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5년 전으로 돌아간 부동산 규제 시계…시장에 봄은 올까

입력 : 2023-01-06 오전 6:00:00
"이 정도면 부동산 시장의 연착륙에는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봐요. 최근 주택 시장이 최악의 냉각기인 만큼 정책 발표 타이밍도 적절하다 판단됩니다. 다만 외생변수가 많아서 시장 정상화는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발표된 '2023년도 국토교통부 업무계획'에 대한 한 업계 전문가의 평가다. 이번 업무계획에는 정부가 대출, 세제, 규제지역, 전매제한 등 부동산 전반에 걸친 규제를 대폭 해제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 규제 상당수는 문재인 정부 시절 지정됐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최근 주택 시장에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 현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로 전임 정부는 5년간 주택 가격 안정, 서민 주거 강화를 내세우며 다양하고 강력한 규제 방안들을 내놨지만, 정부의 바람과는 달리 주택 시장은 연착륙하지 못했다. 거래 퇴로가 막혀 매물의 희소가치가 높아지고, 저금리 지속에 따른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으는)족'들까지 가세하며 부동산 시장은 전방위적인 폭등세를 보였다.
 
그랬던 시장은 그간의 고공행진이 믿기지 않을 만큼 지난해 하반기 이후 급격히 침체됐다. 전국적으로 매매·전세 가격이 가파른 속도로 하락했고, 현장에서 거래도 자취를 감췄다. 분양 시장 역시 '블루칩'으로 여겨졌던 단지들이 청약자 모집에 고전을 면치 못하며 예상보다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최근 드라마틱한 부동산 시장의 하락 반전은 현 정부가 강조한 대로 전임 정부의 과도한 규제가 원인일 수 있다. 어느 정도는 부동산 시장의 순리에 맞춰 정책을 전개해 나갈 필요가 있는데, 문 정부가 당시 집값 현상에만 집중한 이념적 제어 방안들을 내놓다 보니 오히려 다양한 계층의 매수심리를 연쇄적으로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규제 대못을 뽑는 시기 역시 주택 시장의 에너지가 가장 떨어져 있는 지금 이 시점이 적절하다는 생각도 든다. 주택 상승기에 완화책은 시장 불안정의 단초가 돼 고려하기 어려운 카드다.
 
다만 이번 업무보고로 인해 주택 시장이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다양한 규제 방안이 풀린다 해도 내집마련을 하는 수요층 입장에서 자금 사정은 점점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집값 하락은 글로벌 경제 동조화가 심화하는 상황에서 국제 경제 침체가 고스란히 국내에 전이되고, 이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 흐름이 이어지며 가계 이자 부담이 커지는 구조적 악순환에 기인한다. 금리가 계속 오르니 예전만큼 빚을 내 집을 사기 어렵고, 집을 매매했다 해도 이자 부담에 시달리는 계층이 속출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본격적인 국내 부동산 시장의 침체는 한국은행이 사상 최초로 '빅 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실행한 시점인 지난해 7월과 맞물린다. 이전에도 금리 인상이 단행되며 집값 하락 불안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빅 스텝이 시장에 미치는 상징성이 워낙 크고 취약 차주의 부담감을 높일 것이라는 관측이 더해지며 이 시점을 기준으로 주택 시장의 냉각도 그만큼 빨라졌다.
 
부동산 시장도 금리 앞에 장사가 없는 셈이다. 정부가 주택 시장 정상화를 위한 판을 깔았지만, 당분간 금리 인상 흐름이 유지된다 하니 시장에 봄이 오기까지는 시일이 더 걸릴 듯하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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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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