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관광객 증가에 이태원·명동 희비 교차

명동, 관광객 증가로 노점·소규모 상가 '활기'
이태원, 기약 없는 침체…단축 영업 하는 곳도

입력 : 2022-11-29 오후 4:50:55
[뉴스토마토 윤민영 기자] 입국 제한이 풀리며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기존에 외국인들이 많이 찾던 서울 이태원과 명동 상권의 희비가 교차하고 있다. 명동 거리는 상권 회복세에 더불어 각종 축제가 계획되고 있는 반면, 이태원은 10·29 참사 이후 방문객이 급감하며 일대 소상공인들이 지자체 등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최근 중구 명동거리는 오전부터 심야까지 '명동의 상징'으로 불리는 노점 장사가 활성화된 모습이다. 지난 28일 찾은 지하철 4호선 명동역과 명동지하쇼핑센터에서 명동예술극장으로 향하는 이른바 두 곳의 '메인 거리'는 초입부터 연말 분위기를 내는 전구 장식이 준비돼 있었다.
 
관광안내 지도로 추정되는 종이를 들고 일행과 상의를 하는 외국인 관광객들도 곳곳에서 보였다. 최근 2년간 명동에서 자취를 감췄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입국 제재가 풀리자 급격히 늘어난 모습이었다.
  
지난 28일 서울 중구 명동거리가 인파들로 북적이는 모습. (사진=윤민영 기자)
 
명동에서 할랄 디저트를 팔고 있던 한 노점 상인은 취재를 위해 다가간 기자에게 영어와 일본어, 한국어 인사를 차례로 했다. 해당 상인은 "코로나 이전에 큰 비중을 차지했던 중국인 손님은 거의 없지만, 영어권 손님이나 동남아 단체 관광객들이 많아 매출이 크게 회복됐다"며 들뜬 모습이었다.
 
상권 회복과 더불어 인근 백화점 건물 외벽에 화려하게 설치된 조명 장식을 보려 방문하는 내국인 방문객들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명동예술극장 앞에서 귤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현금을 사용하는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해 내국인들의 '인터넷 뱅킹'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인근 상인의 계좌로 귤값을 이체 받고 있었다.
 
다만 건물 입점은 거리 노점만큼 활발하지는 않았다. 아직 상권 회복이 시작 단계인데다가, 오랜 시간 공실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내려가지 않는 임대료 때문에 상가 입점은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명동역 인근에서 기업 입점을 전문적으로 해왔다는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명동의 랜드마크처럼 여겨졌던 대기업 잡화 브랜드들이 최근까지 폐업을 했다"이라며 "현재 소규모 평수의 가게를 중심으로 렌즈나 디저트, 화장품 매장은 새롭게 입점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대규모 평수를 보유한 상가가 통채로 빈 곳도 많아서 명동 상가 공실은 회복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28일 참사 한 달여가 지난 이태원 사고 현장 인근에 휴업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연합뉴스
 
용산구 이태원의 경우는 입점 문의가 뚝 끊긴 상황이다. 기존 상인들도 참사의 여파를 고스란히 감당하고 있었다. 참사 현장 반대편 이태원1동의 상권도, 언제부터 문을 닫았는 지 알 수 없는 가게가 곳곳에서 눈에 띄며 여전히 침체된 분위기였다. 디저트 가게를 운영하는 한 상인은 "금요일이나 주말에는 새벽까지도 장사를 하고, 연말에는 케익 주문도 많은 곳이었는데 요즘은 단축 장사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경우는 참사 이후 이태원 일대 소상공인 매출이 최대 60% 이상 감소했다고 밝혔다. 참사 발생 전인 10월 넷째 주에 비해 11월 둘째 주 매출은 참사 현장 인근 이태원2동 경리단길 일대에서 20.3%, 이태원1동에서 61.7%가 각각 줄었다.
 
이에 서울시는 ‘이태원 상권 회복자금’ 100억원을 조성했다. 이태원 1·2동에 소재한 소상공인·중소업체 총 2409곳에 2.0% 고정금리로 최대 3000만원의 자금을 빌려주기로 한 것이다. 지역사랑상품권인 '용산사랑상품권' 활성화를 위해 사업비 70억원도 지원한다.
 
다만 이 같은 지원은 코로나19 상황 때처럼 임시방편에 그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소상공인들은 실질적으로 상권 회복이 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태원역 인근에서 전통 기념품을 팔고 있던 한 상인은 "그동안 실물 판매를 고집했는데 이제는 온라인 장사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다"며 "코로나 회복세에 접어드나 했더니, 이제는 '이태원' 하면 참사가 떠오르는 상황이 되다보니 이제는 매출 회복에도 기약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윤민영 기자 min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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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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