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방역 잘못 제시…정부, 코로나 컨트롤타워 없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인터뷰
"트윈데믹 상황 오면 의료 전달 시스템 보강해야"
"코로나19 일일 현황 집계·발표, 현 상황과 괴리"

입력 : 2022-09-23 오전 8:00:00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백순영 교수는 "정부가 내세우는 '과학 방역' 용어는 잘못 제시됐다"며 "방역의 기본은 데이터 기반의 과학인데 이 부분은 간과된 적이 없다"고 못박았다.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는 지난 22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방역 정책에 대해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과학 방역은 과학적 근거와 실천 방향 제시 필요성 대두" 
 
백 교수는 "신종 전염병의 누적 자료가 부족한 경우 시행착오는 발생할 수 있고 최신화하는 것이 포인트"라며 "전 정부에 비해 현 정부가 더 나은 방역을 시행한다는 객관적인 증거는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정부가 과학 방역이라고 공언하고 있지만 개선된 부분이 없다"며 "과학 방역은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근거 및 실천 방향이 구체적으로 제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요양원과 요양병원을 중심으로 정밀 방역을 시행한다"면서도 "환자가 발생할 때 치료할 수 있는 거점 요양병원을 만들고 의사를 파견해서 치료하는 건 소극적인 방법에 해당한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하면 동일 집단(코호트) 격리를 할 것이 아닌 외부에서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사망률이 감소한다"고 말했다.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 미흡한 부분 많다"
 
코로나19 여파로 해외여행 후 귀국하는 여행객들은 귀국 단계에서 입국 직전 검역정보 사전입력시스템(Q코드)을 통해 건강 상태를 입력해야 한다. 
 
백순영 교수는 "귀국하는 여행객이 건강 설문서를 작성하고 진단 검사 여부를 Q코드에 입력하는데 고령층이 접근하기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고령층 여행객이 Q코드에 진단 검사 결과 내용을 스캔해서 입력하고 저장하는 단계를 거친다"며 "Q코드에 입력한 여행객은 입력이 잘 됐는지 궁금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최근 미국에서 귀국한 후 Q코드에 건강 설문서 및 진단 검사 여부를 작성했지만 명확히 기재됐는지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관할구청에 문의했지만 기본 방역 수칙의 안내 음성만 나오고 자연스럽게 끊어졌다"며 "이 시스템은 문의한 구청에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타 구청들도 예외 사항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귀국한 여행객이 Q코드를 입력하는 데 불편함을 느꼈다면 기입하는 걸 꺼릴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코로나19에 확진된 여행객이 Q코드를 입력하지 않고 귀국하게 된다면 방역에 혼선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며 "각 지자체 관할에 해당돼 지자체에서 추후 확진자의 번호와 주소를 추적할 수도 있겠지만 단기 여행객의 경우는 이조차도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관할구청에 Q코드를 기입하면서 느꼈던 불편한 점을 호소했지만 질병관리청 소관이기 때문에 민원을 대신 전달한다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토로했다.
 
"코로나19 일일 현황 집계·발표 시스템은 현 상황과 괴리"
 
백순영 가톨릭대 의대 명예교수. (사진=고은하 기자)
 
현재 방역당국은 일일 신규 확진자 수, 검사건 수 등을 발표하고 있다. 
 
백순영 교수는 "코로나19 일일 현황 집계·발표 시스템은 코로나19 유행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런 통계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고 말했다.
 
백 교수는 "방역당국의 발표 시스템이 일관되지 못하고 부처 간의 공유가 원활하지 않아 현 시스템을 개선하는 것보단 중단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 정부의 방역 수장이 누구인지 과연 컨트롤타워가 존재하는지 궁금하다"며 "정부의 방역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가 낮아진다"고 말했다.
 
"트윈데믹 발현 시 의료 전달 시스템 보강 필요"
 
백순영 교수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에 유행하는 트윈데믹이 현실화할 경우 의료 전달 시스템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백순영 교수는 "지금까지 독감 예방 목적으로 마스크를 쓴 적은 없었다"며 "국내 방역은 유행 통제보다는 증상이 있거나 아프면 진단검사를 받고 먹는 치료제를 초기에 투약하는 의료 전달 시스템을 보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백 교수는 "독감에는 '타미플루' 처방이 가능하고 예방접종이 가능해 유행 가능성을 낮출 수 있다"며 "정부는 의료체계의 부담을 경감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요 경력
 
△1979년 고려대 농대 농화학과 졸업 △1981년 고려대 식공과 석사 △1990년 3월 일본 히로시마대 공학박사(공업화학전공) △1991년 7월 일본 히로시마대 의학부(문부교관 조수) △1991년 7월~1996년 8월 미국 국립보건원(NIH) 박사후연구원 △1992년 고려대 식공과 농학박사 △1996년 3월~2020년 8월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교수 △2020년 9월~ 가톨릭대 의대 미생물학교실 명예교수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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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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