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테이너 ‘코로나 특수’ 끝나도…물류대란 가능성 여전

SCFI 17개월만에 3000 밑으로 떨어져
미국 철도, 유럽 항만 파업 가능성 여전
효율 낮은 노후선박 폐선 여부도 공급에 영향

입력 : 2022-09-05 오후 4:45:56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치솟던 해운 컨테이너 운임이 연일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물류·해운업계에서는 “올 것이 왔다”면서도 인플레이션과 물류 대란 가능성에 여전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다고 입을 모은다.
 
5일 물류업계에 따르면 세계 컨테이너선 단기운임 지표인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가 최근 2847.62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 이후 17개월 만에 3000 밑으로 떨어졌다.
 
상하이컨테이너지수 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가파르게 상승하다 올해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자료=트레드링스)
 
SCFI는 지난 2020년 11월27일 2048.27로 처음 2000대에 들어선 뒤 꾸준히 상승해 올해 1월7일 5109.6으로 정점을 찍고 내려갔다. 이후 6월 소폭 반등한 뒤 12주 연속 하락했다.
 
세계 각국 운임은 꾸준히 하락세다. 한국해양진흥공사(KOBC)에 따르면, 일본 서안을 제외한 모든 항로별 운임지수가 전부 하락했다. 미국은 서안과 동안 항로가 각각 16주와 15주 연속으로 떨어졌다. 서안과 동안은 40피트 컨테이너(FEU)당 각각 1175 달러와 483 달러 하락해 3959 달러와 8318 달러를 기록했다. 서안 운임이 4000 달러 밑으로 떨어진 건 17개월 만이다.
 
물류업계에서는 운임 수준이 코로나19 이전보다는 높게 형성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지만 등락과 하락 요인이 얽혀있어 정확한 범위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선박 내 컨테이너 실을 공간(스페이스) 부족 현상은 해소됐지만 미국 철노 노조와 영국 내 파업 가능성, 중국 중서부 지방 가뭄과 전력난, 소비 회복 가능성과 자원 무기화 등 요인 등이 남아있어서다.
 
북미 화물철도의 경우 현재 12개 노조 가운데 3개 노조와 임금 인상 조건에 합의했다. 나머지 9개 단체 합의가 이달 16일까지 끝나지 않으면 추가 파업으로 이어져 미국 내륙 철송 정체가 심화할 수 있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소비 둔화로 미국 내 소매업체들이 재고처리 할인 판매를 하고 있다.
 
유럽에선 영국 펠릭스토항 파업이 끝났지만 합의 실패로 재파업 가능성이 있다.
 
중국은 양쯔강 수위가 낮아지면서 충칭에서 상하이 운송 기간이 기존 10일에서 20~30일로 늘었다. 바지선 선복 부족으로 물류업체의 도로 운송 의존이 늘었다. 양쯔강 상류 쓰촨성은 전력의 약 80%를 수력발전에 의존하는데 폭염이 전력 수요를 늘려 전력난이 악화했다. 이에 일부 공장 가동이 멈춰 제조업 생산이 줄었다.
 
다만 북유럽은 아시아발 수입 감소와 휴가 종료로 노동력 공급이 나아졌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컨테이너 터미널 선석 대기시간은 지난달 22일 기준 최대 23.3일까지 올랐다. 하지만 같은달 29일 기준 4일로 대폭 줄었다.
 
독일 함부르크항 대기시간은 31.1일에서 26.7일로 감소했는데, 노사협약에 따라 야드 밀집도가 개선돼 대기 시간이 줄어들 전망이다.
 
HMM 컨테이너선. (사진=HMM)
 
물류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1년 만에 해결된다고들 했지만 지금 2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이처럼 누구도 예측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데, 인플레이션 이후 소비자 지갑이 열리면 다시 난리가 날 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2010년대에 SCFI가 800~700대였다는 점을 보면 그때의 불황에 비해 여전히 서너배 이상 높은 운임”이라며 “두 가지를 모르는 상황인데 하나는 운임 하락 기간이 얼마나 걸릴 지, 또 하나는 얼마가 적정선인지”라고 말했다.
 
이어 “확실한 점은 운임이 떨어졌다고 해서 해운업이 불황에 들어섰다고 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선박 공급에 대해 상반된 시각도 상존한다. 선박이 늘어 운임이 하락한다는 관측과 환경규제로 공급 효과가 감소한다는 관측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컨테이너선은 노후될수록 연비가 매우 나빠지는데 지난 2년간 운임이 좋아 낡은 선박을 쓰는 편이 이득이어서 폐선이 거의 없었다”면서도 “돈을 더 들여 설비해 3~4년 더 운항하느니 당장 폐선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판단할 수 있고 환경 규제 대응을 위한 감속 운행도 공급 감소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항만 시설이 확충되지 않은 상황에서 선박이 늘면 적체로 인한 공급 효과 감소로 이어진다는 설명도 이어졌다.
 
이미 해운사들이 2분기에 장기계약을 맺어 당장 직격탄을 맞지는 않겠지만 예전 같은 팬데믹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졌다.
 
앞서 HMM(011200)은 지난 7월 현재 29척인 벌크 선대를 2026년까지 55척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95대 5 비율인 컨테이너와 벌크선 비중을 균형 있게 바꿔간다는 전략이다. 다만 컨테이너 운임 하락에 따른 대응이 아닌 사업 다각화 차원이라고 밝혔다.
 
해운업계는 팬데믹 호황 이후 줄어든 운임도 절대적으로 높은 수준이어서 HMM의 적자를 단정할 수는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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