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DB하이텍…기술은 '제자리' 주주는 '뿔났다'

12인치 '대세론'에도 8인치 고집…경쟁력 저하 우려
실적 내리막 전망…소액주주 3월 주총서 반발 움직임

입력 : 2023-01-17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조재훈 기자] 연초부터 DB하이텍(000990)의 상황이 심상치 않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는 것과는 다르게 대내외적 뭇매를 맞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운드리 부문에서는 4년 연속 역대급 실적을 거두고 있으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같은 배경에는 8인치 파운드리 공정의 한계점이 있다는 평가입니다. 주주들도 하락세에 놓인 주가에 크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소액주주연대까지 결성해 회사가 '불통' 일변도의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주주간담회를 위한 내용증명을 발송했습니다. 이들은 오는 3월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물적분할 영구 폐기 선언, 자사주 소각 등을 주장할 계획입니다. 
 
17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DB하이텍의 지난해 4분기 매출 컨센서스(증권가 평균 전망치)는 435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4% 늘어날 전망입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42% 증가한 1962억원으로 추산됩니다. DB하이텍은 지난해 3분기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36%, 85% 증가한 4474억원, 2204억원을 거두며 호실적을 이어간 바 있습니다.
 
DB하이텍 부천 캠퍼스 전경. (사진=DB하이텍)
 
'구식' 8인치 웨이퍼 한계 도달 전망
 
문제는 DB하이텍이 주력하고 있는 8인치 웨이퍼가 시장에서 조만간 도태될 '구식'으로 평가받는다는 점입니다. 8인치 웨이퍼는 1992년에 처음 등장한 구식 반도체 공정입니다. 반도체 시장에 도입된 지 30년도 넘었죠.
 
8인치 웨이퍼와 12인치 웨이퍼의 직경 차이는 불과 4인치이지만 면적은 2.25배 넓습니다. 이말은 곧 웨이퍼 1장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반도체 양도 두 배 이상 차이가 난다는 얘깁니다. 따라서 2007년 12인치 웨이퍼가 등장하면서 8인치 시장은 쇠락의 길을 걸어왔습니다. 
 
8인치는 제조 장비도 구형으로 부품 수급이 잘 안돼 수리마저도 어렵습니다. 반도체 장비업체 입장에서는 12인치 장비 생산 수익성이 높은데 굳이 8인치용 장비를 만들지 않죠. 단종된 자동차의 수리비용이 비싸고 기간이 오래걸리는 것과 비교하면 이해하기 쉽습니다.
 
다만 코로나19 확산세를 겪으면서 반도체 공급난이 심화되자 8인치 공정마저도 활황기가 찾아왔습니다. 팬데믹의 영향으로 '반짝 호황'을 누린 셈입니다. 일각에서는 실리콘 카바이드(SiC), GaN(갈륨 나이트라이드) 기반의 고효율 전력반도체 등 제품으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지만 대세는 12인치로 굳어졌다는 게 중론입니다.
 
시장조사기관 옴디아는 지난 2008년부터 오는 2025년까지 8인치 웨이퍼에 대한 수요는 정체하는 반면 같은 기간 12인치는 높은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실제로 전체 웨이퍼 가운데 12인치의 비중은 이미 2년 전부터 70%를 넘어선 상황인데요. 옴디아는 오는 2024년 12인치의 비중이 74.4%에 달하고 8인치는 20% 아래로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작년 3분기부터 수주 감소세 등 위기감 증폭
 
위기감은 DB하이텍의 수주 규모에서도 감지됩니다. DB하이텍의 지난해 3분기 수주 잔액은 총 1억523만 달러로 전분기보다 약 14%가 감소했습니다. DB하이텍의 수주잔액이 감소한 건 2020년 1분기 이후 11분기 만입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투자비 부담때문에 12인치로 못넘어가고 8인치에 머물러있는 업체들이 많다"며 "팬데믹 시기에 차량용 반도체와 가전 수요가 늘어나고 주문이 몰리면서 8인치에도 호황기가 잠깐 찾아왔으나 이후 수요가 줄면서 오더가 감소하고 있는 상황으로 전세계 파운드리 업체들이 12인치로 전환하고 있는 상황에서 장기적으로 8인치는 경쟁력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고 분석했습니다.
 
2019년부터 꾸준히 상승세를 보였던 실적도 올해에는 하락세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증권가는 올해 DB하이텍의 연간 매출액이 1조4000억원대, 영업이익은 5000억원대를 기록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는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15~20%, 30~35% 감소한 수치입니다.
 
소액주주연대 발족…"명부 열람 거부 시 소송 불사"
 
이같은 전망은 주가에도 고스란히 반영되는 모습입니다. 더군다나 DB하이텍은 작년에 물적분할을 시도하다 주주들의 반대에 부딪혀 철회한 바 있는데요. 실제로 DB하이텍이 브랜드사업부를 분사시켜 독립법인을 설립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 주가는 지난해 10월 최저가 3만4800원을 찍은 이후 4만원대에서 횡보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5월 7만4900원 최고점을 찍은 뒤 40% 가량 빠진 셈입니다.
 
주주들은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를 설립하고 오는 3월 정기주총에서 물적분할 영구 폐기 선언, 자사주 소각, 미래 성장동력 확보 등을 강하게 요구할 계획입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는 이달 초 주주명부 열람등사 및 주주간담회 요청 서한을 발송한 상태입니다.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 관계자는 "DB하이텍은 창사 이래 IR 전무, 최근 3년간 애널리스트와 소통 전무, 주주간담회는 기밀 누출 우려로 거부한다는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며 "우리의 의견이 잘못됐다면 반박해달라는 의견도 전달했으나 아직 답변을 받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끝까지 주주명부 열람을 거부한다면 소송도 불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조재훈 기자 cjh125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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