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동맥류, 한번 터지면 골든타임도 무의미

파열 전까지 증상 없어 발견 어려워

입력 : 2022-10-19 오전 6:00:00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 (사진=강남베드로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모든 응급질환 치료의 핵심은 골든타임 사수다. 한번 파열되고 나면 이 골든타임마저 무의미해지는 질환이 바로 뇌동맥류다. 단,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만 이뤄진다면 뇌동맥류도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
 
뇌 동맥은 뇌로 혈액을 공급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혈압의 변화에 따라 수시로 늘었다 줄었다를 반복하기 때문에 혈역학적인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혈관이다. 이러한 혈역학적 스트레스가 누적되거나 체내 유해산소가 급격히 증가해 산화 스트레스가 늘어나면 뇌 동맥의 특정 부위가 꽈리나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이를 뇌동맥류라고 하며 이 같은 상황을 방치하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뇌 지주막하 출혈(뇌출혈)로 이어진다.
 
뇌동맥류는 파열되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발견이 어렵다. 뇌신경 압박으로 인한 사시, 복시, 안검하수(눈꺼풀 처짐) 등의 증상이 드물게 나타나기도 한다. 뇌동맥류가 파열되면 혈액이 뇌 지주막하 공간으로 흘러나오는데, 이때 쇠망치로 머리를 맞거나 머리로 번개가 내리치는 듯한 극심한 두통과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출혈 양상에 따라 마비 증상이나 언어장애가 오기도 하며, 심한 경우 사망할 수 있다.
 
서대철 강남베드로병원 신경중재의학과 임상과장은 "두통과 함께 눈꺼풀이 쳐지는 현상이 나타난다면 이는 뇌동맥류 파열의 전조증상"이라며 "신속히 전문의를 찾아가 치료 조치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뇌동맥류의 발생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꼽히는 위험인자는 고혈압, 동맥경화증, 당뇨, 흡연 등이다. 여성이 남성에 비해 발병률이 1.6배 높고 고혈압 환자는 1.5배, 심장질환 환자는 2배, 뇌졸중 가족력을 보유한 환자는 1.8배 더 높은 확률로 뇌동맥류가 발병한다. 연령대를 보면 30대부터 시작해 40~60대에서 발병할 확률이 가장 높다.
 
뇌동맥류 발병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우선, 혈관 조영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 일차 검사를 시행한다. 이때 의심 소견이 발견되면 혈관 자기공명영상촬영(MRI) 혹은 자기공명혈관조영술(MRA) 검사를 추가로 시행해 뇌동맥류의 상세한 위치, 모양, 크기 등을 확인한다.
 
현재로선 뇌동맥류를 치료할 수 있는 약물이 없다. 대신 클립 결찰술과 코일 색전술 두 가지 치료법이 있다. 클립 결찰술은 머리를 열어야 하는 수술이고 코일 색전술은 사타구니 쪽 대퇴동맥을 통해 코일을 넣는 시술이다.
 
클립 결찰술은 두개골을 연 뒤 특수 클립을 사용해 동맥류의 목 부분을 묶어 뇌동맥류 쪽으로 흐르는 혈류를 차단해 뇌동맥류가 터지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다. 크기가 크거나 목부위가 넓은 동맥류를 치료할 때 유용한 방법이다. 그러나 두개골을 직접 여는 개두술의 특성상 뇌 조직이나 혈관이 손상될 수 있어 세심한 술기가 요구된다.
 
코일 색전술은 두개골을 열지 않고 사타구니 쪽 대퇴동맥을 통해 금속으로 된 작은 관을 집어넣어 뇌 동맥에 접근한다. 이후 코일이라는 백금으로 만든 실을 뇌동맥류에 채워 넣는다. 코일은 혈류가 뇌동맥류 쪽으로 오는 것을 막아 뇌동맥류가 부풀어 오르다 터지는 것을 막는다.
 
서대철 임상과장은 "파열전의 뇌동맥류는 증상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며 "건강검진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뇌 건강을 점검해 파열 전 미리 발견하는 것이 가장 좋은 치료법"이라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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