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VS 오세훈'…약자 '무관용' 사회 우려

연초부터 '지하철 탑승 시위' 강대강 대치 지속
시위 현장 '아수라장'…몸싸움에 부상자도 속출
"'무관용'보다 '안타깝다' 등 지도자 멘트가 먼저"
전문가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 열어야 할 때"

입력 : 2023-01-03 오후 6:12:51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서울시가 연초부터 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관용없는 조치를 시작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조해온 '약자와의 동행'이 가능하겠냐는 우려가 제기된다.
 
장애인 권리 예산을 쟁점으로 서울 지하철 탑승 시위를 둘러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와 오시장의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는 가운데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시위 현장에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
  
전장연은 3일 오전 9시10분쯤 지하철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역에서 서울교통공사(공사), 경찰과 장시간 동안 열차탑승 실랑이를 벌였다. 전장연 회원들은 이날 오전 8시쯤 성신여대입구역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시작으로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하차했다. 이후 다시 승차하려 했으나 공사와 경찰 관계자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4호선 열차가 도착할 때마다 탑승하려는 전장연 회원들과 이를 막아서는 공사 직원들의 몸싸움이 전개됐고, 이 과정에서 엉켜 넘어지고 고성이 곳곳에서 나오는 등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전장연 회원들은 "장애인도 시민"이라며 "지하철을 타게 해달라"고 소리쳤으나, 공사는 철도안전법 등을 근거로 들며 시위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 장소와 별개로 오전 10시30분쯤 권달주 전장연 대표를 포함한 전장연 회원들은 서울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선전전을 진행했다. 시위 과정에서 갈등이 격화돼 삼각지역장이 전동휠체어에 부딪혀 119구조대가 출동, 병원으로 이송되는 등 아찔한 상황도 나타났다.
 
삼각지역장의 부재로 역장 직무대리가 "역 시설에서 고성방가 등 소란을 피우는 행위, 광고물 배포 행위, 연설 행위, 철도 종사자의 직무상 지시를 따르지 않거나 방해하는 행위는 철도안전법에서 금지하고 있다"며 "전장연은 즉시 시위를 중단하고 역사 밖으로 퇴거해 주길 바란다. 공사는 부득이 열차 탑승을 거부하겠다"고 시위 저지를 이어갔다.
 
전장연은 서울시와 공사의 강경대응에 맞서겠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이날 '2023년 지하철 선전전 방향' 입장을 내고 "올해 주말과 공휴일을 제외한 260일 동안 출근길 지하철 전전전을 진행할 것"이라며 "(시위는) 법원 조정안을 수용하고 삼각지역을 비롯한 4호선을 제외한 다른 노선에서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경석 전장연 대표는 "오 시장은 지난해 12월 지하철 시위를 두고 예산안이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일명 '휴전'을 제안해서 관심을 갖는 것 같아 기대했는데 결국 예산이 요구 대비 0.8% 밖에 증액이 안됐다"며 "그렇다면 저희한테 '안타깝다',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다른 방식을 강구해보자' 라는 등의 지도자 메시지가 먼저라고 생각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오 시장이 즉각 '무관용'으로 답한 뒤 폭력적인 관치가 이어지고 있어 당시 '휴전'이라는 말에 대해 우리를 압도해야할 대상으로 삼았었구나라는 섬뜩함이 느껴진다"며 "장애인들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지도 못하는 상황인데 지금까지의 관용은 또 무엇이었는지 반문하고 싶다"고 호소했다.
 
이에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오 시장은 장애인복지위원회 회의에 역대 시장 처음으로 방문했었고, 약자와의 동행을 약속한만큼 장애인 복지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며 "서울시는 장애인 버스요금 면제 정책도 시행하는 등 타 지자체의 모범도 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양측의 강대강 조치가 지속되고 있는 이 시점을 기준으로 다시 한번 협상 테이블을 열어야 할 때"라며 "장애인 권리 확대에 대한 이행 계획과 함께 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어떡할지 등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책임 방안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전장연은 새해 첫 출근일인 전날에도 삼각지역에서 지하철 탑승 시위를 하려다가 이를 막는 공사, 경찰 측과 역사 내 승장장에서 13시간가량 대치하면서 충돌을 반복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회원들이 3일 오전 서울 4호선 동대문역사문화공원에서 지하철 탑승을 시도하다가 서울교통공사 측이 저지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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