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342조원 규모…표적항암제 개발 '청신호'

미충족 수요·내성 생기기 쉬워 연구 필요
EGFR TIK 항암제 각광…폐암 발병률↑
유한양행, 폐암 신약 '렉라자' 임상 3상 결과 발표

입력 : 2022-12-12 오후 5:35:21
항암제는 미충족 수요가 높고 내성이 생기기 쉬워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사진=픽사베이)
 
[뉴스토마토 고은하 기자] 항암제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제약바이오 기업이 가장 많이 투자하고 연구하는 분야다. 빅파마들 또한 항암제를 신성장동력으로써 다양하게 라이선스 계약을 맺거나 인수합병을 통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들이 각개분투하지만 항암제는 여전히 미충족 수요가 크고 내성이 생기기 쉬워 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12일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항암제는 향후 5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 9~12%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글로벌 규모는 지난해 1870억 달러(약 223조원) 대비 2026년 63% 성장한 3060억 달러(약 342조원)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항암제는 △1세대 화학항암제 △2세대 표적항암제 △3세대 면역항암제로 세분화된다. 1세대 화학항암제는 암세포를 직접 공격해 사멸시키는 방식으로 정상세포까지도 공격해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는 단점이 존재한다.
 
2세대 표적항암제는 정상세포 공격에 따른 부작용은 줄지만 약제 내성 등의 문제가 존재한다. 반면 면역항암제는 인체의 면역체계를 강화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적고, 효과가 광범위해 면역체계의 기억 능력을 통해 장기간 효과가 지속되는 장점이 있다.
 
국내에선 유한양행(000100)이 2세대 표적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에 집중하고 있다. 유한양행은 최근 렉라자 1차 치료제 임상 3상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국내에서 개발된 폐암 신약 렉라자는 이전에 EGFR-TKI로 치료받은 적이 있는 EGFR T790M 변이 양성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소폐암 환자의 치료제다.
 
TKI 항암제는 타이로신 카이네이즈 억제제로 표적항암제를 뜻한다. 표적항암제는 쉽게 말해 암환자의 암세포에만 발현되는 특정한 유전자만을 공격하는 항암제다. 가장 대표적인 TKI 항암제는 EGFR(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 TKI 항암제다. 이 항암제는 상피세포의 성장과 분화에 관여하는 성장인자 신호와 결합해 세포 안으로 그 신호를 전달하는 단백질이다.
 
TKI 항암제 중에서도 EGFR TKI 항암제가 각광받는 이유는 EGFR 유전자 돌연변이 시에 폐암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전체 폐암 중 비소세포폐암이 약 85%를 차지해 비소세포폐암의 74%에서 EGFR 과발현이 발견되기 때문에 중요한 타겟일 수밖에 없다.
 
EGFR 억제 항암제는 1세대 이레사와 타쎄바, 2세대인 지오트립이 있으며 현재 EGFR 1차 치료제로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3세대 타그리소가 있다.
 
이처럼 같은 변이를 타겟하는 항암제가 꾸준히 나올 수 있는 이유는 내성과 변이 때문이다. 1, 2세대의 EFGR TKI항암제를 복용한 경우 1~2년이면 내성이 생기며, 내성이 생긴 환자의 50% 이상이 T790M에 돌연변이가 나타나게 된다. 이에 3세대인 타그리소가 각광받는 것이다. 또, 비소세포폐암 환자 중 대부분이 뇌로 암이 전이 되는데 타그리소는 높은 뇌 투과율을 자랑한다.
 
유한양행은 지난 6일 서울 더 플라자 호텔에서 렉라자에 대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 발표회'를 개최했다. 이날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는 "1차치료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3상 시험인 LASER 301을 주도적으로 진행해 유럽종양학회 아시아학술대회에서 성공적인 결과 발표와 함께 호평을 받았다"라며 "임상 결과를 근거로 내년 초 1차 치료제 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지난 3일 유럽종양학회 아시아 총회에서 공개된 시험 결과에 따른 1차 평가변수 무진행 생존기관(PFS) 분석 결과 레이저티닙 투여군은 20.6개월, 게피티니브 투여군은 9.7개월로 나타났다. 유한양행 측은 레이저티닙 투여군이 게피티니브(표적 치료제, 세포 표면에 존재하는 상피세포 증식 인자인 EGFR 저해제로 분류)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생존기간을 개선시켰다고 밝혔다.
 
