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먹거리 가격 폭등…기대인플레 진정이 최우선

입력 : 2023-02-02 오전 6:00:00
"장을 보면서도 채소류 가격이 너무 비싸 깜짝깜짝 놀랍니다. 그런데 과자, 음료수 등 가공식품 가격까지 줄줄이 오른다고 하니, 정말 장 보기가 두려울 지경입니다. 대형마트에서 10만원으로도 살 먹거리가 없어요."
 
자고 나면 치솟는 먹거리 가격에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는 모양새입니다. 지난해에도 우리나라는 우크라이나 사태 장기화, 고유가 기조, 고금리 흐름 지속 등 요인에 역대급 물가 급등세를 겪으며 어려움을 겪었건만, 먹거리는 우리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어서일까요. 묘하게도 올 들어 먹거리 물가가 더 치솟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이는 어쩌면 기분 탓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지표에서도 이 같은 먹거리 가격 급등세는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농산물유통정보(KAMIS)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월동배추 10㎏의 가격은 8274원으로 1개월 전(6870원)보다 무려 1404원이나 급등했습니다. 같은 기간 양배추는 8㎏이 9564원으로 1290원 올랐고, 시금치는 4㎏이 1만6300원으로 4045원이나 뛰었습니다.
 
이 같이 채소류 가격이 급등한 것은 최근 지속된 한파 및 폭설 등 영향으로 작황이 크게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농자재 가격, 인건비 등 부담도 한층 커진 점도 한몫했습니다.
 
이처럼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는데 가공식품의 가격 역시 안정될 리 없습니다. 이달부터 주요 식품 업체들은 과자류, 빙과류, 빵류, 음료수, 아이스크림의 가격의 릴레이 인상에 나선 상태입니다.
 
이 같은 연쇄 인상을 우려한 정부가 지난달 초 주요 식품 업체들을 모아 가격 인상 자제를 당부했지만 실효성 있는 방안이 빠져있다 보니 업체들은 하나둘씩 식음료 품목들의 가격을 높이고 있습니다. 사실 원부자재 가격 상승, 전기·가스 요금 등 제반 경비가 상승해 불가피하게 가격을 높일 수밖에 없었다는 업체 해명도 어느 정도 이해는 갑니다.
 
문제는 당분간 이 같은 먹거리 가격 불안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는 점입니다. 가계, 기업 등이 예상하는 향후 물가상승률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지난달 3.9%를 기록하며 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기 때문이죠.
 
현재 우리 삶과 밀접히 맞닿아있는 먹거리 등 물가가 뛰면서, 향후에도 물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부정적 기대와 함께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게다가 이번 고비를 넘는다 해도 이 같은 물가 불안은 앞으로 고착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원자재 자국 우선주의가 나날이 강해지고, 심화하는 기후 변화로 작황 여건이 나빠지는 날들도 더욱 늘어날 것입니다.
 
이는 정부와 기업이 물가가 불안할 때마다 작황이나 제반 경비 탓만을 할 수 없음을 뜻합니다. 정부는 하루속히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를 진정시키기 위해 체감 물가에 직접적 영향을 주는 먹거리 등 핵심 품목에 대한 수급 안정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또 기업들은 이 같은 정부의 움직임에 동참하고 자체적인 가격 안정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민관의 노력이 없다면 서민들 자체적으로는 허리띠를 졸라매는 것 말고는 물가 불안을 극복할 방도가 없습니다.
 
김충범 산업2부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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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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