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형마트, 새벽배송 타진하는 속내는?

새벽배송 물꼬로 여타 영업규제 개선 목적
이마트 의무휴업 평일 전환시 23% 영업익 개선 효과 전망

입력 : 2023-01-09 오후 4:45:21
[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에 온라인 커머스가 각광을 받았지만 국내 대형마트들은 온라인 진출을 선언했음에도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미국의 대표 대형마트인 월마트가 온·오프라인 시너지 내면서 실적 개선을 이룬 것과 대조적이다.
 
9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실적 차이는 이커머스 대응 능력의 차이에서 비롯됐다. 미국의 경우 우리나라처럼 인구가 밀집돼 있지 않은 데다 영토 면적이 넓어 빠른 배송이 쉽지 않다. 월마트는 이같은 특성을 배제하지 않고 감싸안는 전략을 택했다. 미국에서는 신선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얼마간의 거리는 차를 끌고 나가는 것에 익숙한 만큼, 비대면 시대에 걸맞게 픽업서비스를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월마트는 곳곳에 깔려있는 오프라인 점포와 넓은 주차장을 활용했다. 온라인으로 원하는 물건을 주문한 뒤 월마트 도착과 함께 바로 물건을 손에 넣을 수 있도록 전략을 짰다. 2021년 아마존의 매출이 월마트의 매출을 넘어서면서 위기감을 조성하기도 했지만 월마트는 픽업서비스로 온라인 이용까지 끌어올리면서 '옴니채널' 전략을 성공시켰다. 기존 월마트가 잘하는 장점에 온라인까지 결합한 결과 매년 주가가 우상향을 그리고 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월마트는 월마트 닷컴으로 선방할 수 있었다. 온라인 쇼핑몰 제트닷컴을 인수해서 잘 통합시켰고 옴니채널로서 끊임없이 혁신했다"며 "플랫폼에 휘둘리지 않고 최고의 자리를 잘 지켜냈다"고 평가했다. 반면 국내 대형마트에 대해서는 "이마트는 자회사인 쓱닷컴을 제대로 성장시키지 못했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비용 부담도 커졌다"면서 "이커머스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이었지만 쓱닷컴과 이베이코리아가 아직도 제대로 통합되지 않아 시너지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시장은 미국과 일단 환경 차이가 크다. 미국이 영토가 넓고 인구 밀집도가 낮다면 우리는 반대로 국토가 좁고 인구 밀집도가 높아서 빠른 배송을 하기에 유리한 환경이다. 게다가 IT기술력과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고, 국민들의 IT기기 사용 숙련도도 높은 편이다. 상대적으로 인건비도 저렴하고 빠른 배송도 가능하다보니 이커머스 업체들이 빠르게 진출해 사업을 확장했다. 배송서비스의 경우 선점을 통한 고도화, 사용자들의 사용 습관이 중요하게 작용하는데 이를 기존 대형 유통업체가 아닌 플랫폼 기업이 먼저 해낸 것이다.
 
국내 대형마트의 경우 온라인 대비가 뒤늦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이마트의 경우 자회사로 쓱닷컴을 만들고, 롯데의 경우 한참 더 늦게 통합 온라인몰 롯데온을 통해 롯데마트 제품을 판매했지만 이커머스에 견줄 만한 성적을 내진 못했다. 롯데온은 2020년 새벽배송을 시작한 후 지난해 4월 종료한 바 있다. 대형마트는 이커머스의 발달로 실적에 타격을 입고 있다고 보고 있다.
 
새벽배송이 결코 쉽지 않은 시장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국내 대형마트가 새벽배송 허용부터 요구하고 나선 이유는 새벽배송을 물꼬로 삼아 다른 규제를 풀기 위함이다. 이커머스에 뺏긴 매출을 만회하기 위해 무엇보다도 그동안 규제로 묶였던 온·오프라인 매출을 늘리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일요일 영업의 경우 한 주 매출의 7분의2 이상을 가져다주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이를 손질하고자 하는 목적이 더 클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한 증권가 연구원에 따르면 전국의 이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옮기고 모든 주말 영업이 가능할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 대비 23% 정도 상승하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원은 "쉬고 있는 점포가 100% 영업을 한다고 가정했을 때의 이야기인데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채널도 많아서 연구결과 만큼 다 실적이 올라오지 않을 순 있어도 큰 도움이 되는 것은 맞다"고 설명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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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소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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