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딴 개발 중단"…코로나 치료제·백신 설 자리가 없다

중증·중등증 적응증 환자 모집 난항
2가 백신 풍요로 백신마저 어려워져

입력 : 2022-12-05 오전 6:00:00
GC녹십자가 개발을 중단한 코로나19 혈장치료제 임상시험용 의약품. (사진=연합뉴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이 4년차를 바라보는 시점에서도 치료제·백신 개발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업계에선 개발 중단이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따르면 이날 기준 한국에선 총 13개 후보물질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이 중 최근 개발 중단을 선언한 동화약품(000020)을 제외하면 실제로 진행 중인 임상은 12건으로 줄어든다.
 
동화약품은 지난달 14일 환자모집 난항으로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물질 'DW2008' 임상 2상을 중단한다는 내용의 공시를 낸 바 있다.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 중단 결정은 동화약품 이전에도 있었다.
 
혈장치료제를 개발하던 GC녹십자(006280)는 임상 2a상을 마친 뒤 지난해 5월 조건부 허가를 신청했으나 코로나19 치료제·백신 안전성·효과성 검증 자문단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자 개발 중단으로 방향을 틀었다.
 
대웅제약(069620) 역시 두 개의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을 진행하던 중 올해 초 경증·중등증 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후보물질 개발을 멈췄다.
 
GC녹십자를 제외한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기업의 임상 중단 이유는 환자모집 과정에서의 어려움이다. 특히 오미크론 변이가 유행 주도권을 잡은 뒤로는 중증이나 중등증을 적응증으로 하는 치료제 개발이 더딘 속력을 내고 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다 중단한 업체의 한 관계자는 "유행이 길어질수록 중증이나 중등증 환자를 모집해야 하는 임상은 어려워진다"며 "치료제를 개발하는 기업 입장에선 동력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 지원을 받는 코로나19 치료제 중에서도 임상 중도하차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에 따르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치료제 임상지원 사업 △백신 임상지원 사업 △치료제·백신 임상지원 사업이 각각 전개돼 총 29건이 지원 대상에 올랐다. 지원 대상에 포함된 파이프라인 중에는 임상 단계에 진입하지 않은 후보물질도 있다.
 
전체 지원 대상 중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은 총 10건(중복 포함)인데, 이 가운데 임상 중인 파이프라인은 2개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가 지원을 받았다고 해서 임상을 무조건 성공적으로 마쳐야 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비임상 단계에 있는 파이프라인까지 더하면 국가 지원 대상인 코로나19 치료제 파이프라인 중에서도 개발 중단 사례가 더 나올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넥신의 코로나19 DNA 백신 후보물질 'GX-19N' 임상시험용 의약품. (사진=제넥신)
사정은 백신도 마찬가지다. 백신의 경우 허가를 받은 SK바이오사이언스(302440) '스카이코비원'을 제외하고 7개 물질이 식약처에게 임상 승인을 받았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 지원을 받은 코로나19 백신 파이프라인은 19개(중복 포함)다. 이 중 임상 중단을 포함해 개발이 더 이상 이뤄지지 않는 파이프라인은 최소 3개다. 나머지는 임상 중이거나 임상 진입 전 단계에 있다.
 
백신 개발 중단을 가속화하는 요인은 최근 국내에 도입돼 접종에 쓰이는 2가 백신이다. 2가 백신은 2개의 항원을 발현하는 것으로, 우리나라에선 화이자와 모더나가 각각 두 종류의 2가 백신 긴급사용승인을 받았다.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던 기업의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기본접종률이 매우 높아 신규 허가를 받는 회사는 부스터샷 용도로 활용하거나 해외 허가를 받아 수출하는 방법밖에 없다"며 "백신 개발 플랫폼을 갖춘다는 의미가 더 크긴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에서 국산 백신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계자는 또 "정부의 동절기 코로나19 백신 접종 계획이 화이자와 모더나의 2가 백신 중심으로 짜여졌다"며 "이 때문에 국내 기업의 코로나19 백신 개발 완주가 가능할지 염려된다"고 덧붙였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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