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MB 사면’ 딜레마

서울중앙지검장 시절 구속 기소…대통령 취임 후 사면권 행사 가능성
특사 결정시 14년 잔여 형기·미납 벌금 82억원 사라져

입력 : 2022-08-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이달 8·15 광복절을 앞두고 윤석열 정부 첫 특별사면이 이뤄진다. 이에 앞서 법무부는 이번주 금요일(5일) 가석방 대상자 선정 작업을 위한 가석방심의위원회에 이어 9일 또는 10일에 사면심사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 등 여권에선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이명박 전 대통령을 8·15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고 분위기를 띄우고 있지만, 민심은 반대하는 여론이 지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면 가능성에 우호적인 여론과는 상반된 모습이다.
 
그만큼 ‘광복절 특사’를 앞두고 윤 대통령의 고심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의 특별사면권은 헌법에 명시된 권한이다. 헌법 79조에 따르면 대통령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해 사면·감형 또는 복권을 명할 수 있다. 국회 동의를 거쳐야 하는 일반사면과 달리 특별사면은 대통령 권한만으로 가능하다.
 
말 그대로 대통령이 특정 피고인의 죄를 사해주는 제도로, 매년 특사 대상이 거론될 때마다 형평성이나 기준 등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에서 논란을 일으켜왔다.
 
지난해 말에는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 특별사면 대상에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시켰다. 이때는 문 대통령이 사면 대상의 균형을 고려했다는 점에서 정치권의 거센 비난을 어느 정도 비껴갈 수 있었다.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 5대 부패범죄자(뇌물·알선수재·알선수뢰·배임·횡령 혐의)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겠다던 문 대통령 자신의 공약을 어겼다는 비판이 일었다.
 
가장 거센 논란을 야기했던 특별사면은 1997년 말 김영삼 대통령이 12·12 군사 쿠데타를 일으켰던 전두환(무기징역 확정)·노태우(징역 17년 확정) 전 대통령을 풀어준 일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사면 후에도 자신이 일으킨 광주 시민 집단 학살 등에 대한 반성이나 사죄 한번 없이 세상을 떠났다.
 
만일 이 전 대통령까지 이번 광복절 특사 대상에 포함된다면 지금까지 구속된 전직 대통령 4명 모두가 사면으로 풀려나는 셈이다.
 
2020년 10월 말 대법원은 뇌물·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대통령에게 징역 17년과 벌금 130억원, 추징금 57억8000만원을 확정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징역 17년 중 지금까지 2년7개월 정도 수형생활을 했으며 보석 신청, 보석 취소, 재항고 등으로 수감, 석방, 재수감을 반복했다. 사실상 대부분은 병원에서 시간을 보냈다.
 
올해 6월 말 검찰로부터 3개월 형집행정지 결정을 받아 일시 석방된데 이어 8·15 광복절 특별사면까지 받게 되면 14년여 남은 형기가 모두 사라지고, 지금까지 미납한 82억원 상당의 벌금 납부 의무 역시 모두 사라진다. 사면 여부와 상관없이 완납해야 하는 추징금은 모두 냈다.
 
시간을 되돌려 윤 대통령이 참여했던 BBK 주가조작 의혹 특검팀은 2008년 이 사건에 대한 무혐의 결론을 내리면서 이 전 대통령에게 면죄부를 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10년여가 지나 2017년 문재인 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으로 깜짝 발탁된 윤 대통령은 그의 휘하 한동훈 법무부 장관(당시 서울중앙지검 3차장)을 통해 이 전 대통령을 구속 기소하는 성과를 올렸다.
 
앞서 2016년 12월에는 윤 대통령이 ‘국정농단 특별검사팀 수사팀장’으로 활동하며 박 전 대통령을 수사했고, 당시 한 장관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이재용 부회장을 구속했다.
 
과거 검사 시절 수사했던 인물을 대통령이 되어 제 손으로 풀어주려는 모양새다. 지난달 윤 대통령은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가능성을 시사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는 윤 대통령 이해관계에 따른 일방적 MB 사면은 여론의 거센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매번 논란을 야기하는 만큼 대통령 특별사면 제도 자체를 손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필성 변호사(법무법인 가로수)는 “(역대 정권이) 통상 국민통합이라는 명분으로 전직 대통령들을 사면했는데, 이를테면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이 국민통합에 기여했다고 볼 수 있느냐”며 “박 전 대통령 사면의 경우 국민 여론에 일부 부합한 면이 있어 거센 비난은 다소 피해갔지만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사실 특별사면이라는 게 정말 억울하고 그 사정을 봐줘야 하는데 재심 등 사법 절차로 해결할 수 없는 경우 마지막으로 (대통령이)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라며 “(이런 제도가) 정치적 목적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사면과 비교하는 시선에 대해선 “(이 전 대통령 사건을 박 전 대통령 사건과 비교하는 것은) 형평성 면에서 적절하지 않아 보인다”며 “이 전 대통령의 경우 규명되지 않은 의혹들이 많고, 자원 외교 의혹 등 (더 밝혀내야 할) 여죄가 남아있을 가능성이 많다”고 꼬집었다.
 
장윤미 변호사(법무법인 삼정)도 “두 전직 대통령(이명박 박근혜) 사건은 각각 성격이 너무 다르다”며 “(박 전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과 달리)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삼성으로부터) 뇌물을 받고 차명으로 재산을 보유, (다스 회삿돈을) 횡령한 혐의를 받는 등 사실상 개인적 이득을 위해 (자금을) 편취한 부분이 있다 보니 비난 여론이 큰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상황에 사면을 통해 (82억원 상당의) 벌금까지 탕감해 준다면 대통령으로서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2020년 1월 서울고법에서 열린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항소심 결심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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