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순혈주의'는 옛말…빗장 푸는 전자·IT업계

메타, 삼성에 협업 제의…애플·MS '합종연횡'
HW 수익성 하락세…"결국엔 SW 기반 콘텐츠"

입력 : 2022-10-18 오전 6:00:1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폐쇄적 정책을 고집했던 전자·IT업계들의 고객 전략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스마트폰, 노트북, PC 등의 수요는 둔화되고 있는 반면 사물인터넷(IoT) 등 연결성을 강조한 서비스가 확대되면서 독자 플랫폼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과거 자사 제품 중심의 폐쇄적인 플랫폼 전략을 펼친 것과 달리 최근에는 타사 기기와의 연동성을 강화하고 개방성을 높인 시스템을 속속 도입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여기에 웨어러블, VR(증강현실)·AR(가상현실) 등 새로운 '초격차' 제품들이 보급되면서 협업을 통한 생태계 구축에 뛰어드는 모습도 보인다. 각사마다 글로벌 전자IT업체들과 협력도 가속화하는 이른바 '따로 또 같이' 전략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마크 저커버그 메타(구 페이스북) CEO는 지난 13일 비공개 일정으로 삼성리서치아메리카를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저커버그 CEO는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 MX사업부 사장 등 삼성의 고위 임원진을 만나 최근 공개한 메타버스 헤드셋을 선보이고 삼성전자(005930)와의 협업을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삼성전자가 SDC 2022에서 'one UI 5' 등을 공개한 바로 다음날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이 13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 삼성리서치 아메리카에서 열린 '테크 포럼 2022' 행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메타의 이같은 전략은 삼성전자를 아군으로 끌어들여 '개방형 생태계'를 함께 꾸려나가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저커버그 CEO는 지난 11일 메타 커넥트 행사에서 "컴퓨팅 역사에서 개방형 생태계와 폐쇄형 생태계는 서로 경쟁을 벌여왔다"며 "우리의 역할은 차세대 인터넷 시장에서 개방형 생태계가 승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삼성이 선언한 서비스 전략과 맥을 같이한다. 패트릭 쇼메 삼성전자 MX사업부 CX실장 부사장은 SDC 2022에서 "삼성전자는 개방성(Openness)을 핵심 가치로 여기며 삼성의 생태계에 누구나 들어올 수 있게 하고 그들이 삼성과 함께 할 수 있게 열어놓고 있다"며 "삼성 생태계에서 폐쇄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애플도 마찬가지다. 애플은 특유의 폐쇄성을 기반으로 성장해왔으나 점차 iOS 생태계와 고객의 요구 등이 사업에 즉각 반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최근 애플은 애플SW의 개방성을 마이크로스프트 윈도우까지 넓힌다고 발표했다. 이는 연내 적용될 예정이다.
 
그간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적용된 윈도우 기반 PC에서 애플TV 등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용 프로그램 대신 웹사이트에서 애플TV에 접속해야만 했다. 그간 유지돼왔던 '접근 장벽'이 점차 해소되고 있는 셈이다. 또 윈도우용으로 기본 제공되는 '포토' 앱이 애플의 '아이클라우드'와 통합되며 타 기기에서의 애플TV, 애플뮤직 등 콘텐츠 이용도 편리해질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전자업계의 ‘합종연횡’ 흐름이 내년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이미혜 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특히 VR과 같은 경우는 지금 워낙 초기단계고 다양한 기술들이 접목이 돼야 하기 때문에 단일 기업의 주축이 되는 것 보다 생태계 확대를 통해 시장을 빨리 성장시키려는 의도로 보인다"면서 "소비자 IT 이용 경험도를 높이고 신산업을 촉진하기 위해서 개방과 협력에 나서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수익성 확보 측면에서도 소프트웨어 기반 생태계 조성이 전자기기 판매 확대 보다 유리한 시점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올 3분기 전 세계 PC 출하량은 6800만대로 전년 동기 대비 19.5% 감소했다. 이는 가트너가 1990년대 중반 PC 시장 규모를 집계한 이래 가장 가파른 하락세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2016년 14억7300만대로 정점을 찍은 뒤 매년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출하량은 13억5000만대로 집계돼 2016년 대비 8.35% 감소했다. 올해 출하량도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경기 침체 여파에 12억7000만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전망됐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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