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끈 '6조원대' 론스타 분쟁, 오늘 밤 결론

외환은행 매각 승인 지연·매각가 인하 압박·부당 과세 여부 등 쟁점
패소 시 국가 재정 큰 타격…한덕수·추경호 책임론 불가피

입력 : 2022-08-30 오후 12:19:13
[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외환은행 매각을 둘러싸고 10여 년 간 지속돼온 미국계 사모펀드 론스타와 대한민국 정부 간 6조원대 투자자-국가 간 국제소송(ISDS) 결론이 조만간 나올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에 따르면 론스타가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투자자-국가 분쟁 해결제도(ISDS) 사건의 중재판정부는 이르면 30일 밤 또는 31일 오전 판정 결과를 법무부와 론스타 측에 통보할 예정이다.
 
ISDS는 외국인 투자자가 투자유치국의 조치로 손해를 입었을 때 국제중재를 통해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제도다.
 
이 사건은 론스타가 2012년 11월 한국 정부를 상대로 ISDS를 제소하며 시작됐다. 론스타는 2007년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금융위원회가 정당한 사유 없이 외환은행 매각 승인을 지연하는 자의적·차별적 조치를 취하고, 국세청이 자의적·모순적 과세를 하였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면서 한국 정부에 46억7950만 달러(현재 원화 6조2860억원) 규모의 금액을 청구하는 내용의 중재신청서를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에 제출했다.
 
이는 한국 정부가 다투고 있는 ISDS 사건 중 규모가 가장 큰 사건이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지분 51%를 1조3834억원에 인수한 뒤 엑싯(투자 자금 회수)을 위해 2007년 홍콩상하이은행(HSBC)과 5조9000억원 규모의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2008년 HSBC가 외환은행 인수를 포기하며 매각은 무산됐다. 이후 론스타는 2012년 외환은행을 하나금융지주에 3조9157억원에 넘기고 한국을 떴다.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외환은행 매각 당시 부당하게 개입했는지, 론스타에 부과한 세금이 정당한지 여부가 쟁점이다. 정부는 론스타가 벨기에 법인 외환은행 지분 매각에서 얻은 차익과 국내 부동산 등에 투자해 거둔 수익금에 8500억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을 HSBC에 팔았다면 더 큰 이익을 남길 수 있었는데 한국 정부가 승인을 지연해 인해 매각에 실패하고 이로 인해 손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또 하나은행에 외환은행을 매각하는 과정에서도 한국 정부가 가격 인하 압박을 넣었고, 한국·벨기에 간 이중과세방지협정에 따른 면세 혜택을 주지 않는 등 부당하게 과세했다는 게 론스타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한국 정부는 HSBC 협상 당시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등 론스타의 대주주 적격성에 대한 사법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매각 승인이 불가피했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외환은행- 하나은행 매각 과정에서도 한국 정부가 가격 인하 압박을 넣은 게 아닌 외환카드 주가 조작 사건 등으로 론스타가 유죄판결을 받으면서 외환은행 가격이 떨어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와 함께 론스타가 내세운 벨기에 법인 역시 면세 혜택을 받기 위한 페이퍼컴퍼니라는 사실을 부각시켰다.
 
이 같은 내용과 한국 정부가 론스타 관련 행정조치를 하는데 있어 국제법규와 조약에 따른 내외국민 동등대우 원칙에 기초, 차별 없이 공정·공평하게 대우했다는 점을 제출서명 등을 통해 전달했다.
 
이날 선고 결과는 예단하기 어렵지만 어떤 결론이든 상당한 파장이 있을 전망이다. 지금까지 한국 정부가 소송비용으로 지출한 금액만 500억원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만일 여기서 한국 정부가 패소하게 된다면 국민의 세금으로 6조원이 넘는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아울러 10년여 간의 이자 부담도 떠안아야 한다. 국제분쟁에서 정하는 법정 이자율은 통상 시장금리를 크게 상회하는 만큼 10년여의 지연 이자는 수천억원의 혈세가 더 들어가게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는 판정문을 받은 뒤 120일 안에 판정무효 신청을 통한 이의 제기가 가능하다.
 
그럼에도 대한민국 패소 시 과거 정부 관료로서 론스타 외환은행 인수·매각에 관여했던 한덕수 국무총리와 추경호 기획재정부 장관 등에 대한 책임론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총리는 2003년 론스타가 외환은행을 인수했을 당시 론스타의 법률대리를 맡은 김앤장의 고문이었고 추 장관은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 시기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었다.
 
전날(2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시 관여했던 분들이 현 정부 내각에서 중요 요직을 맡고 있다. 누군가는 책임져야 하지 않느냐”는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의 지적에 “그럴 일(전부 패소)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한덕수(오른쪽) 국무총리와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며 악수하고 있다. (사진=뉴시스/공동취재사진)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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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효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