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정점' 기대감…고환율·물가난 등 경제 불확실성 여전

BSI와 CCSI 등 각종 소비 지표, 넉 달 만에 소폭 반등
하지만 여전히 100 밑돌고 작년보다도 훨씬 낮아
고물가, 금리 인상 요인에 소비심리 여전히 냉랭
정부 재정 여력 부족…소비심리 제고 정책도 어려워

입력 : 2022-08-24 오후 5:10:59
[뉴스토마토 김충범·용윤신 기자]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감으로 4개월 만에 소비심리가 소폭 반등했지만 내수시장은 여전히 침체 분위기다. 여전히 높은 물가와 상고하저의 경기 둔화, 원·달러 환율 폭등, 금리 상승 등이 맞물리면서 경제 불확실성이 더욱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물가 안정화가 중요하나 소비 활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소득 향상도 요구된다는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24일 한국은행의 '2022년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이달 전체 산업의 BSI는 전월 대비 1포인트 상승한 81을 기록했다. 이는 83에서 86으로 3포인트 상승한 지난 4월 이후 넉 달 만의 오름세다.
 
제조업 업황 BSI는 80으로 전월과 동일했지만 비제조업 BSI가 82로 전월보다 2포인트 올랐다. 국제유가가 하락하고 사회적 거리 해제 등으로 소비심리가 회복되면서 업황이 개선된 요인이 컸다.
 
생활형편전망, 향후경기전망 등 소비자 심리 지표로 활용되는 한은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넉 달 만에 올랐다. 8월 CCSI는 88.8로 전월 대비 2.8포인트 올랐다. 물가가 올 가을 무렵 진정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소비심리가 모처럼 회복됐지만 이 같은 흐름이 장기적으로 지속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BSI와 CCSI의 지표 절대 수준이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BSI는 기업 경영 상황에 따른 판단과 향후 전망을 지수화한 통계다. 100을 밑돌면 업황이 나쁘다고 전망한 기업이 많다는 뜻인데, BSI는 아직 81에 머무르는 수준이다. 이는 지난해 8월 BSI 87에도 훨씬 못 미친다.
 
CCSI 역시 100 미만일 경우 소비 심리가 비관적이라는 뜻인데 88.8로 100보다 한참 낮다. 지난해 8월 CCSI는 102.4로 100을 넘긴 바 있다.
 
결국 최근 지표의 소폭 반등세가 무색할 정도로 올해 소비심리가 작년과 비교해 여전히 냉랭하다는 의미다. 국내 인플레이션 상방 압력이 여전하고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도 예고돼 있어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이 공개한 'KERI 경제동향과 전망: 2022년 2분기' 보고서를 보면 내수 부문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민간소비는 올해 3.2% 성장세로 전망됐지만 지난해 민간소비 성장률보다 0.4%포인트 낮은 수치를 보였다.
 
한경연은 그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에 회복세를 보이던 민간소비가 물가 급등 및 경기둔화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심리가 약화되며 다시 위축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는 빠른 금리 인상으로 가계부채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지면서 민간부문의 소비 여력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전망돼서다. 게다가 최근 급격한 물가 인상으로 인해 실질소비 여력이 위축되는 것도 향후 소비 회복을 제한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 국내 물가의 고공행진,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강화 움직임이 이어지면서 이달 25일 예고된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은 유력시되는 분위기다. 업계는 최근 경기 침체가 심상치 않고 향후 소비 위축 문제를 감안해 한은이 0.25%포인트 금리를 상향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 폭등세도 악재다. 이달 중순 이후 급격히 오르기 시작한 원·달러 환율은 지난 23일 1345.5원에 장을 마감하며 13년4개월 만에 종가 기준 1340원을 넘겼다. 이 역시 금리 상승의 강력한 요인이 된다.
 
2분기 제조업 국내공급도 1분기와 큰 차이는 없지만 공급 자체는 줄어들고 있는 모습이다. 제조업 국내공급 증감을 보면 지난해 1분기 3.4%, 2분기 9.1%, 3분기 1.9%, 4분기 3.6%를 기록한 뒤 올해 1분기 1.6%, 2분기 1.5%를 기록하고 있다.
 
6월 124.6%를 기록한 제조업 재고율(재고와 출하의 상대적 비율)은 7~8월을 거쳐 더욱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기업이 제품을 생산했지만, 시장에서 팔리지 않아 쌓아둔 재고가 전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6월 재고율은 전월대비로도 10.3% 상승했다. 2020년 5월 기록한 128.6% 이후 25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8월 기록한 133.2%에도 육박하는 수치다.
 
반도체 제조업 재고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79.8%를 기록했다. 이는 2016년 4월(104.1%) 이래 최대치다. 산업연구원이 제조업 경기를 묻는 전문가 평가(제조업 전망 PSI)에서도 9월 전망 PSI가 8월 74 대비 10포인트 올랐지만 여전히 100 아래에 머물러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한 상향 압력은 여전히 존재한다. 추석을 앞두면서 물가가 오를 수 있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내수가 살아나는 것보다는 추석을 앞두고 있어 소비가 일부 늘어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성 교수는 "추석 때는 당연히 소비자들도 (경제 상황이) 나아졌다고 느낄 수 있다"면서도 "이를 전체 경기 상황이 개선되거나 물가 압력이 떨어졌다고 간주하기는 힘든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물가 안정도 중요하지만 소득 향상도 중요하다"라며 "만성적으로 생산성이 낮아져 있는 상태여서 단기적인 정부 정책들이 중요한데, 정부가 정책적 측면에서 신뢰를 주지 못하고 있어 국민들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소득이 낮은 계층을 중심으로 해서 이전소득을 늘려가는 방향이 괜찮을 것 같다"라며 "문제는 정부가 재정 여력이 없는데 감세까지 하고 있고 재정 건전성도 주장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소비심리를 제고할 수 있는 정책을 펼치기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
 
'물가 정점'에 대한 기대감으로 4개월 만에 소비심리가 소폭 반등했지만 내수시장은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다. 사진은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용윤신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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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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