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 인상하려는 대학, 막으려는 정부…팽팽한 신경전

동아대 등 12개 대학 등록금 인상…정부 급히 등록금 동결 촉구
정부 재정 지원보다 등록금 인상으로 더 큰 이익 예상돼
"국가장학금과 연계한 인상 억제 효과 없어…다른 방안 제시해야"

입력 : 2023-02-09 오후 3:39:24
[뉴스토마토 장성환 기자] 대학 등록금을 둘러싼 정부와 대학의 팽팽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등록금 동결 정책으로 인한 재정난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분위기지만 정부는 등록금 동결 기조 유지를 천명하면서 대학들의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경고하고 나섰습니다.
 
고등교육계에서는 국가장학금과 연계한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이 한계에 다다른 만큼 정부가 다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합니다.
 
대학 등록금 도미노 인상 가능성 보이자 정부 곧바로 제동
 
9일 교육계에 따르면 최근 일부 교육대학에 이어 동아대도 사립대 가운데 최초로 등록금 인상을 결정하는 등 올해로 15년째 이어지고 있는 정부의 등록금 동결 정책이 균열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진주교대가 4.04%, 청주교대와 춘천교대가 각각 4.02%의 학부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데 이어 부산교대도 학부·대학원 등록금을 4% 올리기로 한 상황입니다. 동아대는 학부 3.95%, 대학원 3.86%의 등록금을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가 전날 발표한 올해 대학 등록금 현황을 살펴보면 4년제 대학 191개교 중 12개 대학(6.3%)이 등록금을 올립니다. 지난해 전체 대학 가운데 97%가 등록금을 동결·인하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굉장히 이례적인 현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렇게 대학들의 등록금 도미노 인상 가능성이 보이자 정부가 급히 제동을 걸었습니다. 교육부는 지난 8일 예정에 없던 '2023년 맞춤형 국가장학금 지원 기본 계획'을 발표하면서 보도자료 주요 내용 맨 윗줄에 국가장학금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대학 등록금 동결 촉구 내용을 적었습니다.
 
아울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름으로 "고물가·고금리 등 어려운 경제 상황에서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미래 사회를 이끌어갈 청년이 등록금 걱정 없이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등록금 동결 기조를 유지한다"며 "아직 등록금 책정을 논의 중인 대학은 등록금 동결·인하 기조를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습니다.
 
특히 "교육부 정책 기조에 동참하지 않고 등록금을 인상한 대학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최근 등록금 인상을 결정한 대학들에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동결로 고사하느니 차라리 법정 한도 안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달 27일 전국대학학생회네트워크와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학원생과 유학생 등록금 인상을 규탄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대학가, 법정 한도 안에서 등록금 올리는 게 낫다는 인식 확산
 
대학가에서는 곧바로 반발이 터져 나왔습니다. 서울 지역 한 사립대 관계자는 "15년 동안 엄청난 물가 상승이 있었음에도 오르지 않은 건 대학 등록금뿐"이라면서 "어차피 지금 상태로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마찬가지다. 교육부의 압력보다 물가 압박이 더 심하다고 판단되면 대학별로 등록금 인상 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는 2000년대 중반 대학 등록금이 가파르게 오르며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자 2009년부터 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인하한 대학만 국가장학금 Ⅱ 유형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해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 왔습니다.
 
2010년에는 '고등교육법'을 정비해 각 대학이 최근 3년 평균 소비자 물가상승률의 1.5배까지 등록금을 올릴 수 있도록 했지만 정부 재정 지원을 받기 위해 등록금을 인상하지 못하는 대학이 대다수입니다.
 
하지만 근래에는 분위기가 바뀌고 있습니다. 등록금 동결로 고사하느니 차라리 법정 한도 안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최근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등록금을 올릴 수 있는 법정 한도가 올해 4.05%로 작년 1.65% 대비 크게 높아진 점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입니다.
 
동아대의 경우 올해 대학 등록금 인상에 따른 수입이 50억 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돼 국가장학금 Ⅱ 유형으로 지원받을 수 있는 20억 원보다 훨씬 많다고 밝혔습니다. 게다가 재정당국과 한국은행 등이 올해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3%대 중반으로 추정하고 있어 이 경우 내년 등록금 인상률 법정 상한은 5% 중반대가 될 수 있습니다. 등록금 상한제 도입 이후 최고치입니다.
 
4년제 대학 총장 절반 가까이 등록금 인상 예고…"정부 다른 방안 제시해야"
 
실제 최근 교육부 출입기자단이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정기 총회에 참석한 전국 4년제 대학 총장 148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등록금 인상을 검토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질문별 108∼114명)의 39.47%(45명)가 '내년쯤 계획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올해 1학기(10명)와 2학기(1명)에 등록금을 올리겠다고 응답한 총장들까지 포함하면 49.12%가 올해 또는 내년에 등록금을 인상하겠다고 한 것입니다.
 
대학가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와 여당이 등록금 동결 정책 기조를 바꿀 가능성이 적은 만큼 알아서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의견이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등록금을 올리려는 대학들이 늘면서 동결하려는 교육부와 갈등이 빚어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정부도 등록금 인상을 억제할 구체적인 추가 대책은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학회장은 "현재 대학에 대한 재정 지원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정부가 대안도 없이 대학 등록금만 올리지 못하게 하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대학 관련 규제를 풀겠다고 해 놓고서는 등록금을 통제하는 것도 앞뒤가 맞지 않다. 국가장학금과 연계한 대학 등록금 인상 억제 정책은 더 이상 효과가 없으니 다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습니다.
 
최근 대학가에서는 등록금 동결로 고사하느니 차라리 법정 한도 안에서 등록금을 올리는 게 낫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전국대학생네트워크 소속 대학생들이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등록금 인상 규제 완화 반대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모습.(사진 = 뉴시스)
 
장성환 기자 newsman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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