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장'보다 '의장'이 낫다?…"운영 능력 더 중요"

한국CXO연구소 "회장 승진 가능성 작다" 예측
경영 관련 대국민 발언·사법 리스크 등 제시

입력 : 2022-10-18 오전 11:00:00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취업제한 규정 해제 이후 활발한 경영 활동을 펼치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에 대해 회장 승진이 거론되는 가운데 이러한 가능성은 작고, 의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더 효과적이란 견해가 나왔다. 특히 이재용 부회장에게는 직위가 아니라 그룹 운영 능력이 중요하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됐다.
 
18일 한국CXO연구소는 '삼성 이재용, 회장(會長) 승진이 최선일까'란 보고서에서 "내년 3월 주주총회 이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고 예측했다.
 
보고서는 우선 이 부회장이 지난 2017년 12월17일 국정 농단과 관련한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피고인으로 한 발언에 주목했다. 이 부회장은 당시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회장 타이틀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다"란 취지로 말했다. 보고서는 해당 발언과 2020년 5월6일 대국민 발표 당시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4세 경영은 없다"란 발언과 연결된다고 봤다. 
 
오일선 한국CXO연구소 소장은 "이재용 부회장 발언 이후 5년여 후가 흐른 현재 시점에 와서 회장으로 전격 승진하게 되면 가장 먼저는 자신의 과거 생각과 의지부터 부정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지고 만다"며 "이 부회장이 국민 앞에서 약속했던 '4세 경영은 없다'는 발언에도 의심의 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 부회장이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도 회장 승진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의 삼성물산(028260) 흡수합병과 관련한 의혹, 합병 은폐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의 회계 부정과 관련한 의혹 등으로 지난 2020년 9월1일 자본시장법 위반, 외부감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돼 현재 1심 재판 중이다.   
 
오일선 소장은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완전히 종결되려면 상당한 기간이 걸릴 것임은 자명하다"며 "재판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지에 따라 경영 변수도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혹시라도 관련 재판에서 유죄를 받게 되면 경영 행보에 다시 한번 제동이 걸린다"며 "예를 들어 내년 3월 주총에 맞춰 이 부회장이 대표이사 회장으로 승진했다가 향후 몇 년 후 유죄를 받게 되면 다시 대표이사 자리에서 내려와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경우도 생긴다"고 부연했다.
 
보고서는 이 부회장이 회장 대신 이사회 의장을 맡는 방안이 더 매력적일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이사회 의장은 회장이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삼성그룹에 회장은 없다고 말한 이 부회장 자신의 약속을 지키는 데도 무리가 없고, 이사회 의장이 되려면 사내이사에 올라야 하기 때문에 등기임원으로 책임을 지는 경영자란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며 "대표이사 회장보다 이사회 의장을 맡게 되면 각종 경영 리스크 등에도 다소나마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7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서구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엇보다도 보고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의 명실상부한 최고 1인자인 총수 자리에 올랐으므로 회장으로 승진하더라도 그 의미는 크지 않다고 판단했다.
 
오 소장은 "그룹 총수인 이 부회장의 중요한 역할 중에는 대규모 투자 결정, 전문경영인을 포함한 주요 임원 인사, 회사 조직 문화 개선, 미래 성장을 위한 회사 인수와 합병 결정, 글로벌 주요 인맥과의 교류 등이 더 중요한 몫"이라며 "한마디로 특정 계열사의 전문경영인이 잘 볼 수 없는 그룹 전반에 대한 문제를 유기적으로 잘 이끌어가는 운영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앞서와 같은 역할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꼭 회장 타이틀이 있어야만 하는 것인지는 의문"이라며 "오히려 지금의 부회장이라는 직위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오 소장은 "예상과 정반대로 다수의 언론과 재계 등의 바람처럼 회장 자리에 전격 승진할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며 "실제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누구도 결과를 예단할 수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정부 당시 국정 농단 사건과 관련한 특정경제범죄법 위반(횡령) 등 혐의로 기소된 후 징역형이 확정된 이 부회장은 지난 7월29일 형기를 만료했지만, 지난해 2월15일부터 특정경제범죄법상 취업제한 규정이 적용됐다. 하지만 법무부가 8월15일 광복절을 맞아 복권하면서 이 부회장의 취업제한 규정이 해제됐다.
 
이후 이 부회장은 8월19일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차세대 반도체 R&D단지 기공식에 참석한 것을 시작으로 이달 11일 인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송도캠퍼스에서 열린 제4공장 준공식에 참석하는 등 현장 경영을 이어가고 있다. 또 지난 12일에는 삼성준법감시위원회와 면담을 진행했다. 
 
최근 이러한 광폭 행보로 이 부회장에 대한 회장 승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 부회장의 회장 취임 시기에 대해서는 오는 25일 이건희 회장 2주기, 다음 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 19일 이병철 선대 회장 35주기 등이 거론된다. 사장단 정기 인사가 진행되는 12월 또는 이사회와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내년 3월도 언급되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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