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중화권 추격 가속화…K-배터리 대책은?

(배터리 패권경쟁)①중국 시장 발판으로 현지 업체 '맹공'
국내 3사 점유율 34.9%→25.8% '뚝'…CATL 보다 낮아
"판매량·매출 유지하며 새 양극재 기반 가격 경쟁력 갖춰야"

입력 : 2022-08-30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업체들의 공세가 매섭다. 
 
'중국산'은 '품질이 낮다'는 의미로 해석됐던 과거와 달리 자국의 지원과 내수 시장을 발판으로 국내 배터리 3사 점유율을 뛰어넘는 성과를 내는 모습이다. 특히 최근에는 전기차 대전환기를 맞아 고출력 배터리가 '핵심 키'로 급부상하면서 시장 성장과 더불어 이들 업체들의 경쟁 또한 한층 치열해지는 분위기다.
 
3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373220), SK온, 삼성SDI(006400) 등 국내 배터리 3사의 올 상반기 글로벌 시장 점유율 합계는 25.8%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35%) 대비 약 9%p 감소한 수치다. 반면 중국 배터리 1위 업체 CATL의 점유율은 34.8%를 기록했다. 국내 배터리 3사 합산 점유율이 CATL 한 곳 보다 낮은 셈이다. 중국 2위 업체인 BYD(비야디)의 점유율도 11.8%로 집계됐다.
 
SNE리서치는 "특히 중국 지역의 성장률이 돋보였고 상당수 중국계 업체들이 시장 성장을 주도했다"며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코로나 상황 속에서도 24개월째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계속해서 중국계 중심으로 점유율이 상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내 배터리 셀 메이커들이 북미와 유럽지역에 지속적인 합작 투자를 하고 있는 가운데 유럽에서의 전기차 회의론과 각 국의 제한적 보조금 정책 등 위협요소들이 증가하고 있다"며 "더욱 강화되는 중국 내수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국내 3사의 유동적 전략 수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LG에너지솔루션 오창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중국 배터리 약진의 배경에는 자국 내 거대 전기차 시장이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666만대) 중 중국지역 판매량은 336만대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섰다. 2위인 유럽(234만대)과 비교해도 약 1.5배 차이가 난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국 배터리의 약진은 중국 내수 시장이 워낙 크고 전세계에서 판매되는 전기차 중에 가장 많이 팔리는게 중국 시장이기 때문"이라며 "중국 시장에서는 중국산 배터리 장착을 거의 의무화했기 때문에 전체적인 시장 점유율은 국내 배터리 3사가 중국을 넘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막강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자금력을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 갖춤 제품을 내놓고 있어 중국의 영향력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또다른 이유로는 중국업체가 주로 생산하고 있는 LFP(리튬인산철) 배터리가 전기차 시장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다는 점이 꼽힌다. 그간 LFP 배터리는 주행 거리가 짧아 중국 내수 전기차 시장 외에는 확장이 힘들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니켈·코발트·망간’(NCM)을 양극재로 쓰는 하이니켈 삼원계 배터리에 주력해왔다. 하지만 테슬라가 지난 1분기 생산한 전기차 중 LFP 배터리 비중을 50%로 늘리면서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LFP를 도입 또는 검토하고 있는 분위기다. 실제로 메르세데스-벤츠, 폭스바겐, 포드 등이 잇따라 중국산 LFP 배터리 채용을 발표했으며 최근 현대차그룹도 가세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중국에 비해 떨어지는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조재필 울산과학기술원 에너지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중국이 LFP 배터리를 저가로 내면서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문제는 가격인데 국내 3사의 강점은 하이니켈계로 니켈을 97~98%, 코발트가 없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면 가격 경쟁력을 상당히 갖출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또한 LFP 대체용 양극 소재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데 리튬 리치계 등 양극재 후보군은 많이 나와있기 때문에 신속히 양산화해서 적용하게 된다면 LFP는 충분히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발효로 국내 업체들이 반사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전망도 고개를 들고 있다. 실제로 이달 통과된 미국의 IRA에는 내년부터 중국이 아닌 나라에서 배터리 소재와 부품을 조달해야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따라서 글로벌 전기차업체들의 국내 3사의 배터리 채용률이 높아질 것이란 관측이다.
 
이호근 교수는 "실제로 이번 미국의 IRA 조치나 중국의 약진을 전세계 시장에서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국내 3사의 경우 향후 시장 점유율은 유지 혹은 낮아질 것으로 보이는데 전체적인 매출과 판매량이 늘어나는 정책을 유지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방향"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안정성을 확보하면서 에너지 밀도 축적을 바탕으로 집약도를 높여 차별화된 기술력을 유지해 나가는 게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릴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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