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감염 우려 커지는데 답답한 '팍스로비드' 처방

'재감염 시 복용 안 된다' 데이터 없는데도 처방 주저
"상급병원 진료가 답"…자문위 "기대 못미치는 처방률"

입력 : 2022-08-08 오후 3:00:00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1. 서울 구로구에 사는 80대 이모씨는 지난 3월에 이어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됐다. 이씨의 자녀 조모씨는 모친의 첫 감염 때처럼 먹는 항바이러스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으려 동네 병의원을 방문했지만 이미 한 차례 복용했고 고령이라는 이유로 수차례 거절당했다. 조씨는 결국 문제가 생겨도 환자와 보호자 책임이라는 약속을 하고서야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았다.
 
#2.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70대 박모씨는 지난 4월 코로나19에 확진됐을 때 어렵사리 팍스로비드를 구할 수 있었다. 지난 주 다시 코로나19에 걸린 박씨는 예전과 달리 처방이 쉬울 것으로 생각하고 병원을 찾았지만 돌아온 답은 감기약 복용 권고였다.
 
화이자의 먹는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가 긴급사용승인을 받은 지 약 7개월이 지났지만 일선 의료기관에서 부정확한 내용에 근거한 처방 기피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코로나19에 걸려 격리 또는 치료를 받은 뒤 다시 감염된 고위험군에게도 제대로 된 팍스로비드 처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팍스로비드는 우리나라에 처음 도입된 먹는 코로나19 치료제로 단백질 분해효소를 차단해 바이러스 증식을 막는 기전이다. 증상 발현 5일 이내에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코로나19 환자는 12시간 간격으로 1일 2회 총 3알을 복용하면 된다. 긴급사용승인 당시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안내한 금기 약물을 복용 중인 환자라면 복용이 어렵다.
 
치료 효과는 다른 치료제에 비해 높은 편이다. 팍스로비드는 임상시험 3상에서 입원·사망환자 비율이 약 90%까지 떨어진다는 결과를 확보했다. 다만 통제된 임상 환경, 현재 유행 중인 변이 바이러스 종류 등 여러 변화를 감안하면 실제 효과는 더 내려갈 수 있다.
 
실제 효과가 임상 당시 데이터보다 떨어지더라도 현재로선 코로나19에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 팍스로비드다. 다만 처방은 지지부진한 상태다.
 
정기석 국가감염병위기대응자문위원장은 코로나19 백신 4차 접종률이 낮은 문제를 거론하며 팍스로비드 처방 과정이 복잡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8일 자문위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지난 코로나19 유행 시기와는 다르게 지금은 좋은 치료제와 백신이 있다"며 "그러나 복잡한 (치료제) 처방 환경과 백신에 대한 인식 문제 등이 있어 아직 기대에 못미치는 낮은 처방률과 4차 예방접종률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선 충분한 처방 경험이 쌓이지 않은 상황에서 일선 병의원에 팍스로비드 처방을 맡겨 생긴 문제를 지적한다. 특히 코로나19에 재감염된 고위험군에게 팍스로비드가 제때 처방되지 않는 현상 등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코로나19에 재감염됐을 때 팍스로비드를 다시 복용해서 부작용이 생겼다는 논문은 보지 못했다"면서 "(팍스로비드를) 한 번 복용했는데 문제가 없었다면 두 번째 복용했을 때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천은미 교수는 또 "약을 처방하는 코스를 거꾸로 설정해서 생긴 문제"라며 "대학병원과 같은 상급병원에서 처방할 수 있도록 한 뒤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하면 일선 병의원에서도 안심하고 처방할 수 있게 된다"고 덧붙였다.
 
정기석 위원장은 의료진에게 적극적인 팍스로비드 처방을 권고했다. 그는 브리핑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약 처방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며 "고위험군한테는 신속하게 처방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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