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성장률 1.8%로 하향 전망…잠재성장률보다↓·경기침체엔 선그어

전 전망보다 0.5%포인트↓…'사실상 1%대로 추락 전망'
2% 내외 잠재성장률보다 낮아…물가상승률 연간 3.2%
경상수지 160억 달러…종전 전망치 4분의 1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엔 '주저'…'경기둔화'로 순화

입력 : 2022-11-10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용윤신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1.8%로 하향 조정했다. 수출 증가세가 크게 둔화된데다, 지속적인 투자 부진으로 한국경제의 기초체력에 비유하는 잠재성장률(2%)보다 낮은 성장세가 예측되고 있다.
 
물가상승률은 연간 3.2%로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경제성장률 전망 속에 고물가를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 속 경기침체를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서는 선을 긋는 등 위기는 아니라고 진단했다.
 
10일 KDI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8%로 하향 전망했다. 수출증가세가 크게 둔화되고 투자부진이 이어지면서 지난 5월 발표한 '상반기 경제전망' 때보다 0.5%포인트 낮은 '1%대'로 추락할 전망이다.
 
이는 2% 내외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경기침체 가능성에는 선을 긋는 등 내년 경제상황을 '경기둔화 국면'으로 정의했다.
 
정규철 KDI 경제전망실장은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대략 한 2% 내외라면 1.8%는 그보다 하회하는 수준이기 때문에 내년을 경기둔화 국면이라고 설명한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소비는 글로벌 경기둔화와 금리상승에 따라 수출과 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영향에서 점차 벗어나는 등 서비스 소비가 회복하겠지만 고물가로 인한 실질 구매력 저하와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재화 소비가 둔화하면서 올해(4.7%)보다 낮은 3.1%의 증가율을 기록할 것으로 봤다.
 
설비투자는 반도체 경기둔화와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올해 -3.7%에 이어 2023년에도 0.7%의 낮은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상반기 전망(2.4%)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건설투자는 주택시장 부진과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올해 -3.0%에 이어 내년 부진이 지속될 전망이다. KDI 전망치는 0.2%로 상반기 전망(2.3%)과 비교해 2.1%포인트 대폭 낮췄다.
 
10일 KDI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하향조정됐다. 사진은 부산항 모습. (사진=뉴시스)
 
수출은 국가 간 인적 이동이 확대되면서 서비스 수출이 회복됐지만 글로벌 경기둔화로 상품 수출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등 1.6% 증가에 그칠 전망이다. 상품 수출은 글로벌 수요 감소세가 지속되면서 반도체를 비롯한 정보통신기술(ICT)을 중심으로 1.0%의 증가율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올해(4.2%)보다 낮은 수준이다. 총수출은 상반기 전망치 대비 1.2%포인트, 상품수출은 1.5%포인트 하향조정했다.
 
수입은 내년 해외여행 수요회복의 본격화가 예상되나 수출·투자부진으로 상품 수입이 크게 둔화하면서 올해(4.3%)보다 낮은 2.8% 증가가 예상된다. 이는 상반기 전망과 비교해 각각 2.0%포인트, 1.7%포인트 조정된 수치다.
 
경상수지는 내년 서비스 수지의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올해 230억 달러보다 흑자 폭이 축소된 160억 달러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지난 상반기 전망에서는 내년 경상수지를 602억 달러로 전망한 바 있다. 당시와 비교해 하반기 전망 수준은 상반기보다 '4분의 1토막'이 난 셈이다. 
 
상품 수지는 올해 114억 달러보다 소폭 확대된 170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내년 수출의 둔화세가 예상되고 있지만 국제유가 안정으로 교역조건이 개선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수입 증가율이 -6.7%, 수출 증가율은 -5.7%를 기록하는 등 지난 전망 예상치인 650억 달러를 큰 폭으로 하회할 전망이다.
 
서비스·본원·이전소득 수지는 올해 116억 달러의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어 내년에는 내국인의 해외여행이 회복되면서 11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소비자물가는 내년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하는 등 3.2%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상반기 경제전망(2.2%) 대비 1.0%포인트 상향한 수준이다.
 
내년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84달러 안팎에 머무를 것으로 봤다. 5월 전망 당시 국제유가(배럴당 92달러)보다는 낮은 수준이나 국제 에너지가격, 곡물가격 등의 경제 파급효과를 고려한 전망이다.
 
장기간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소비자물가 영향으로 내년 근원물가는 3.3%에 달할 전망이다. 올해 전망치(3.6%) 대비 상승폭이 줄었지만 상반기 전망(2.4%) 대비로는 0.9%포인트 올라간 수준이다.
 
정규철 실장은 "근원물가는 올해 3.6%, 내년 3.3% 큰 폭으로 떨어지지 못하는 것인데 공급 측 충격이 근원물가에 파급이 잘 되지 않지만, 이번에는 장기화되면서 근원물가에 많이 파급되는 모습으로 관측된다"고 설명했다.
 
내년 취업자 수는 양호한 고용여건에도 불구하고 기저효과와 고령화에 따라 올해 79만명보다 크게 축소된 8만명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업률은  3.3%의 낮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미국 금리인상 가속화가 지속되거나 글로벌 경기가 크게 위축될 경우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여지는 남겼다.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수출과 제조업을 중심으로 더욱 둔화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10일 KDI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은 1.8%로 하향 전망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가속화되며 달러화 강세 현상이 지속될 경우, 여타 국가의 물가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글로벌 교역이 위축될 수 있다. 이 경우 우리 수출도 부정적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 경기도 변수다.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과 부동산 시장 위축 등으로 급락할 경우, 중국 수요부진으로 우리 수출도 둔화할 수 있다. 또 중국의 생산 차질이 글로벌 공급망 교란으로 이어지면서 하방 위험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악화되면서 원자재와 곡물가격이 급등할 경우 전 세계적으로 인플레이션 상승 압력과 경기둔화 압력이 가중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대내적으로는 기준금리가 가파르게 인상되거나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발생할 경우 경기둔화가 심화될 수 있다.
 
민간부채가 높은 상황에서 금리상승이 지속될 경우 경기 하방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회사채 시장을 중심으로 기업 자금조달에 차질이 발생되고 확산되는 경우 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더욱 둔화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부동산 경기가 하락하는 가운데 건설업체의 자금경색이 광범위하게 발생하는 경우 건설투자의 부진이 심화될 수 있다고 봤다.
 
다만 이 같은 경제 하방요인에도 불구하고 경기침체와 경기침체 속 인플레이션을 의미하는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엇다.
 
정 실장은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하회하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를 상회한다는 점에서 경기는 둔화되고 물가는 높은 국면으로 당연히 해석이 돼야 될 것"이라며 "방향성 자체는 스태그플레이션 방향이 맞지만 스태그플레이션이라고 명확하게 얘기하기는 아직까지는 조금은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10일 KDI가 발표한 '2022년 하반기 경제전망'에 따르면 내년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8%로 하향조정됐다. 사진은 전통시장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용윤신 기자 yonyon@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용윤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