 찾자"

최광훈 대한약사회장 "규제 샌드박스 심의 통과 유감"
일본서 단골약국 제도 운영…심야약국 운영 확대 방안

입력 : 2022-07-14 오후 4:00:00
지난달 20일 대한약사회 회원들이 서울 중구 브라운스톤 앞에서 열린 약 자판기 저지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규제 샌드박스 심의를 거쳐 시범사업을 앞둔 약 자판기(화상투약기)를 두고 약사단체의 날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선 필요성 자체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여러 대안을 내놓고 있다.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은 14일 오전 10시부터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초고령화 사회 지역약국 약료서비스 모델 및 상대가치항목 개발을 위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최광훈 대한약사회장은 축사를 통해 현 정부의 약 자판기 도입 시도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최광훈 회장은 "대한약사회 8만 회원이 고난의 행군에 들어가고 있다"면서 "공정사회를 주장하고 공정사회가 이뤄져야 한다고 하는 현 정부가 화상투약기라는 이해하지 못할 부분을 규제 샌드박스에 넣어 심의를 거쳐 통과시켰다는 데 대해 이 자리를 빌어 또 한번의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비판했다.
 
약 자판기는 심야 시간이나 휴일 등 약국이 문을 열지 않는 시간에 약사와의 화상 상담을 통해 약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기계다. 약 자판기에서 구매할 수 있는 약은 처방전 없이 약국에서 구매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제한된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10여년 동안 약 자판기 활용을 놓고 찬반 의견이 갈렸다. 약 자판기 도입을 찬성하는 쪽은 급하게 약이 필요한 경우 상대적으로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다는 장점을 주로 언급했다. 반대 진영에선 약 자판기를 통해 구매하는 약이 심각한 질병을 치료할 수 없다는 점을 근거로 필요성을 낮게 봤다.
 
지지부진했던 약 자판기 도입 여부는 지난달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22차 정보통신기술(ICT) 규제 샌드박스 심의위원회에서 규제특례 과제로 승인하면서 새 국면을 맞았다. 이번 결정으로 약 자판기는 서울 지역 10곳에 3개월간 시범사업으로 진행된다. 확대 여부는 이 기간 운영 결과를 바탕으로 결정된다.
 
최광훈 회장은 약 자판기 규제 샌드박스 심의 통과를 두고 "국민 건강의 공정은 제대로 된 약료 서비스를 받음으로써 이뤄진다는 마음에 변함이 없다"며 "우리 국민들이 (국민 건강 공정을) 약사협회와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과 한없는 투쟁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약 자판기의 대안이 될 수 있는 해외 사례도 공유됐다. 일본에서 시행 중인 단골약국 제도다.
 
단골약국 제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복약 정보를 파악하고 24시간 또는 재택 대응 체계를 갖추도록 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복약 정보는 전자약 수첩을 통한 토치약사의 평생 약력 관리를 통해 이뤄진다. 단골약국의 약사는 등록 환자의 복용 약물을 관리하고, 약물 사용과 관련된 문제를 검토한다.
 
현직 약사들은 단골약국 제도를 포함해 여러 대안이 있다면서 약 자판기 도입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 종로5가역 인근 약국을 운영하는 A씨는 "늦은 시간대에 심하게 아프면 응급실을 가는 게 일반적인 데다 약 자판기에서 파는 약을 먹는다고 위급한 병이 금세 낫는 것도 아니"라며 "특정 약을 주기적으로 구매해야 하는데 약국이 문을 열지 않아 구하지 못한다면 단골약국 제도가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지역의 또 다른 약사 B씨는 "효율적이지도 않은 약 자판기를 도입하느니 심야약국 운영을 확대하는 게 맞다"면서 "지역별로 심야약국을 지정해 돌아가면서 문을 열어두는 게 환자들에게도 낫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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