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링크플레이션 논란①)제품 가격 대신 그램 줄인다

제품 가격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 줄이는 마케팅
업계 "고물가로 제반 비용 상승하는 상황에 도입한 차선책"
중량 눈치채기 어려운 소비자들 "기만 의도 다분"

입력 : 2023-02-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전방위적 물가 상승으로 식품 업계의 도미노 가공식품 가격 인상이 이뤄지는 가운데, 차선책으로 '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 마케팅 기법을 도입하는 업체들이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슈링크플레이션이란 '줄어들다'라는 의미의 '슈링크(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입니다. 업체들이 제품 가격을 기존대로 유지하되 크기나 중량을 줄이는 마케팅 전략입니다.
 
식품 업계에 있어 슈링크플레이션은 고물가 기조에 각종 제반 비용이 상승하는 상황에, 표면적인 가격 상승은 억제하되 실속을 챙길 수 있는 기법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대체로 중량보다는 가격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을 감안하면, 눈속임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작년 10월 핫브레이크 가격을 1000원으로 동결했지만, 제품 중량은 기존 50g에서 45g으로 5g 낮췄습니다.
 
또 롯데제과는 2021년 9월 카스타드 대용량 제품의 가격을 높이지 않고, 개수는 12개에서 10개로 2개 뺐습니다.
 
사실 슈링크플레이션 마케팅 확산은 비단 최근만의 현상은 아닙니다. 가령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식품 업계에 등장한 '질소 과자'가 대표적인 슈링크플레이션 마케팅 사례죠.
 
당시 업체들은 제품의 내용물 파손을 방지하고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취지라고 밝혔지만, 경제 위기에 비용 절감을 위한 마케팅이라는 것이 중론이었습니다.
 
규모가 영세한 외식 사업장들도 불황기를 맞이하면 고가 반찬을 줄인다거나 메인 요리의 중량을 줄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역시 슈링크플레이션에 해당됩니다.
 
이렇듯 슈링크플레이션 현상은 경제 위기 때마다 업체들이 도입한 주요 비용 절감 카드로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최근 인플레이션 압력이 워낙 심하고 이에 따른 원재료, 포장재, 인건비 등 제품 제조 전 과정에 있어 비용 부담이 점점 커지고 있다"며 "정부가 계속 식품값 인상 제동에 나서고 있어 가격 인상 대신 중량을 줄이는 차선책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슈링크플레이션에 대한 소비자들의 반응은 대체로 냉담합니다. 표면적으로 제품의 가격 상승이 일어나지 않으니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눈치채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기만의 의도가 다분하다는 것이죠.
 
직장인 김모씨(35·여)는 "소비자 입장에서 가공식품을 구입할 때 가격이면 몰라도, 중량까지 유심히 보는 경우가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라며 "업계가 이 같은 소비자의 심리를 이용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 게다가 중량 감소에 대한 이렇다 할 고지조차 없다면,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한 대형마트의 가공식품 코너 전경.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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