이베스트투자증권(078020)이 발간한 '2023년 제약바이오산업 전망' 리포트에 따르면 유한양행은 얀센과 타그리소 내성 환자를 대상으로 2차 치료제에 집중하고 있다. 얀센의 이중항체 항암제 아미반타맙과 유한양행의 렉라자가 타그리소에 내성이 생긴 환자와 타그리소 경험이 없는 환자를 대상으로 병용요법 요법이 진행되고 있다.
 
올해 6월 미국임상종양학회(ASCO)에서 얀센이 발표한 아미반타맙과 렉라자의 병용요법 2상 중간결과에서 타그리소(표적 치료제)에 내성이 생겨 항암화학요법을 받은 환자 50명을 대상으로 객관적반응률(ORR)이 36%, 다수 치료 경험이 있는 환자 56명을 대상으로는 ORR 29%를 기록한 바 있다.
 
얀센은 아미반타맙과 렉라자의 병용투여 요법을 1차와 2차 치료제로 모두 임상 3상을 진행 중이다. 1차 치료제로서의 테스트 '마리포사'는 올해 초 1000명의 임상 환자가 모집됐으며 현재 추적관찰 중에 있다.
 
항암제는 전 세계적으로 제약바이오 기업이 많이 투자하고 연구하는 분야다. (사진=픽사베이)
 
보로노이(310210)는 2종 돌연변이와 3중 돌연변이를 타겟하는 표적항암제 파이프라인을 개발 중이다. 전임상 데이터가 2023년과 2024년에 나옴에 따라 표적항암제를 개발하는 기업들과의 병용투여나 아스트라제네카로부터 제안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전망 요인으로는 △블루프린트보다 선택성이 높은 보로노이의 의약 화학적 설계 △마우스 실험에서 확인할 수 있던 체중 유지 △높은 뇌 투과율 △종양 감소 효과 때문이다.
 
특히 타그리소를 복용하는 환자들 중에서도 뇌전이 환자 비율이 20% 이상이기 때문에 뇌 투과율이 높은 4세대 EGFR TKI 항암제가 선호될 것이기 때문에 보로노이의 파이프라인에 대한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 연구원은 "질병의 바이오마커가 확실한 상황에선 그 부분을 타겟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라며 "면역항암제의 경우 PD-1, PD-L1, CTLA-4가 발현되지 않으면 반응률이 극단적으로 낮아지기 때문에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의 조화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HLB생명과학(067630)은 표적항암제 '리보세라닙(VEGFR-2 저해)'이 지난 28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선양낭성암에 대한 개발단계 희귀의약품으로 지정받은 바 있다.
 
리보세라닙은 HLB생명과학이 한국 판권과 유럽, 일본 일부 권리를, HLB 미국 자회사 엘레바가 글로벌 판권(중국 제외)을 보유한 항 신생혈관생성 항암제다. 
 
SK바이오팜(326030)은 앞서 자체 개발 중인 표적항암 혁신신약 'SKL27969'가 국가신약개발사업 과제로 선정돼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번 협약으로 SKL2796의 미국 내 임상 1상 연구 및 비임상 연구를 2년간 지원받을 수 있다. SKL27969는 전임상 개발 과정을 통해 우수한 약효 이외에도 임상시험 진행에 충분한 약물성 및 안전성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SK바이오팜은 지난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SKL27969의 임상 1·2상 시험 계획(IND)을 승인받았으며, 뇌종양 및 뇌전이암 대상 '베스트 인 클래스' 약물을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고은하 기자 eunh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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