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고 밀린 균주전…미 소송 증거 채택 촉각

12월16일→2월1일→10일 두차례 선고기일 연기
ITC 영업비밀 소송 자료 전달…판단은 재판부 몫

입력 : 2023-02-01 오후 2:50:15
왼쪽부터 대웅제약, 메디톡스 글로벌 비즈니스 센터. (사진=대웅제약, 메디톡스)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보툴리눔 톡신 기업 사이에서 벌어진 균주전 결론이 또 한 차례 연기됐습니다. 재판부는 연기 사유를 밝히지 않았습니다. 법정 공방이 길어지는 사이 앞서 진행된 미국 소송 자료가 증거로 채택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민사 소송 선고기일 두 차례 연기
 
서울중앙지방법원 61민사부는 당초 오늘로 예정됐던 영업비밀 침해금지 청구소송 판결 선곡일을 오는 10일로 연기했습니다. 이 소송의 핵심은 대웅제약(069620)메디톡스(086900)의 보툴리눔 균을 도용했는지입니다. 보툴리눔 균은 흔히 '보톡스'라고 알려진 보툴리눔 톡신의 메인 재료가 되는 균주입니다.
 
메디톡스는 2016년 대웅제약이 자사 균주를 도용했다는 의문을 제기해 이듬해 11월 11억원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재판을 거치면서 청구액은 501억원으로 뛰었습니다.
 
두 기업의 민사 소송은 원래 작년 12월 16일 나와야 했습니다. 재판부가 기일을 두 차례나 미룬 것이죠. 구체적인 연기 사유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만약 이번이 선고기일 마지막 연기라면 9일 뒤에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끌어오느 6년간의 균주전 1심 판결이 나오게 됩니다.
 
ITC 소송 자료가 한국 재판 증거 될까
 
국내 민사는 대웅제약과 메디톡스가 벌인 세 갈래의 법적 분쟁 중 하나입니다. 나머지는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소송과 한국 형사입니다. ITC는 대웅제약이 메디톡스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후 대웅제약의 항소, 메디톡스의 대웅제약 파트너사와의 합의 등을 거쳐 현재는 무효화됐죠. 국내 형사에선 검찰이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처분을 내렸고, 메디톡스가 이에 반발해 재수사를 요청했습니다.
 
이번 민사에서 쟁점은 균주 도용 여부와 영업비밀 침해 소지입니다. 재판부가 여러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할 일인데, 변수가 있습니다. ITC 소송에서 쓰인 자료가 증거로 채택되느냐입니다.
 
ITC는 대웅제약의 균주가 메디톡스에서 유래했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다만 균주 자체가 영업비밀에 속하지 않는다면서 구체적인 과정에 대한 검증은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대웅제약의 제조공정 등 영업비밀 침해는 인정된다고 받아들였죠.
 
이때 ITC가 들여다봤던 자료들은 국내 민사 재판부에게도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여기에는 균주의 출처를 확인할 수 있는 유전자 염기서열 정보도 포함됐죠. 염기서열은 보툴리눔 균의 태생을 알 수 있는 일종의 지문이라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ITC 자료 놓고 아전인수 해석
 
ITC 자료가 이번 민사에서 증거로 채택될지, 판결에 영향을 미칠지는 오로지 재판부 판단에 달렸습니다. ITC가 오랜 시간 공을 들인 자료인 만큼 민사 재판부도 유심히 볼 수도, 소송 결과가 무효로 돌아갔으니 아예 배제할 수도 있습니다.
 
대웅제약과 메디톡스는 ITC 자료의 값어치를 다르게 평가합니다. 당연히 자사 승소를 예견하죠.
 
대웅제약 관계자는 "여러 증거들이 제출됐지만 어떤 자료를 채택해 어떻게 해석할지는 재판부의 결정"이라며 "무혐의 처분을 받은 형사 소송과 쟁점이 유사하다고 알고 있는 만큼 이 결과를 뒤집을 획기적인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민사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예측했습니다.
 
메디톡스 관계자는 "ITC가 조사한 여러 증거 자료들이 국내 재판부도 면밀히 봤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내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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