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견 아스콘 구매 정지 '취소 신청' 2월 분수령

'중소기업 간 경쟁제품'인 아스팔트 콘크리트
수도·충남권 20% 내 대·중견 경쟁 가능 고시
아스콘 조합 소 제기…법원 '20%' 집행정지
중견업체들 '집행정지 취소' 신청으로 반격
3월 땅 녹아 아스콘 수요 발생…긴급성 쟁점

입력 : 2023-01-24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설 연휴를 이틀 앞둔 19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재판장 박정대)는 변론기일 중 고민에 빠졌습니다. 지금 심리하는 본안사건 판결문을 쓰기도 전에, 지난해 같은 법원이 "판결 선고일로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정지시킨 정부 고시의 효력을 되살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아스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와 산하 조합들이 정부 상대로 낸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고시 취소' 소송이 변곡점을 맞았습니다. 법원이 1년 가까이 정지된 정부 고시 효력을 살리느냐 아니냐에 따라, 아스팔트 콘크리트(아스콘) 업계에 미칠 영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스콘은 도로 포장에 쓰이는 반제품으로, 관수(공공 구매) 시장이 전체의 80~90%를 차지합니다.
 
앞서 중소벤처기업부는 2021년 말 '중소기업자간 경쟁제품 및 공사용자재 직접구매 대상 품목'을 고시했습니다. 여기에는 2022~2024년 공공기관이 중소기업에서 구매해야 하는 제품 목록과 예외 사항이 담겼습니다. 중기부는 아스콘에 대한 특이사항으로 "서울, 경기, 인천 및 대전, 세종, 충남지역은 연간 예측량의 20% 이내에서 예외 가능"이라고 적시했습니다.
 
 
집행정지 인용에 중견 '집행정지 취소' 반격
 
중기부는 과거 업계 내 담합 사례, 관계부처들의 아스콘 제외 의견 등을 고려해 '20% 예외' 조치를 했다는 입장입니다. 조합은 2019년 다수공급자(MAS) 계약 방식 도입 이후 담합 적발 사례가 없다며 반발했습니다. MAS 계약은 계약 상대가 납품 실적과 경영 상태 등 자격을 갖추면 조달청이 이들 모두와 단가계약을 맺는 방식입니다. 수요기관은 해당 기업과 가격을 협상해 최종 계약상대를 정합니다.
 
조합은 해당 지역 대·중견기업 점유율이 20%로 급등하고 중소기업은 점유율을 빼앗긴다며 지난해 3월 중기부 상대로 소를 제기했습니다. 문제 된 특이사항의 집행정지도 신청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5부(재판장 김순열)는 같은해 4월 조합의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신청인들 소속 소규모 아스콘 업체들이 갑작스러운 타격을 입거나, 해당 지역 아스콘 업계의 경쟁질서에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신청인들에게 발생할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집행정지 결정의 효력은 본안소송 판결선고일부터 30일이 되는 날까지 입니다.
 
본안소송에서 중기부 측 보조참가인으로 나선 중견업체는 속이 탑니다. 아스콘 수요가 발생하는 3월이 코앞인데, 중기부가 서울과 세종 등지에서 허락한 물량 확보를 못하게 됐기 때문입니다. 정부 역시 재판이 길어지면 고시 적용 기간 3년 중 2년이 지날 수 있다고 우려합니다.
 
이에 보조참가인들이 지난 11일 재판부에 '집행정지취소' 신청을 냈습니다. 재판부는 19일 열린 본안사건 2회 변론기일에 집행정지취소 사건 심문기일을 마쳤습니다. 재판부는 2월 안에 집행정지를 취소해 고시를 되살린 상태로 심리를 계속 할 지 여부를 결정하려 합니다.
 
본안소송 결론은 3월을 넘겨야 납니다. 법원 인사 때문입니다. 재판장인 박정대 부장판사는 이날 변론기일에서 "2월 인사가 있고 저는 그대로 남지만 (합의부 판사 셋 중 두 명의) 인사가 나고 선고할 수밖에 없다"며 "구성원이 바뀐 후에 해야 해서 3월 이후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행정법원. (사진=이범종 기자)
 
조합 "중견이 싹쓸이" vs. 중견 "우리가 죽는다"
 
쟁점은 3월 이전 집행정지 취소의 긴급성입니다. 재판부는 "가장 궁금한 건 집행정지 취소를 지금 안하면 시기적으로 문제가 생기냐는 것"이라며 "피고의 주장은 3월에 물량이 입찰되니 사실상 실익이 없다는 것이고 그게 가장 중요한 사유인데, 맞다면 집행정지 취소를 고려할 사안"이라고 정리했습니다. 재판부는 양측 의견서를 2월12일까지 받기로 했습니다.
 
법정 밖에서 당사자 의견을 들어봤습니다. 3월부터 시작될 아스콘 물량 배정을 둘러싼 신경전이 팽팽했습니다. 조합 측은 아스콘 수요가 발생하는 시기가 3~11월이므로 집행정지 취소의 긴급성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조합 관계자는 "3월에 (집행정지가) 풀리게 되면 다수 물량이 나오는 것을 자신들이 싹쓸이하겠다는 이야기"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조합은 중견업체가 각지에서 공장을 인수하고 있고, 중기부의 20% 예외 적용 지역이 늘어날 경우 중소기업 피해가 확산된다고 봅니다.
 
피고(중기부) 보조참가인 측은 "우리가 죽게 생겼다"며 울상입니다. 이 관계자는 "언 땅이 녹으며 생기는 포트홀(도로 파임)이 많은 3월부터 물량 배정이 많이 된다"며 "재판부가 집행정지 인용만이라도 취소해주고 본안 소송을 계속 진행해달라는 입장"이라고 말했습니다. 연간 계약 이후 남은 물량이 이월된 상황인데, 올해 첫 발주 시기부터 배정에서 제외돼 타격이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조합 측 주장과 달리 업계 내 담합이 남아있을 것이라는 의심도 거두지 않았습니다.
 
중기부는 수출도 못하고 관수 의존도가 높은 아스콘 시장에서 중견기업의 지속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본래 중소기업을 대변하는 정부부처가 이 사안과 관련해 중견기업 입장에 선 모습은 조금 아이러니하긴 합니다. 
 
재판부는 2월 내 집행정지 취소 여부를 판단하고 3회 기일인 3월23일에 변론을 종결합니다. 재판부는 A사 등의 집행정지 취소 신청에 대해 "이 사건 소송 결과와는 상관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재판부 판단에 따라 올해 첫 수요 확보 규모가 좌우되는 만큼, 아스콘 업계는 불안한 눈으로 양재동을 주시하고 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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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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