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소득 '역대 최대'로 늘었지만…고물가에 실질 소비지출은 '찔끔'

가계소득 전년비 12.7% 증가…최대폭 상승
고물가로 가계지출 6.0%↑…실질 소비지출은 찔끔
상위 20%·하위 20% 간 소득 격차는 '10배'

입력 : 2022-08-18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올해 2분기 국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이 전년보다 12%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영향에 따른 이전소득(개인의 생산 활동으로 인한 소득이 아닌 정부·기업 등으로부터 얻는 수입)이 급증한 요인이다. 
 
또 코로나19 방역 완화로 서비스업이 개선되고 취업자 수도 증가하면서 근로·사업소득이 모두 증가했다. 하지만 ‘역대 최대’ 소득에도 실제 물가 상승분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0.4% 증가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손실보상 지급에 따라 공적이전소득이 늘면서 소득 상위 20%의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상위 20%와 하위 20% 간 소득 격차는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다. 
 
근로소득과 사업소득, 이전소득이 모두 증가하며 월평균 소득을 끌어 올렸다. 전년 동기대비 근로소득은 5.3%, 사업소득은 14.9% 증가했다. 
 
특히 공적연금이나 기초연금, 가구 간 이전 등을 포함하는 이전소득은 44.9%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유행 초기 국민재난지원금이 지급됐던 2020년 2분기 66.9% 상승 이후 최대다. 공적이전소득은 61.5%, 사적이전소득은 9.2% 증가했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에서 이전소득이 108.4% 증가했다.
 
이에 대해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소상공인 손실보전금 영향으로 5분위 가구 중 자영자가구 비중이 올랐다. 손실보전금을 받으면서 소득 분위가 상위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2·3·4분위에 있던 자영자가구가 소득 상위 분위로 조금씩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소득을 항목별로 보면 근로소득이 전체 가계소득의 59.8%를 차지했다. 뒤이어 사업소득 19.2%, 이전소득 18.5%, 비경상소득 1.9%, 재산소득 0.7% 순이었다.
 
전체 가계소득은 늘었지만, 가난한 이는 여전했다.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가 한 달 동안 번 소득은 112만6000원에 불과했다. 5분위 가구 소득이 1032만3000원인 것을 고려하면 가계소득 기준으로 상위 20%가구는 하위 20%가구보다 10배의 돈을 버는 것이다.
 
2분위 가계소득은 267만4000원, 3분위는 409만1000원, 4분위는 593만7000원, 5분위 1032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소득에서 세금이나 이자비용과 같은 비소비지출을 빼고 가구가 실제로 쓸 수 있는 돈을 의미하는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가구 평균 394만3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2%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32만3000원으로 35.2% 증가했다.
 
하지만 소득 하위 20%인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94만원에 불과해 처분가능소득보다 소비지출이 많은 적자가구가 53.7%를 차지했다. 이는 전체 가구 평균 적자가구 비율인 22.8%의 2배를 넘는다. 소득 상위 20%인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833만원으로 5분위 가구 중 적자가구는 6.1%에 불과했다.
 
처분가능소득 중 실제 소비지출이 차지하는 비율을 나타내는 평균 소비성향은 66.4%로 전년 동기 대비 5.2%포인트 하락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60으로 나타나 전년 동기 대비 0.01배포인트 상승했다.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상위 20% 처분가능소득을 하위 20% 처분가능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배율이 높을 수록 빈부격차가 크고 분배 상황이 나쁘다는 뜻이다. 
 
2020년 2분기 균등화 처분가능소득 5분위 배율은 5.03였다. 지난해 2분기 5.59를 고려하면 소득 분배는 다소 악화됐다.
 
다만 이진석 과장은 "수치상으로 0.01배포인트 올랐지만 반드시 악화라고 할 수는 없고 분배지표는 분기마다 보는 것보다는 연간 기준으로 보는 것이 좀 더 정확하다"고 말했다.
 
물가 상승 등 영향으로 지출도 늘었다. 2분기 가계지출은 350만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0% 늘었다. 식료품, 의류, 교통 등 가계 운영을 위해 소비하는 상품과 서비스 구입액을 나타내는 소비지출은 261만9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8% 증가했다. 2분기 기준으로 2010년 이후 가장 큰 증가율이다.
 
물가변동 등의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비지출은 0.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물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비가 주춤하다는 방증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부활동이 늘면서 의류·신발, 오락·문화 등에서 소비가 늘었다. 구체적으로는 오락·문화 19.8%, 음식·숙박 17.0%, 의류·신발 12.5%, 교통 11.8% 등에서 지출이 증가했다.
 
기획재정부 측은 "소득 5분위배율은 전년 동기 대비 비슷한 수준"이라면서도 "전반적인 고용 및 업황 개선세, 소득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소득·배상황을 비롯한 현재 우리경제의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소득·분배여건 개선을 위해 물가안정을 통한 저소득층 부담 완화, 고용·사회안전망 강화 등을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며 최근 집중호우로 인해 피해를 입은 취약계층에 대한 수해복구 및 피해지원 대책들을 속도감 있게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재부는 저소득층 가구 가계 부담 완화를 위해 지난 11일 추석 민생대책을 발표하는 등 공급물량 확대·할당관세 적용 등의 물가안정 대책을 펼친 바 있다.
 
18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보면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483만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7% 상승했다. 사진은 점심시간 직장인들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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