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지역소멸 위기 앞에서

입력 : 2023-01-25 오전 6:00:00
지난 17일자 <뉴스토마토> 신문에 실린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주민등록인구가 19만9771명 줄어들었습니다. 한국고용정보원의 '지역산업과 고용' 보고서를 근거로 작성된 이 기사를 보면 주민등록인구가 3년 연속 줄어든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지방의 소멸할 위험에 직면한 지역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전국 228개 시·군·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113개 지역이 아예 없어질 위기라는 것입니다. 지난 2005년 33곳에 불과했는데 그사이 몇 배 증가했습니다. 경기도 포천시와 동두천시 등 수도권 외곽도시도 새롭게 들어갔습니다. 이제 정부도 국회도 정당도 엄중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때마침 국회에서는 국가균형발전 정책 추진을 위한 '국회 지역균형발전포럼'이 지난 9일 출범했습니다. 여당과 야당의 국회의원들과 사단법인 '균형성장혁신'이 함께 준비한 발대식과 정책토론회도 이날 열렸습니다. 포럼에는 관련부처 장관들도 참여한답니다.
 
국회나 정치권에서 만들어지는 정책토론모임에서 생산적인 결과를 내놓은 적이 지금까지 거의 없습니다. 이번에도 큰 성과를 낼 것이라고 장담할 수 없죠. 아마도 참여자들의 특별한 각오가 없는 한 이번에도 공리공론만 일삼다가 흐지부지 끝날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사안이 워낙 엄중하니 일말의 기대라도 걸어보지 않을 수 없네요.
 
지역 균형발전은 2000년대 초 노무현 대통령 시절부터 본격 추진되기 시작했습니다. 그 결과  많은 공공기관과 공기업이 지방 ‘혁신도시’로 옮기고 세종시도 조성됐습니다. 그렇지만 아직 보람은 없습니다. 지역소멸 위험지역이 많이 늘어났다는 것이 이를 말해줍니다. 겉만 화려한 정책만으로는 해결 안 된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이제는 더욱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이 절실히 요구됩니다.
 
윤석열 정부도 지역 간 불균형을 이대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문제의식을 이어받았습니다. 그렇기에 간혹 대책이 제시됩니다. 이를테면 한국산업은행을 지방으로 옮기는 방안이 추진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산업은행 직원들은 반발하고 있습니다.
 
국책은행인 산업은행 이전 자체는 일리 있다고 여겨집니다. 그렇지만 직원들 입장에서는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개인 실존의 차원에서는 무작정 따르기 어렵습니다. 이제까지 서울을 생활근거지로 삼고 직장생활을 해왔는데, 갑자기 지방으로 옮긴다는 것이 어디 쉬운 일이니까? 생활근거지를 박탈당한다고 느껴질 것입니다. 특히 홀몸이 아니고, 가족을 거느리고 있는 중견 직원들은 더 황당하리라 추측됩니다. 그들이 보기에 지방에는 지금과 같은 생활 여건과 교육 문화 등의 환경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그러니 유배하러 간다고 느껴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다른 기관들은 전혀 움직이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산업은행이 ‘균형발전’이라는 십자가를 홀로 짊어질 수는 없는 일이죠. 따라서 균형발전 차원에서 기관 이전을 추진하려면 다른 공공기관이나 공기업들이 함께 해야 할 것입니다.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지방 이전이 균형발전의 유일한 방법은 아닙니다. 다른 유익한 방안도 동시에 마련되고 실행돼야 합니다. 그렇지만 지방 이전을 한다면 더 힘 있고 파급효과 큰 기관이 우선 또는 함께 주진돼야 합니다.
 
이를테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 대검찰청 같은 사법기관이나 감사원 같은 대통령 직속 기구가 모범을 보이면 좋을 것입니다. 이런 기관은 일상적인 행정업무 집행기관이 아니므로 굳이 서울에서 행정부나 국회와 가까이 있을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아울러 수많은 법무법인과 변호사 등 관련 업무 종사자들도 함께 움직일 것이므로 그 효과가 작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 강원도 홍천이나 영월 둥 인구감소가 심각한 곳으로 이전하면 더욱 좋을 것 같습니다.
 
이는 필자의 개인적인 아이디어에 불과합니다. 100% 옳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불균형발전으로 인한 지역소멸 위험은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러니 지금은 100마디 말보다 무언가 특단의 대책이 필요합니다. 국회에서 결성된 포럼도 이제는 논리보다는 실천적인 방안을 만들어주기를 바랍니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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