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도매가 상한제' 종료, 한전 1분기도 적자 '불가피'

1분기 5조원 이상 영업손실 관측
SMP 재시행 조건 충족…발전사는 반발
"요금 인상 없다면 재무 개선 더딜 것"

입력 : 2023-03-05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한국전력 영업손실 줄이기에 큰 역할을 했던 전력도매가격(SMP) 상한제가 지난달을 끝으로 종료되면서 공사 실적에 빨간불이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SMP 상한제 도입 규정에 따라 이달은 건너뛰고 다음달부터 다시 적용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지만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이 커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은 올 1분기 5조33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돼 전년에 이어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전은 지난해 누적 32조603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역대 최대 적자를 낸 바 있습니다. 이는 종전 최대치였던 2021년 5조8465억원의 5.6배에 달하는 수준입니다.
 
지난해 3차례에 걸쳐 판매단가를 11.5% 올렸지만 연료 가격 급등으로 발전사에서 사들이는 전기 가격이 더 크게 증가한 탓입니다. 이에 따라 한전의 작년 연간 영업비용은 103조7753억원으로 전년보다 56.2% 늘었습니다.
 
문제는 SMP 급등을 억눌렀던 상한제가 종료돼 손실이 더욱 크게 불어날 수 있다는 점입니다.
 
SMP 상한제는 한전이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기를 사오는 가격에 제한을 두는 제도를 말합니다. 전기사업법에 따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전기 사용자 이익 보호를 위해 필요 시 SMP 상한을 정할 수 있습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은 올 1분기 5조33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돼 전년에 이어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표는 SMP 추이. (출처=뉴스토마토)
 
상한제는 직전 3개월간 SMP 평균이 과거 10년 동안 월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할 때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한전은 국제 연료값이 뛰어도 10년 평균 가격의 1.5배만 반영해 전기를 구매할 수 있습니다. 최근 3개월간 전기는 시세보다 킬로와트시(kWh)당 90원가량 저렴하게 들여왔습니다. 이를 통해 한전이 절감한 전력구매 비용은 월평균 7000억원에 달합니다.
 
다만 이 제도는 3개월을 초과해 적용할 수 없고, 1년 후 관련 조항이 일몰돼 한시적으로 운영합니다.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까지 도입했으니 3월에는 연속으로 적용할 수 없고, 이후 재시행하더라도 11월까지만 운영할 수 있는 것입니다.
 
업계에서는 SMP가 크게 떨어지지 않은 만큼 오는 4월부터 다시 상한제를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전기 가격이 계속해서 높은 수준이라서 과거 10년간 SMP 평균값의 상위 10%에 해당해야 한다는 상한제 적용 조건은 충족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이 제도로 손해를 본 민간 발전사들의 반발이 커 재시행 여부는 현재로선 불투명합니다. 
 
이 가운데 정부가 공공요금 인상 속도조절에 나서기로 하면서 2분기 요금 인상도 어려운 실정입니다. 산업부는 한전의 재무 상황에 따라 2분기 인상을 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반면 대통령실에서는 국민 부담을 고려해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정부 기관 간 의견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연료 가격 급등에 대응하기 위해 소매요금을 지속적으로 추가 인상하지 않을 경우, 향후 1~2년간 한전의 재무제표 개선 속도는 느릴 수밖에 없다"며 "차입금에 대한 의존도 역시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습니다.
 
5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한전은 올 1분기 5조3333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돼 전년에 이어 적자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됩니다. 사진은 한국전력 사옥.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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