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HIV, 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도 없다"

HIV 감염인 지원단체 러브포원 대표 인터뷰
"HIV 감염인이라고 모두 에이즈 환자 아냐"
PrEP 요법으로 전파 억제…"접근성 확장돼야"

입력 : 2022-12-08 오전 6:00:00
러브포원 CI. (사진=러브포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HIV 감염은 하나의 질병에 감염이 된 것이지 삶 자체가 끝났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무조건 두려워하기보다는 올바른 정보를 알아간다면 충분히 건강하게 생활할 수 있습니다."
 
사람면역결핍바이러스(HIV) 감염인 지원 단체 러브포원의 대표 박씨는 최근 <뉴스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적절한 치료요법만 꾸준히 이어간다면 비감염인과 같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HIV 감염인 위한 온라인 교육부터 인식조사 연구까지
 
러브포원은 지난 1999년 결성된 HIV 감염인 단체다. 이 단체는 주로 HIV 감염인을 위한 온라인 교육 상담과 인권 향상을 위한 활동을 한다. 최근에는 HIV 감염인을 대상으로 인식조사 연구를 진행했으며, HIV 감염인의 정신건강을 위해 심리상담과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비 지원사업 등을 하고 있다.
 
러브포원은 지난 3일 열린 'HIV 케어 컨티뉴엄 & 비욘드(HIV Care Continuum & Beyond, 이하 HIVCCB) 포럼'을 통해 발표된 백서에도 참여했다. 러브포원은 HIVCCB 운영위원회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백서는 한국을 포함해 중국, 홍콩, 싱가포르, 대만, 태국 등 아시아지역 6개 국가의 HIV 전염병 도전과제와 해결책을 담고 있다. 박씨는 이번 포럼에서 발표한 백서에 대해 "HIV 조기검진의 중요성과 HIV, 에이즈의 낙인 및 차별 해소, HIV 감염인의 삶의 질과 관련한 내용"이라고 답했다.
 
HIV와 다른 에이즈…핵심은 감염 여부 아느냐
 
HIV 감염인은 여러 층위에서 에이즈 환자로 혼동되기도 한다. 박씨는 모든 HIV 감염인이 에이즈 환자가 아니라는 점을 짚었다.
 
HIV는 사람의 몸 안에 살면서 면역기능을 파괴하는 바이러스의 일종이다. 에이즈는 HIV 바이러스로 생기긴 하지만 적확하게 따지면 서로 다르다. 에이즈는 HIV 감염인 중 면역을 담당하는 세포인 CD4의 수치가 200 이하이거나 특정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에만 해당한다.
 
박씨는 "HIV는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로, 바이러스 그 자체를 의미한다"며 "HIV에 감염된 사람은 에이즈 환자가 아니라 HIV 감염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HIV 감염 여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주로 성관계를 통해 HIV에 감염되며, 한국의 경우 HIV 감염인의 99% 이상이 성관계로 감염됐다"며 "감염 사실을 알고 있는 감염인과의 성관계를 통해 감염되기보다 스스로 감염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과의 성관계를 통해 주로 감염된다"고 설명했다.
 
HIV, 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되지 않는다
 
HIVCCB가 이번 포럼을 통해 강조하고자 한 핵심 메시지는 'U=U(Undetectable=Untransmittable)'다. 우리말로는 '검출되지 않으면 전파되지 않는다'로 해석할 수 있다.
 
U=U는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복용하면서 체내 바이러스 수치를 일정 수준으로 유지해 타인 감염 우려를 줄이는 방법이다.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복용해 혈중 바이러스가 1㎖당 20~50copies 이하로 유지하면 미검출 상태가 된다. 이 경우 HIV 감염인과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를 하더라도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
 
박씨는 U=U와 관련, "HIV 감염인이 콘돔을 사용하지 않겠다는 주장이 아니라 약을 잘 복용하는 것 자체가 HIV 예방이 된다는 의미"라며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잘 복용하고 병원 진료를 잘 받아 건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HIV 감염인의 건강을 위해서는 물론 에이즈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는 의미"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해외에선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복용해 바이러스 수치를 유지할 경우 콘돔을 사용하지 않은 성관계로 상대방에게 전파하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들이 공개되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산하 에이즈 전담기구 유엔에이즈(UNAIDS) 등 국제기구와 미국, 호주 등 주요 국가의 보건당국은 U=U 캠페인을 지지하고 있다.
 
HIV 감염·전파 막는 PrEP 요법 접근성 확장돼야
 
국내뿐 아니라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HIV 감염과 전파를 막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은 HIV 노출 전 감염 위험 감소 요법(Pre-exposure prophylaxis, 이하 PrEP)이다. PrEP 요법은 '트루바다'라는 약물을 복용해 HIV 감염인의 체내 바이러스 수치를 억제하는 방식이다. 대규모 임상 연구를 통한 PrEP 요법의 HIV 감염 예방효과는 약 90%였다. 우리나라에선 지난 2018년 트루바다가 PrEP 적응증을 받아 이듬해 6월 보험급여 적용이 시작됐다.
 
박씨는 PrEP 요법 보험급여 대상이 지금보다 넓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PrEP 요법 보험급여 기준은 'HIV 감염인의 성관계 파트너'뿐이다.
 
그는 "PrEP 요법을 이용하는 데 있어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비용"이라며 "현재 우리나라의 PrEP 요법은 비급여이며, HIV 감염인의 성관계 파트너에 한해 의료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HIV 감염인이 치료제를 잘 복용하면 성관계 상대방이 HIV에 감염되지 않는다는 것이 의학적으로 밝혀졌다"며 "HIV 감염인의 성관계 파트너에만 의료보험 적용을 하기보다 실제적으로 PrEP 요법이 필요한 사람들이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씨는 그러면서 "PrEP 요법을 처방받고자 하는 사람들은 HIV 감염 위험에서 스스로를 더 안전하게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이들"이라며 "PrEP가 (HIV 감염) 고위험군에게 무분별한 성생활을 조장한다는 주장들이 있는데, 이미 여러 통계 분석을 통해 그렇지 않다는 것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치료 해법은 편견 해소…차별 없어야 치료도 가능
 
HIVCCB 포럼이 다룬 내용 중에는 아시아지역 국가의 HIV 감염인 증가도 있다. 박씨는 HIV 감염 사례 증가가 차별과 편견에서 시작됐다고 보고 있다.
 
박씨는 "코로나19를 통해 이미 경험했듯이 가까운 곳에 감염된 사람이 있으면 관심이 커져 예방 능력도 높아지게 된다"며 "차별이 해소되고 검진율이 높아져 치료가 가능해진다면 타인에 대한 (HIV) 전파도 자연스럽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HIV 감염인이 병원 진료를 꺼리는 이유도 차별이라고 평가했다. HIV 감염인에 대한 진료나 수술을 거부하는 사례가 종종 있어 치료 기회를 놓친다는 것이다.
 
박씨는 "HIV 감염인들이 병원 치료를 주저하거나 병원에 가지 않는 주된 원인은 병원에서 행해지는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 행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며 "병원에서 왕왕 일어나고 있는 HIV 감염인 진료 및 수술 거부 사례들을 보면서 저런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닐까, 감염 사실로 인해 받게 되는 차별이 겁나서 치료를 포기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HIV 검진을 통해 감염 초기에 발견하면 조기 치료를 통해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조기 검진은 물론 감염인이 치료를 잘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도록 HIV 감염인에 대한 차별과 낙인 해소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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