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영업사원의 각오보다 중요한 것

입력 : 2023-02-01 오전 6:00:00
최근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의 성과를 부각하고 있습니다. 300억달러 규모에 달하는 국부펀드 투자 유치에 대한 후속 조처를 점검하는 회의도 열렸습니다. 이번 회의에는 관련 부처 장관을 비롯해 공공기관, 기업 등 관계자가 총출동하다시피 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은 '영업사원'이란 직업을 언급했습니다. 대통령은 지난주 대한민국 1호 영업사원을 자처했습니다. 국무위원에게도 영업사원이란 각오로 임해 달라고도 주문했습니다. 이번 주에는 정부가 기업의 영업사원 역할도 해야 한다고 발언했습니다. 우리나라를 적극적으로 세일즈하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물건을 팔겠다는 것입니다.
 
영업 활동의 결과로 좋은 실적을 거두는 것은 중요합니다. 기업이 성과를 내서 세금을 많이 내고 그만큼 나라 살림이 좋아지면 국민에게도 이득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통령 이하 국무위원이 영업사원으로 뛰겠다는 것을 말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사실 이익을 발생시켜야 하는 모든 조직에 영업은 필수입니다. 
 
언론도 예외가 아닌 것처럼 말입니다. 그렇지만 대외적으로는 영업에 집중하겠다고 밝히지는 않습니다. 언론의 본질이 있기 때문입니다. 대다수 언론이 주창하는 '정론'이 바로 언론의 역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의미에서 정부가 오로지 실적을 쌓는 것에만 치중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정부는 기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물론 기업처럼 살림 운영을 잘해야 할 부분도 있습니다. 영업은 그 분야 전문에게 책임을 지우게 하면 됩니다. 기업도 업무를 나눠 맡습니다.
 
대통령의 뜻을 받들어 모든 국무위원이 영업사원이 된다고 가정을 하겠습니다. 그렇다고 영업사원을 모두 제대로 하고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사회생활을 시작할 즈음 국내 자동차 업체에서 영업사원으로 근무하는 판매왕의 강연을 들은 기억이 있습니다. 그 판매왕은 자동차 영업 분야에서 뛰어난 실적을 거둬 그 자리에 올랐습니다. 병원에 입원하는 동안에도 영업했다는 그의 일화를 듣고서는 판매왕 자격이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판매왕이 가장 먼저 강조하는 것이 바로 제품 정보였습니다. 국무위원이 성공적인 영업사원이 되려면 그 부처의 업무를 판매왕처럼 파악하고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실적은 고사하고 부적절한 처신으로 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는 국무위원도 있습니다. 영업이 잘될 리가 없습니다.
 
부처의 업무만큼 국무위원이 중요하게 알아야 할 것은 국가의 역할과 공공의 가치입니다. 국가는 실적을 기준으로 운영돼서는 안 됩니다. 실적이 기준이라면 앞서 언급한 판매왕을 포함해 각 업종의 우수한 영업사원을 국무위원에 임명해야 합니까. 그것은 아닙니다. 국가는 기업을 비롯한 다양한 이해관계자로 구성됩니다. 모든 이해관계자를 아우르는 정책을 펼치는 것이야말로 제대로 된 국가 운영입니다. 
 
영업사원 업무는 영업사원에게 시키면 됩니다. 누군가는 영업사원의 역할을 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모두가 영업사원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실적만큼이나 국가가 실현해야 할 공공의 가치가 있습니다. 국가가 우선으로 여기는 가치가 과연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하도록 정부에게 부탁드립니다. 
  
정해훈 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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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