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새 사고만 4차례…대한항공 A330에 무슨 일이

A330 30대 중 16대 기령 20년 초과
세부 막탄 활주로 이탈 여객기 24년된 노후 기체
10월 30일 회항한 시드니행도 평균 기령 4년 ‘훌쩍’

입력 : 2022-11-01 오후 3:46:29
[뉴스토마토 오세은 기자] 최근 3개월 사이 4차례 사고를 일으킨 대한항공의 항공기 가운데 에어버스사의 A330 기종이 문제로 대두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사고 원인에 대한 정밀조사가 끝나지 않아 'A330의 문제'로 명확하게 지목하기는 어렵지만, 평균기령(17년)을 넘게 운행하면서 드러나는 결함뿐 아니라 A330 자체에 불안요소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국토부도 잇단 A330의 사고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추가 점검 계획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7월부터 불과 석 달 사이 4차례의 회항 및 불시착 등 사고를 겪었다. 지난 7월 9일 터키 튀르키예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KE9956편(A330-200) 여객기가 엔진에서 불꽃이 튀어 인근 아제르바이젠 바쿠공항에 비상착륙했다.
 
두 달 뒤인 9월 29일에는 대한항공 KE908편(B777-300ER) 여객기 왼쪽 끝단이 착륙 후 게이트로 진입하는 아이슬란드에어 B757 꼬리 날개 뒷부분과 접촉 사고가 나 승객들이 내린 뒤 인근 호텔로 이동했다.
 
한 달 뒤인 10월 23일에는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 KE631편(A330-300)이 활주로를 이탈해 비정상 착륙하면서 민가를 덮칠뻔한 사고가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에 탑승한 162명과 승무원 11명은 비상탈출 슬라이드로 비행기를 탈출했다.
 
불과 일주일 뒤인 10월 30일에는 시드니행 여객기(KE401편, A330-300)가 이륙한 후 한 시간 만에 엔진 문제로 인천공항으로 회항했다.
 
눈여겨 볼 대목은 3개월 사이 4차례나 발생한 대한항공 사고 가운데 3번의 항공기가 에어버스사의 A330 기종이라는 점이다.
 
그런데 런던 히스로공항에서 외국 국적 여객기와의 접촉 사고를 낸 보잉의 B777은 지상에서 게이트 진입을 위해 천천히 움직이다 이뤄진 사고라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하늘을 날거나 비정상 착륙 등 본격 운항 중 발생 사고는 모두 A330 기종이다.
 
미국 보잉사와 민항기 분야에서 양대산맥을 이루는 유럽의 항공연합체인 에어버스사가 제작한 A330은 세부 기종마다 조금씩 다르기는 하지만 최대 항속거리가 1만km를 넘는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기종이다.
  
대한항공이 운용중인 A330은 모두 30대다. 이중 평균 기령(17년)을 넘긴 기체는 절반이 넘는 16대다. 특히 세부 막탄 활주로를 이탈한 여객기는 24년이나 됐다. 시드니로 가려다 인천으로 회항한 여객기도 평균 기령에서 4년을 넘긴 21년된 기체다. 다만 튀르키예에서 인천공항으로 오던 중 엔진에 불꽃이 튄 항공기는 기종이 11년이다.
 
국토교통부는 항공기의 평균 기령을 17년으로 정하고 있다. A330이 불시착 등으로 일으킨 3차례 사고 가운데 기령을 넘긴 기체가 2개나 된다.
 
대한항공 측은 기령(항공기의 나이)과 정비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세부 막탄 공항 비정상 착륙의 원인은 현재 조사중이다”면서 “코로나19로 항공기를 띄우지 못했을 당시 운항정비사들은 항공기 내부를 들여다 볼 물리적인 시간이 확보돼 항공기 정비에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잇따른 사고에 불안감은 커진다. 네이버 여행정보 카페 ‘스마트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스사사)’에는 최근 대한항공 여객기 비정상 착륙 관련해 올라온 글에 “대형항공사여서 그동안 믿고 탔는데 겁난다”, “대한항공 예매했는데 불안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
 
대한항공은 필리핀 세부 막탄 공항 활주로를 이탈해 비정상 착륙한 뒤인 10월 26일부터 30일까지 세부에 사고난 에어버스 A330 기종이 아닌 보잉사의 B777을 투입하고 있다.
 
이와 함께 A330의 엔진 결함은 대한항공뿐만이 아니다. 티웨이항공(091810)에서도 일어났다. 지난 4월 제주공항에서 김포공항으로 오는 티웨이항공 A330-300 엔진 부품에 결함이 발견돼 회사는 대체 항공기로 B737를 투입했다.
 
국토부도 A330 기종에 대한 정밀 점검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최근 엔진 이상 등 비정상 착륙이 빈번한 점에 대해 “A330에 대한 추가 점검 계획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에 대한항공 여객기가 주기돼 있다. (사진=뉴시스)
 
오세은 기자 os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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